"상가주인, 권리금 못 가로챈다"…세입자 권리금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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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주인, 권리금 못 가로챈다"…세입자 권리금 보장
  • 박민우 기자
  • 승인 2014.09.24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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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추진, 권리금 법제화 핵심
건물주, 권리금 회수 방해하면 '손해배상' 청구 가능

▲ 상가권리금 법으로 보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영업보호 및 고용안정 대책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1.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K씨는 최근 상가 권리금 5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듯 가게를 빼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 상가주인이 건물 리모델링을 이유로 상가임대차 재계약을 거부하며 K씨가 기존 커피숍 주인에게 지급했던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K씨는 이전 커피숍 주인에게 권리금을 내며 받은 영수증을 제시했지만 상가주인에게서는 "권리금을 반환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K씨는 "가게를 임대할 때 보증금 5000만원, 권리금 5000만원을 더해 총 1억원을 투자했다"면서 "상가주인의 사정으로 가게를 빼는 것도 억울한데 권리금까지 날리게 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2.남편의 퇴직금과 은행에 예금했던 돈을 모아 작은 치킨집을 차린 L씨. 개업 초기 손님이 없어 고생했지만 특별소스와 20분 배달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2년 만에 월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인기 치킨집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상가주인은 재계약을 앞두고 돌연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했고 L씨는 어쩔 수 없이 길 건너편 상가로 점포를 옮겨야 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L씨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점포에서 상가주인이 똑같은 방식으로 치킨집을 개업한 것. 물론 L씨는 상가주인으로부터 권리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새로 상가를 임대받는 세입자와 기존 임차인 사이에서 관행적으로 거래되던 권리금이 상가임대차 보호법에 공식적으로 명문화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상가주인이 일방적으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해도 세입자는 법적 절차를 통해 임대인에게서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장년층 고용 안정 및 자영업자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된 이번 방안은 그동안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권리금을 제도적으로 인정해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권리금을 법으로 보장해 상가 세입자들의 권리를 강화해주겠다는 취지로 상가주인이 가게 운영을 방해하거나 계약해지를 통해 권리금을 떼먹는 불·편법 행위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권리금 '법제화', 세입자 권리 보호 강화

권리금이란 점포를 새로 빌리는 사람이 전에 빌려 쓰던 사람에게 영업허가권의 대가로 내는 돈을 뜻한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보장되는 기대 수익이나 영업시설, 상권 프리미엄 등이 포함된 돈으로 장사가 잘되는 점포일수록 권리금이 높다.

권리금은 종전 세입자와 새로운 임차인 사이에서 거래되는 돈이어서 상가주인은 권리금 반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다. 법적으로 정의된 돈이 아니다보니 건물주와 세입자가 체결하는 상가임대차 계약에서도 보통 '권리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이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건물매매로 상가주인이 바뀌거나 건물주가 임대차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세입자는 권리금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상가주인 사정으로 계약을 해지해도 건물주가 권리금 반환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발뺌하면 종전 커피숍 주인에게 지급했던 권리금 5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내놓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권리금에 대한 정의를 법에 명문화하고 신·구 임차인이 권리금을 거래할 경우 표준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건물주와 임차인이 작성하는 상가임대차 계약서에도 앞으로는 '권리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약을 삽입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권리금은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보장받는 돈이기 때문에 특약 효력은 자동적으로 상실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건물주가 권리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포함시키더라도 이는 상가주인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돼 효력이 없다"면서 "이런 방식을 통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상가주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가주인 권리금 '꿀꺽' 못한다…불·편법 행위 근절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건물주가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해 세입자의 권리금을 강탈하는 행위를 근절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도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상가주인은 권리금을 직접 받고서 세입자간 권리금 거래를 방해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영업방해 및 계약해지를 통해 점포 세입자가 쌓아온 노력의 성과를 강탈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2년 동안 치킨집을 운영한 L씨의 사례 역시 갖은 노력을 통해 점포의 가치를 끌어올렸지만 건물주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세입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득을 뺏어온 경우에 해당된다. 가게 영업이 안정된 후 다른 세입자가 점포를 인수할 경우 종전에 지급했던 권리금에 웃돈을 얹을 수도 있었지만 이를 상가주인이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해 강탈한 것이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권리금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면 상가주인이 계약연장을 거부한 뒤 새로운 임차인을 받으면서 별도로 권리금을 챙겨갈 수도 있다"면서 "일부 상가주인이 세입자와 세입자 사이의 권리금 거래를 방해한 뒤 이들 소상공인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행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박 소장은 "건물주에게 기존 세입자가 주선한 임차인과 계약해야 하는 협력 의무를 부과한 것은 이를 막겠다는 취지"라며 "L씨의 경우처럼 상가주인이 잘되는 점포를 직접 운영하고자 세입자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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