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얼룩진 2014> ①끊이지 않은 사고…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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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얼룩진 2014> ①끊이지 않은 사고…사고…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4.12.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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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장소·유형 불문 안전사고로 인명피해 속출
"후유증은 떨치고 '반면교사' 교훈은 꼭 기억해야"

<※ 편집자 주 =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하루가 멀다고 대형사고가 이어진 터라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늘 등장하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의 의미가 올해만큼 와 닿는 해도 흔치 않을 듯합니다. 연합뉴스는 올해 국민을 놀래고, 가슴 아프게 한 사고들을 되돌아봤습니다. 아울러 수습 상황과 피해자들의 근황, 쏟아져 나온 대책도 점검해 ①끊이지 않은 사고…사고…, ②시간은 지나도 아픔은 그대로, ③쏟아진 대책, 불안은 여전 등 세 편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 참혹하게 가라앉은 세월호 2014년은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명을 위협한 사고가 하늘·땅·바다, 지상·지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한해였다. 사진은 지난 4월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조도면 해상에서 속수무책으로 가라앉고 있는 세월호 주변을 해경이 수색하는 모습.
"송년회(送年會)가 순화된 표현이라지만 올해는 꼭 망년회(忘年會)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광주의 한 법조인이 올 한 해 잇단 대형 사고로 겪은 괴로움을 잊자는 뜻으로 한 말이다.

그러나 가벼이 잊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이 있었다. 괴로움은 잊을지언정 어처구니없는 안전 불감증이 남긴 '반면교사'의 교훈까지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사고 캘린더를 만들어도 되겠다'는 자조가 나올만큼 수십~수백명의 인명을 위협한 사고가 하늘·땅·바다, 지상·지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침몰·붕괴·화재·추락 등 사고 유형도 다양했다. 일터·대중교통·공연장·휴양지 등 장소를 불문하고 터진 사고는 '생활의 안전'을 고민하게 했다.

◇ 설에 터진 기름유출 사고에서 '잔인한' 4월의 세월호 참사까지

음력으로 갑오년 새해를 시작한 1월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의 기름 유출 사고로 대형 사고의 포문이 열렸다.

이날 오전 9시 35분께 16만4천t급 싱가포르 선적 원유운반선 우이산호가 GS칼텍스 원유 2부두를 충돌하면서 파손된 송유관을 통해 나프타와 유성 혼합물 등 926~1천25.3㎘가 유출됐다.

이 사고로 해양 오염은 물론 460여명이 구토와 두통 등으로 진료를 받고 18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경위를 수사한 검찰은 주 도선사(導船士)의 과속에 직접적인 원인이 있지만 GS칼텍스 측의 송유관과 저장탱크 관리 잘못 등으로 기름 유출량이 증가해 피해가 확대됐으며 조직적인 유출량 축소·은폐로 초기 방제작업에 큰 지장을 초래한 사실을 확인했다.

▲ 마우나 리조트 붕괴현장 2014년은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명을 위협한 사고가 하늘·땅·바다, 지상·지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한해였다. 사진은 지난 2월 17일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현장에서 매몰자 구조작업을 벌이는 119 구조대원의 모습.
이어 2월 17일 오후 9시께 경주 마우나 오션 리조트에서는 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가 진행 중인 체육관의 지붕이 무너져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책임자들을 처벌한 재판부는 폭설을 한 원인으로 보면서도 "지붕 덮개(패널)와 이를 받치는 금속 구조물(중도리)이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며 인재이자 안전 불감증이 낳은 참사로 규정했다.

4월은 더 잔인했다. '안전국치일'이라는 별칭까지 붙은 4월 16일 오전 8시 48분께 전남 진도군 병풍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전복돼 침몰했다.

수학여행길에 오른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 등 476명을 태운 여객선의 침몰로 295명이 숨졌으며 9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의 희생을 생중계로 지켜보다시피 한 온 국민을 집단 트라우마와 무기력증에 빠뜨린 참사였다.

