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각국 사관학교의 최고 모토는 '명예'이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사에 입학하려면 수능에 해당하는 SAT와 고교 성적 외에 거주지 연방 상·하원 의원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생도가 입교 후 불명예스러운 처신으로 물의를 빚게 되면 본인은 물론 추천서를 써준 의원의 불명예가 되기 때문에 추천서가 여간 신중하지 않다.
대한민국 육사 생도들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졸업반 생도가 16세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뒤 이를 감추려 상대의 휴대전화까지 훔쳤다. 선배 남자 생도가 후배 여자 생도를 교내에서 성폭행하고, 태국 해외봉사를 나갔던 생도들이 마사지 업소를 출입해 물의를 빚은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육사 당국이 잇단 성추문을 은폐하려 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육사의 교장을 비롯한 교관들 역시 육사 출신일텐데, 젊은 생도들에게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라고 가르쳐 온 육사 지도자들의 행태는 혈기방장한 젊은 생도들의 일탈보다 더 큰 실망이다.
성추문을 육사의 3금(금혼 금연 금주) 정책의 제도 강화를 비롯한 교육체계 개편이 최상책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사관생도로서의 자질 미달이다. 사관생도는 4년간 학비에 생활비까지 지원받는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군내 성폭행이 잦다. 초급장교로 임관하는 사관생도들이 이래서야 군 기강 확립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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