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왜 아기를…'영아 시신 택배 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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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왜 아기를…'영아 시신 택배 사건'의 재구성
  • 오영수 기자
  • 승인 2015.06.0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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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에게 신생아 시신을 택배로 보낸 A(35·여)씨가 6일 전남 나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왼쪽 하단은 태아 시신이 담긴채 배달된 택배상자 겉모습.
자신이 낳은 갓난아기를 살해하고 시신을 고향의 어머니에게 택배로 보낸 '영아 시신' 택배배달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와 피의자의 진술을 재구성해보면 범인인 이모(35·여)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중 임신의 부담을 이기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8일 새벽. 항상 그랬듯이 이모씨의 퇴근은 그날도 늦었다. 포장마차에서 일을 마치고나니 시계바늘은 오전 2시를 훌쩍 넘긴 상태.

고된 노동과 임신한 무거운 몸은 천근만근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고시원 계단을 오르는 순간 진통이 시작됐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이씨의 몸에서 50cm가 될까말까한 작은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이씨는 당황했다.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어찌할바를 몰랐다.

그 순간 이씨에게는 출산의 고통도 기쁨도 없었다. 여자에게 가장 큰 행복이자 동시에 고통이라는 출산이 그에게는 당혹스러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기의 입을 막고,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아기는 두번 다시 울지 못했다. 고시원 계단에서 태어난 아기는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아기가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한 이씨는 그제야 자신이 한 행동이 살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이씨는 숨진 아이와 자신의 고시원 방에서 엿새를 보낸 후, 지난 3일 오후 2시36분께 서울 강동우체국에서 아이의 시신이 담긴 상자를 전남 나주에 사는 어머니에게 택배로 보냈다.

5년전 상경해 사실상 연락도 끊긴 어머니였다. 하지만 분명히 자신을 대신해 아기를 잘 수습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에 대한 미안함도 고향으로 보내게 된 또 다른 이유였다.

흰색 수건과 검정색 운동복 바지로 숨진 아이를 감싼 다음 빨간색 비닐가방안에 집어넣었다. 가로 30㎝, 세로 20㎝ 크기의 택배상자에 '저를 대신하여 이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라는 내용의 메모도 함께 적어넣었다.

택배는 다음날(4일)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 거주하는 이씨의 어머니 집으로 도착했다.

택배송장에는 이씨가 가명으로 사용하는 '이아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이를 알아보지 못한 이씨의 어머니는 부패한 영아의 시신을 보고 깜짝 놀라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택배가 발송된 서울 강동우체국 CCTV를 분석, 서울 광진구 구의동 한 포장마차에서 일하고 있는 이씨를 5일 오후 5시50분께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초기 이씨의 휴대전화 착신이 정지돼 검거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알고보니 생활고로 인해 요금이 연체된 것이었다. 형편이 많이 어려웠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광주지법 영장전담 김동관 판사는 7일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이날 오후 영장을 발부했다. 도주의 우려가 있고,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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