맹골수도 운항 경력이 없는 3등 항해사, 조타 실력이 가장 미숙한 조타수에게 운명이 맡겨긴 세월호는 조타수의 실수(대각도 조타)로 배가 왼쪽으로 기울어 과적에 제대로 묶이지도 않은 화물이 쏠리면서 침몰로 이어졌다. 운항에서 침몰까지 과정이 안전 불감증의 총체였다.

세월호 자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위한 전시실 설치를 위한 증·개축 등으로 복원성을 현저히 잃어 애초 운항해서는 안 될 배였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생생하게 녹음된 '승객 대기' 방송,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 경영자로 지목된 유병언 전 회장과 그 일가, 무책임한 이준석 선장, 특별법, 팽목항, 노란 리본 등은 2014년을 '세월호 참사의 해'로 기억되게 했다.

삼성SDS 과천센터(20일), 울산 현대중공업(21일), 대전 아모레퍼시픽 사업장(28일) 등 같은 달에 발생한 화재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세월호 참사의 충격파가 너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 상왕십리역·고양터미널·판교 공연장…'불안한 대한민국'

5월 2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 서 있는 열차를 추돌했다.

1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승객이 한꺼번에 선로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열차 안팎은 아수라장이 됐으며 240명 가량이 다쳤다.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 발생 14시간 전 신호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선행 열차의 경우 1분 30초 가량 출발이 지연됐는데도 기관사가 이 사실을 종합관제소에 보고하지 않는 등 인재의 정황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같은 달 26일 오전 9시 10분께 경기도 고양 종합버스 터미널 지하 1층에서 난 화재로 사망 8명, 중상 5명 등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배관 용접 중 새어나온 가스에 불꽃이 튀어 우레탄 폼 재질의 천장 마감재에 불이 붙은 사고로 안전 불감증의 단적인 사례가 됐다.

▲ 장성 요양병원 화재현장 2014년은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명을 위협한 사고가 하늘·땅·바다, 지상·지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한해였다. 사진은 지난 5월 28일 전남 장성의 모 요양병원 화재현장 환자를 구조하는 병원관계자와 119 소방대원의 모습.
이틀 뒤인 5월 28일 0시 27분께는 전남 장성군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치매 노인이 불을 질러 2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요양병원 병동 곳곳에 있어야 할 소화기는 캐비닛에 모여 있었고, 밤이면 비상구 문은 잠겨 있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자극한 헬기 추락 사고도 발생했다.

7월 17일 오전 10시 53분께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을 마치고 돌아가던 강원 소방본부 소속 헬기가 광주 광산구 장덕동 부영아파트 옆 인도에 추락해 소방 공무원 5명이 순직했다.

7월 22일 오후 5시 53분께 강원 태백시 상장동에서는 관광열차가 정차 중인 무궁화호 열차와 충돌해 1명이 숨지고 93명이 다쳤다.

신호 무시가 원인이었다. 관광열차 기관사는 운행 중 카카오톡을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는 무심히 봐 넘겨온 도심 환풍구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현장 2014년은 수십에서 수백명의 인명을 위협한 사고가 하늘·땅·바다, 지상·지하를 가리지 않고 이어진 한해였다. 사진은 지난 10월 17일 오후 지하 환풍구 덮개가 붕괴돼 수 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사고 현장의 모습.
10월 17일 오후 5시 53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 철제 덮개가 추락했다. 덮개 위에서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던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고 후 전국 곳곳의 환풍구에는 '접근 금지'라는 안내판이 붙고 구조물 강화 등 뒤늦은 보강 작업이 이뤄졌다.

11월 15일에는 전남 담양군 대덕면 모 펜션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고기를 구워먹던 대학생 등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바비큐장은 신고도 안 된 무허가 시설이었다.

12월 10일에는 대구시 달서구 도금공장인 영남금속에서 치아염소산염을 황산탱크에 주입하는 탱크로리 기사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유독가스를 흡입한 직원 46명이 치료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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