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립(坐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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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립(坐立)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5.1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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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옛날 옛적이 아니라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여러 가지 생활에 기본이 되는 교육을 시키셨습니다. 남에게 자기 자식이 책잡히는 것이 싫었고, 사회 기본교육이 되어 있지 않으면 본인의 아들이나 손자가 사회로부터 욕을 먹거나 “버릇없는 놈 또는 호로자식(막되게 성장하여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함이고 더 나아가서는 집안의 어른인 자기가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여러 기본 교육 중에 하나가 좌립(坐立) 교육이었습니다. 좌립(坐立)이란 문자 그대로 앉고 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앉고 서는 교육을 말합니다. 앉고 서는 것을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신체에 이상이 없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앉고 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좌립교육이란 방안과 길거리 등의 공간에서 남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앉고 서는 본인도 불편하지 않을 자리를 택해서 앉고 서는 교육을 말합니다.

좌립에 이어 진퇴(進退), 즉 그 자리에서 물러나고 드는 교육까지도 암암리에 시켰습니다. 옛날 분들은 체면(體面)을 매우 중요시 했습니다. 특히 양반의 체면은 죽고 사는 것 보다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 특히 남의 눈치를 볼 것도 없고 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우습고 황당하기까지 할 것입니다. 그러나 좌립과 진퇴는 옛날 옛적의 기본 교육이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하고 중요한 교육입니다. 현재는 생활의 필수품이 된 자동차 문화를 봅시다. 문화라는 용어는 생활(生活) 자체를 말합니다. 그래서 교통문화, 생활문화, 시장문화 등등 어떤 생활에 문화를 붙여 말하는 것입니다.

요즘 교통문화는 어지럽기 짝이 없습니다. 주차장이 없어 도로를 만들면 으레 한 개의 차선은 주차장이 되어 버립니다. 이면 도로는 양쪽으로 주차하는 바람에 2대의 차가 비켜가기가 쉽지 않아 도로가 차로 밀리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을 만들고 만든 후 계도를 하고 홍보를 한 다음 강제 집행을 하는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경범죄도 많고 교통법규도 많지만 그걸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단속을 하지 않습니다. 이러다가는 차가 길을 다닐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차 공간이 없어 행해지는 폐습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주정차를 하면 서로가 편한 사회가 될 텐데, 자기만 편하면 타인은 생각을 하지 않는 자기 편의주의적인 발상에서 나온, 즉 좌립교육이 되지 않는 사회 병리현상입니다.

좌립에 관련된 용어가 뜻하는 또 다른 하나는 출사(出仕)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진퇴(進退)입니다. 조선시대에는 관직에 나가는 것을 출사(出仕)한다고 했습니다. 필자는 현대에서 출사라 함은 공무원을 비롯한 공직에 나거나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포함한 용어로 그 의미를 넓혀서 사용하고 싶습니다. 특히 고위 공직을 맡는 것을 출사라고 하고자 합니다. 요즘의 인사비리, 낙하산 인사 등은 좌립을 모르는 사람들의 행위입니다. 고위공직자들의 상당수는 그 자리에서 나오면 그것으로 고위공직 생활을 마무리하지 않고 또 다른 고위직을 얻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서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립니다. 사람은 자기의 능력과 나이를 생각하여 들고 나감을 분명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그런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국가 사회의 책무일 뿐만 아니라 가정의 책무인 것입니다.

가정교육이 살아나야 합니다. 옛날에는 조부모(祖父母)와 부모(父母)로부터 인간 사회의 기본질서에 대해 많은 가정교육을 받았습니다. 특별한 강의나 수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밥상머리 또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정교육이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정은 학교공부가 제일이어서 수학 영어 국어 등 주요 교과목의 성적향상을 위해서 학교나 학교로 내몰려 이런 기본질서에 대한 자연스러운 가정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지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커서 효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어느 새 불효자가 되어 부모의 가슴을 후벼 파는 자식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균형(均衡)과 조화(調和)를 이루는 질서가 도(道)인 것입니다. 우주의 1024에 이르는 수많은 별들이 충돌을 일으키지 않고 운행되는 것은 바로 균형(均衡)과 조화(調和)를 이루는 질서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사회, 특히 우리지역사회의 구성원들도 균형(均衡)과 조화(調和)에 의한 질서를 유지하여 너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을 실천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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