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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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의 추락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3.08.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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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호 편집국장
박정희와 전두환 때문에 사관학교라면 거부감을 느끼던 이들이 많던 1983년. 그런 인식을 조금은 바꿔놓은 사건이 있었다. 국내에서 개봉된 미국 영화 '사관과 신사'. 조 쿠거와 제니퍼 원스의 주제곡 '업웨어 위 빌롱(Upwhere we belong)'으로도 유명한 이 영화는 사관생도 리처드 기어와 제지공장 여공 데브라 윙거의 사랑 이야기다. 기어는 일회용 데이트 상대로만 여겼던 윙거가 진정한 사랑임을 느낀다. 제지공장으로 찾아간 제복 차림의 기어가 윙거를 안고 격정적인 키스를 나누며 햇살 비치는 공장문을 나서고…. 기어의 품에 안긴 윙거가 기어의 제모를 벗겨 자신이 쓰며 환하게 웃는 라스트신이 압권이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각국 사관학교의 최고 모토는 '명예'이다.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사에 입학하려면 수능에 해당하는 SAT와 고교 성적 외에 거주지 연방 상·하원 의원의 추천서가 필요하다. 생도가 입교 후 불명예스러운 처신으로 물의를 빚게 되면 본인은 물론 추천서를 써준 의원의 불명예가 되기 때문에 추천서가 여간 신중하지 않다.

대한민국 육사 생도들의 성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졸업반 생도가 16세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한 뒤 이를 감추려 상대의 휴대전화까지 훔쳤다. 선배 남자 생도가 후배 여자 생도를 교내에서 성폭행하고, 태국 해외봉사를 나갔던 생도들이 마사지 업소를 출입해 물의를 빚은 것이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육사 당국이 잇단 성추문을 은폐하려 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육사의 교장을 비롯한 교관들 역시 육사 출신일텐데, 젊은 생도들에게 명예를 생명으로 여기라고 가르쳐 온 육사 지도자들의 행태는 혈기방장한 젊은 생도들의 일탈보다 더 큰 실망이다.

성추문을 육사의 3금(금혼 금연 금주) 정책의 제도 강화를 비롯한 교육체계 개편이 최상책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사관생도로서의 자질 미달이다. 사관생도는 4년간 학비에 생활비까지 지원받는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군내 성폭행이 잦다. 초급장교로 임관하는 사관생도들이 이래서야 군 기강 확립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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