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체 게바라 티셔츠’ 논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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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체 게바라 티셔츠’ 논란 왜?
  • 최현웅 기자
  • 승인 2013.08.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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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소년소녀합창단장 징계 곳곳서 반대 목소리
강시장의 미숙한 대응... ‘오히려 논란 부추겼다’
일부 언론들 이념 색깔 논쟁 등 지역 죽이기 구태

지난 8월 15일 광주 빛고을문학관에서 열린 광복절 68주년 기념행사에서 광주시립소년합창단의 축하공연도중 이들 합창단원들의 ‘체 게바라’ 티셔츠 노출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열릴 광주시 징계위 결정에 대한 지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15일 광주시 남구 빛고을문화관에서 열린 광복절 행사에 광주시립소년ㆍ소녀 합창단원들이 쿠바 사회주의 혁명가인 ‘체 게바라‘가 그려진 옷을 입고 공연을 펼쳐 논란이 되고 있다/사진제공=광주일보 2013.8.16 /뉴스1 제공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 빛고을문학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행사에서 축하공연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흰색 저고리를 입고 ‘아리랑’을 합창한 뒤 ‘광주는 빛이어라’는 제목의 공연도중 흰색 저고리를 벗고 ‘체 게바라’의 얼굴과 영문 이름이 새겨진 검은 티셔츠를 드러내 보이자 이를 지켜보던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이 “광복절 기념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함께 관람하고 있던 강운태 광주시장에게 항의를 하자 강시장이 진상파악 지시를 내리고 시는 다음날 이 아무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키로 하면서 가증됐다.

이 과정에서 연합뉴스 등 통신매체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체 게바라 티셔츠’ 논란을 부추기고 이 후 지역방송과 다음날 일부 지역 언론사가 인용보도 등을 통해 보도함으로서 순식간에 지역의 문제가 전국적 이슈가 되어갔다.

다음날 ‘스포츠 동아’는 16일자 보도를 통해 “‘체게바라’ 티셔츠 논란… ‘광복절에 사회주의라니!”이라는 선정적 제목의 보도 글을 통해 마치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사회주의 찬양 공연을 한 것으로 오해를 살만한 제목을 뽑음으로써 논란을 더욱 가중 시켰다. 이 같은 보도가 나갔던 1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실제로 ’체 게바라, 광주‘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1~2위에 링크되기도 했다.

SNS, 호남비하와 함께 색깔론 덧칠

이 같은 기사가 나가자 이날 SNS등에서는 광주와 광주시민을 비하하는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트위터 아이디 @lit****은 “요새 전남광주사람들 이해가 안 간다. 광주시의 공문서 위조한 거 하며, 공산주의자들에게 영웅 칭호 받는 쿠바공산화에 기여한 '체 게바라'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서 8.15 광복절에 입고 합창할 필요가 있었나? 아니다. 6.25나 현충일에 안 입은 것도 다행이다”며 비난했고, 트위터 아이디 @boro*******은 “단순 헤프닝이란다, 동네 전체 분위기가 그러니 뭐가 잘못된 지도 못 느끼지! 다음에는 김일성이 티셔츠 입고 나와라!... 광주시, 광복절 ´체게바라´ 티셔츠 합창단장 징계위 회부키로”라며 색깔론을 덧칠했다. 또한 트위터 아이디 @korwo*****는 “광주시장 강운태, 이 쓰레기 같은 작자가 예산이 없어서 어린애들에게 공산폭빨치산 폭도 '체게바라' 터셔츠를 입혀 광복절행사 무대에 올렸다고 합니다." 이 나라 법치는 어디 갔는지 **”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 붓기도 했다.

▲ 오늘날 체 게바라의 초상화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무너뜨리기 위해 목숨을 바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상업화한 이미지로 꼽힌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이 아무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장은 “별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흰 한복과 태극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검은 색 의상이 필요했는데, 옷을 구입할 예산이 없어 지난 6월 공연 때 학부모들이 마련해 준 단체복을 활용한 것 뿐”이라며 시에도 이와 같은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이 일부 언론과 보수 논객의 이 단장에 대한 일방적 매도가 극에 달하자 지역 기초단체장과 지역예술계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반론이 연일 이어졌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18일 기고문 형식의 글을 통해 "이 정도의 의견, 문제제기를 하는 데서 멈추는 게 옳다고 본다. 중징계를 검토하고 사상적 재단을 하려는 일부의 태도는 도를 넘어도 한참 넘는 '문화적 테러' 라"고 질타했다.

