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어른,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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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어른, 잘 가요!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3.12.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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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호 편집국장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성자'로 불려온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영면했다.

그의 자서전 제목처럼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치고 한 세기에 가까운 질곡의 삶을 마감한 것이다.

남아공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만델라는 '용서와 화합의 정신'을 실현한 정치인으로서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왔다.

1918년 남아공 동남부 음베조에서 마을 족장의 아들로 태어난 만델라는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 정책에 맞서 '아프리카민족회의'를 이끌며 투쟁하다 투옥돼 무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국내의 저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 더는 아파르트헤이트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남아공 백인정권은 1990년 만델라를 석방하고 ANC도 합법조직으로 인정했다.

만델라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한 공로로 아파르트헤이트 시대의 마지막 백인 대통령인 F. W. 데 클레르크 대통령과 지난 1993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듬해인 1994년 남아공 최초의 민주선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이후 '진실화해위원회'를 출범시켜 청문회에서 잘못을 고백한 백인을 사면하는 등 흑인과 백인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 용서와 화합의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이른바 '무지개 국가'를 건설한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퇴임 이후에도 남아공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광주와 각별한 인연이 많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살아온 민주와 평화, 인권을 위한 삶이 한국 현대사에서 광주가 걸어온 길과 흡사해 광주시민들의 추모의 열기도 뜨거웠다.

5·18기념문화재단에 따르면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2011년 5월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에서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데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장이었던 김영진 전 민주당 의원은 "남아프리카 민주화를 이끈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기록물 등 각국의 민주화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보고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재추진위원회를 서둘러 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 5월 광주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인권기록물 소장기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인연은 이어졌다. 이 회의에는 세계기록유산인 광주의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을 포함해 민주주의와 인권분야 기록물을 소장한 세계 14개국의 기관대표가 참석했다.

참여기관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프리카민족회의 지도자인 넬슨 만델라의 1963년 재판자료인 '형사재판 사건번호 253/1963 국가 대 넬슨 만델라'를 소장한 남아공 국가기록보관소도 포함됐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앞서 2006년 6월 광주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수상자 광주회의'에 직접 참석하려 했지만 몸이 불편해 참석하지는 못했다.

그는 대신 '아프리카 빈곤퇴치와 평화'란 주제의 영상메시지를 통해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단지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 존중과 신장을 위해 살아가는 것으로 현재의 여정은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각별한 인연도 지역민들 사이에 깊은 감동을 줬다.

두 사람 모두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다 긴 투옥생활을 경험했고 만델라 전 대통령은 1993년,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각각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은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렸고 2001년 3월 만델라 전 대통령을 초청해 직접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5·18기념재단은 "넬슨 만델라의 정신은 5·18진상규명투쟁과 과거사 청산에 큰 영감을 줬다"며 "민주주의와 인권을 평생 헌신한 그의 영면을 빈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은 세계인권의 날(12월 10일)이기도다. 1950년 제5차 유엔 총회에서 12월 10일을 세계인권선언일로 선포했으며 유엔 회원국들은 정부 주관으로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전야 전 세계에 만연됐던 인권침해 사태에 대한 인류의 반성을 촉구하고 모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3년 3월 30일 제정·공포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6615호)에 따라 정부 주관 기념일로 정했다.

인권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초등학교에서는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든, 장애인이든 아니든, 여자든 남자든, 외국인이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누구나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권을 갖고 있다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우리에게 인권은 성냥 신세 같다.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평소에 찾지도 않는다. 각종 인권법이 인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다른 법에 의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인권이 많이 향상된 탓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어디까지가 보장받을 수 있는 인권인지 잘 알지 못한 탓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공권력과 권력자에 의한 인권 침해, 즉 ‘인권유린’이 더 만연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사안이 불거졌을 때만 서랍에 있던 성냥처럼 인권을 끄집어내 불을 지핀다. 그리곤 또 잊고 산다.

인권은 곧 행복이다.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면 인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것으로 역설된다. 우리는 우리의 ‘인권 처지’를 얼마나 고민했을까. 넬슨 만델라는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고 인권 투쟁을 역설하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누군가는 스스로 힘으로 그것을 쟁취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하다. 나는 내 동족들이 자기 땅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건 내 운명의 부름이다" 1944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African National Congress)'에 정식 가입, 흑인 인권보장을 위한 민족운동을 본격화하자 만델라의 신변을 위해 이를 만류하는 지인들에게 설파한 만델라의 응답이었다.

1962년 8월5일 체포된 만델라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사형선고를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의연하고 당당헤게 인종차별주의를 지적한 그의 진술에 전 세계가 감동, 만델라를 지지하는 국내외의 압력에 의해 사형 대신 종신형 판결이 내려졌던 것이다. 악명높은 로벤섬교도소에 투옥된 만델라는 감옥에서도 매일 2시간씩 권투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권투를 즐겼다. 프로 수준의 실력을 갖췄던 그는 자신의 책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에서 "권투 선수들은 링 위에서 평등하다"고 했다.

오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하여 전 세계 91개국 정상과 10명의 전직 국가수반이 참석한 가운데 요하네스버그 월드컵경기장에서 만델라를 떠나보내는 영결식이 열린다.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그의 여정은 세계인의 마음속에 존경의 대명사로 남을 것이다.

'함바 칼레(Hamba Kahle), 마디바(Madiba)!'(잘 가요, 존경받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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