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광주 백마산 승마장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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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광주 백마산 승마장 건축
  • 오영수 기자
  • 승인 2015.06.1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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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매각·특혜 허가 1년여 만에 '들통'
배후로 지목된 전임 구청장은 '묵묵부답'

▲ 광주 서구 그린벨트 내 승마장 건축현장
광주 서구의 그린벨트 지역 내 백마산 구유지가 지난해 전임 구청장 임기 말 헐값 매각되고, 승마장 인·허가마저 일사천리로 진행돼 울창한 주민들의 숲이 민둥산이 됐다.

반복 유찰로 거의 50%나 할인돼 매각된 배경과 절차상 수많은 오류를 남긴 채 진행된 승마장 건축 허가를 놓고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그러나 구청은 "전임 구청장 시절의 일이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감사 당국은 "문제없다"는 말로 뒷짐만 졌다.

결국 구의회, 언론, 주민,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에 마지못해 광주시가 두 번째 감사를 벌인 후에야 1년여만에 부지매각과 승마장 허가를 둘러싼 위법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 전임 구청장 퇴임 직전 헐값 매각·특혜 허가 '일사천리'

지난해 6월 2일 6·4 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광주 서구청이 보유하고 있던 광주 서구 서창동 산 55-1번지 외 11필지 14만4천502㎡ 부지가 광주 지역 모 건설업체 아들에게 매각됐다.

해당 부지는 매각 직전 5년 동안 기준가격이 27.7%나 급상승한 '알짜배기' 구유지였으나 반복 유찰로 거의 반값에 매각됐다.

2011년부터 모두 30회 매각공고를 내고 2013년부터 2014년에만 6차례 반복 유찰로 매번 10% 이내로 가격이 깎였다.

7번째 공고 만에 예정가격 22억1천700만원의 겨우 절반(58.6%) 수준인 13억여원에 헐값 낙찰됐다.

건설사 측은 그린벨트 지역인 백마산에 승마장을 짓겠다며 부지를 사자마자 허가를 요청했고, 구청은 담당공무원을 휴일 근무까지 시키며 관련 업무를 진행해 구청장 임기 마지막 날 최종 허가서를 발부했다.

◇ 특혜의혹 불거졌지만 지자체·감사당국 "문제없어"

곧바로 헐값 매각을 비판하고 특혜 허가 의혹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구의회의 한 의원은 서구청이 김종식 전 구청장 시절 약 300억원이 넘는 잉여금을 확보했으면서도 지방채 상환을 이유로 백마산 구유지를 매각한 배경을 추궁했다.

언론은 그린벨트 부지 내 승마 건축 허가의 적법성도 따졌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녹지공간 훼손을 비판하며 원상복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은 "전임 구청장의 '정치적 행위'에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다"며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남의 일처럼 대했다.

주민감사청구와 언론의 문제제기에 1차 감사를 벌인 광주시는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가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뒤늦게 추가 감사에 나섰다.

◇ 두 번의 감사 끝에 드러난 매각·허가과정 '위법 복마전'

광주시와 서구청이 "문제없다"고 장담하던 서구 백마산 구유지 승마장 건축 문제는 두번째 감사에서 '총제적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청사 신축 재원 마련이라는 백마산 구유지 매각 사유가 사실상 소멸했는데도 서구청이 매각을 강행해 헐값으로 구유지를 팔아버린 사실이 확인됐다.

또 승마장 건축허가 과정의 위법 사항도 10개 항목에 달했다.

토지형질변경 면적을 기준보다 11배 늘려 허가하거나, 개발제한구역 보전부담금을 1억1천300여만원 적게 책정한 사실들이 밝혀졌다.

감사 결과는 '전방위적인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충분히 사고도 남을 만했다.

광주시 감사실은 감사결과를 서구청에 통보하며 직원 15명 대한 중징계 등 인사조치를, 서구청에 대해서는 기관경고 등 강도 높은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 전 구청장 '묵묵부답'…위법 승마장 건축 재개 여부 관심

감사결과 해당 부지의 매각과 인허가 과정의 결정적 시점에 김종식 전 서구청장이 담당 업무 공무원들에게 구유지 매각과 승마장 허가를 독촉한 사실이 수차례 확인됐다.

김 전 구청장은 부지 매각 과정에서 매각 지시를 수차례하고, 담당 공무원을 불러 상황을 점검했다.

부지 매각 이후에는 승마장 허가를 위해 김 전 구청장과 건설사가 번갈아가며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어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

그러나 김 전 구청장과 건설사 측은 해명조차 하지 않은 채 입을 닫고 있다.

경찰은 그동안 내사했던 이 사건 내용을 감사 자료 검토 후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검토할 계획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위법으로 점철된 승마장 건축을 중단시키고 숲을 복원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구청 측은 감사결과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현재 공사 중단 조치를 내린 승마장에 대한 건축 재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건설사 측의 민사 소송 제기를 우려해 지적사항을 수정한 후 공사를 재허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사회가 원하는 숲 복원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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