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격리는 끝났지만 생계가 막막…"
상태바
"메르스 격리는 끝났지만 생계가 막막…"
  • 김재권 기자
  • 승인 2015.06.22 11: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격리 해제 '보성마을' 주민들 어려움 토로

▲ 22일 오전 전남 보성군 보성읍의 한 마을에서 12일째 메르스 확산 우려로 격리된 마을이 격리해제돼 마을 주민들이 웃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다.
"격리가 해제돼 좋기는한데 손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군도 나몰라라, 정부도 나몰라라 하니 정말 답답하네요."

22일 오전 10시께 전남 보성군 보성읍 주음마을 주민 이광홍(53)씨는 집 마당에서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의 평범한 일상같이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지난 12일간의 '창살없는 감옥' 생활이 가져다 준 현실적 부담에 대해 토로하는 자리였다.

이 마을은 지난 10일 오후 6시부터 22일 자정까지 12일간 외부와 격리됐다. 이 마을에 전남지역 첫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이자 지난 19일 완치된 A(64)씨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메르스 때문에 전국에서 두번째로 마을이 통째 격리되자 주민들은 마을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이씨는 약 1000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게됐다.

이씨는 "격리된 12일동안 속이 새까맣게 탔다. 물론 우리 마을에 더 이상의 메르스 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너무나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메르스 격리조치는 이씨를 비롯한 이 마을 주민들에게 또 다른 현실의 부담감을 안겨줬다.

이씨는 "사실 그동안 아픈 사람을 앞에 두고 돈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이번 달부터 농기계 값 할부금을 어떻게 내야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앙기로 모내기 시즌 한 철 '반짝 벌이'를 하는 이씨는 12일 동안 마을 밖으로 나가지 못하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이씨는 "하루 동안 이앙기로 다른 사람 논에 모내기 작업을 해줬을 경우,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런데 이번 격리 동안 전혀 벌지 못했다"며 "가장 크고 어떻게 보면 유일한 '대목'을 놓친 것이다. 모내기는 딱 이 시즌에만 할 수 있는데…다 끝나버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씨는 "격리가 해제돼 좋기는한데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군도 나몰라라, 정부도 나몰라라 하니 정말 답답하다"고 했다.

▲ 22일 오전 전남 보성군 보성읍의 한 마을에서 12일째 메르스 확산 우려로 격리된 마을이 격리해제돼 마을 주민이 논에 비료를 뿌리고 있다.
마을의 일용직 근로자들은 다시 일자리를 구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일용직 근로자 임석순(62)씨는 "정부가 지원한 긴급 생계비는 평소 소득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열흘간 자리를 비우면서 일자리를 잃게됐다. 생활비도 이미 바닥났는데 빨리 (일자리를) 구해야 할텐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임씨는 "정부가 긴급생계비를 지원하는 것을 보면 마치 교도소 재소자에게 주는 사식 같은 느낌"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주음마을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이모(64)씨가 지난 1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그날 오후 6시부터 사실상 폐쇄조치 됐다.

창살없는 감옥과 같은 생활이었지만 17가구 32명의 주민들은 12일 동안 그 누구도 마을을 이탈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의심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위해 이들은 정부의 말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국정에 적극 협력한 이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