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째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왜?…탄생부터 파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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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째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 왜?…탄생부터 파행까지
  • 오영수 기자
  • 승인 2015.05.10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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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공식행사에서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여부를 두고 벌어진 논란이 7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 기념곡 지정이 사실상 무산돼 5월 단체 등의 반발이 크다.

제35주년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6일 '임을 위한 행진곡' 공식기념곡 지정과 국가기념식 제창 요구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무산되자 올해 5·18 기념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 대표단 및 회원들이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올해로 3년째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 없는 '반쪽' 행사로 치러질 전망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왜 이토록 뜨거운 쟁점이 됐을까.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소설가 황석영과 당시 전남대 학생이던 김종률 씨(현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등 광주 지역 노래패 10여명이 모여 만든 노래극(뮤지컬) '넋풀이-빛의 결혼식'의 마지막 삽입곡이다.

노래극 '넋풀이'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중 전남도청을 점거하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1978년 말이라는 설도 있음)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그의 대학 후배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헌정곡으로 만들어졌다.

곡은 김종률 씨가 썼으며, 가사는 백기완 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12월 서대문구치소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황석영 씨가 붙였다. 이후 카세트테이프 복사본 및 악보 필사본, 구전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민주화 및 노동운동 권에서 불렸으며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이 됐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국립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3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합창단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자 태극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이제 5.18 정신이 국민통합과 국민행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며 "각계각층의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하나로 모아서 국가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5.18
그런데 이 곡이 왜 논란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정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후 정부 주관 첫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기념식 본행사에서 기념곡으로 제창됐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2년차이던 2009년부터 불씨가 생겼다. 2009년~2010년 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빠졌고 특히 2010년엔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경기도 민요 '방아타령'을 기념식 식순에 편성했다 비난이 들끓자 철회하기도 했다. 그해 '임을 위한 행진곡'은 악단 연주에 밀려 식전행사에 배치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공연단의 무대합창이나 무용단의 군부 배경음악으로 대체되는 등 악전이 끊이지 않았다. 2013년까지는 야당 의원들과 5·18 단체 회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불러 억지 형식이라도 갖췄지만 5·18 피해당사자와 유가족, 일부 정치인들이 참석하지 않아 '반쪽 행사'로 진행됐으며 지난해에도 5·18 행사위와 유족들이 기념식에 불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적으로 지우려는 시도도 있었다.

2009년 11월 국가보훈처는 5·18 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오월의 노래(가칭)'를 국민공모로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론이 반발하자 공모계획을 철회했다.

기념곡 논란은 2013년 1월 국가보훈처가 당해 예산에 5·18 공식기념곡 공모비용으로 4800만원을 편성한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부각됐다. 그해 5월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5·18 기념식은 예년과 같은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기념곡 제창 불가 방침을 통보해 광주시민을 비롯한 각계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2013 6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기념곡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여야 국회의원 158명의 찬성으로 국회 통과되며 일말의 가능성이 예측됐지만 여전히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보훈처는 기념곡 지정 관련법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지정을 미루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8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광주 북구갑)이 '국가기념일의 기념곡 지정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 논의를 앞두고 있어 '임을 위한 행진곡'이 과연 5·18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 있을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5·18 기념식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2015년 5월18일 광주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대로 울려 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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