민 구청장은 18일 '광복절과 체 게바라는 만날 수 없는가'는 제목의 글을 통해 "광주의 한 자치구를 대표하는 공직자로서 부끄럽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손을 보탤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 구청장은 "정황상 지휘자가 특별한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다. 의상 또한 공연의 일부이므로 체 게바라와 광복절이 서로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판단 정도는 했을 법도 하지만 징계까지 가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체 게바라는 반제국주의, 반독재 실천가였다. 우리 독립운동가의 희생, 5·18항쟁의 광주시민과 근본에서 다르지 않다. 이런 인물을 민주·인권·평화의 도시이자 문화중심도시라는 광주가 수용하지 못할 이유를 나로서는 찾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가보훈처가 지난 5·18 33주년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우려 했는데 이제 와서 광주지방보훈청장이 공연의상을 문제 삼으며 사상적 재단, 이념공세를 한다"며 보훈처의 태도를 비판했다.

지역 예술단체 한 회원은 “체 게바라 티셔츠 논란이야 말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 자유롭고 깨어 있어야 할 분야가 바로 예술이고 창작활동임에도 냉전도 종식된 21세기에 이념과 사상 논쟁에 매몰돼 유능한 예술가의 영혼을 짓밟는 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하고 징계위의 결정을 예의 주시할 것임을 밝혀왔다.

시민사회단체, 예술적 행위 사상적 재단 ‘안 돼’

문순태 작가도 한 중앙 일간지를 통해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공연한 것이 아닌데도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문화·창조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예술적 상상력을 적극 권장해야할 판에 이런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은 역사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광주시민단체 협의회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 초상이 그려진 상의를 입고 나왔다고 보수언론이 기사화하고 여기에 한 술 더 떠 강운태 광주시장이 합창단장의 징계까지 지시했다”며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고 “공연 당시 강운태 시장도 일어나 무대에서 어린단원들과 춤까지 추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바로 다음날 단장의 징계를 성급히 결정해 광주의 문화를 이끌어갈 어린 재목들에게 잊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안겨주고 말았으며 또 앞 뒤 정황을 신중하게 따지지 않고 서둘러 잘못이라고 인정함으로써 광주시민의 의로운 명예와 문화적 자존심도 순식간에 실추시키고 말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예산이 없어 학부모들이 옷을 구입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입은 것도 아니라는 단장의 해명을 떠나 도대체 체게바라 초상이 그렇게 문제가 된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시민협은 “광주의 시민단체들은 광주의 자존심을 복원시킬 수 있는 광주시장의 합당한 조치를 촉구하며 광주시민들과 함께 상처받은 광주문화의 자존심을 복구하고 정의로운 도시의 위상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 밝혔다.

또 광주시의회 전주연 의원은 “독립운동가들에게 사상과 이념, 주의를 들이대 징계를 운운하는 것이 과연 광복절의 의미에 부합한 것인가”라고 묻고 “광주시의 부끄러운 문화철학을 드러내는 것으로 징계위 회부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날 광주인권회의도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인권을 시정의 핵심적 가치로 내세우는 광주시가 오히려 인권을 탄압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탄식한 뒤 "광주시가 지난해 5월 선언한 '광주인권헌장' 전문에는 모든 시민은 정치적 견해 등의 차이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나와 있다"며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시장의 미숙한 대응, 화 불러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강운태 광주시장의 미숙한 대응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이후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거부와 종편 프로그램의 북한군 5.18 개입설, 특정 인터넷사이트회원들의 5.18 희생자와 지역민들에 대한 모독행위와 광주시의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과정에서의 공문서 위조 등 일련의 사태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광주시로서는 강 시장 스스로 무대에 뛰어나가 어린단원들과 춤까지 추며 성원 했음에도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의 지적에 바로 징계 방침을 세웠다는 것도 지역민을 대표하는 자치단체 수장으로서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단장에 대한 징계위 회부는 지난해 제정한 광주인권헌장과 광주인권조례 등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을 두고 광주시 관계자는 “8·15 광복절 경축행사에 대한 이 단장의 징계위가 조만간 열릴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결정되어진 사항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지금으로선 그 어떤 얘기도 해 줄 수 없다”고 밝혀 왔다.

일부 언론 ‘여전한 사상적 공세’ 지속

한편 이 같은 논란에도 연합뉴스는 20일 “<기자수첩> '체 게바라·광복절' 그리고 광주”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대한민국 광복절 행사에 제3세계 사회주의 혁명가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공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여전히 개운하게 가셔지지 않는 문제다.”고 지적하고 “예산으로 운영되는, 광주시민을 대표하는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국가 행사에서 공연을 할 때는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 이념의 자유도 절제돼야 한다고 본다.”며 이념 논쟁을 또 다시 부추겼다.

이어 “다만 체 게바라 티셔츠 문제로 인해 광주에서 좌·우 이념 논쟁이 벌어진 것이 안타깝다.”고 전제한 뒤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공문서 위조 사건에 이어 이번 체 게바라 티셔츠 문제까지 겹치면서 외부에서 광주를 바라보는 눈은 어떨까…. 근심이 파고든다면 지나치게 민감한 것일까.”라고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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