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염치[沒廉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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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沒廉恥]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9.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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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사람들은 몰염치 하다는 말을 가끔 사용합니다. “아, 그 사람 몰염치한 사람이여, 조심하라고” “ 아, 그 놈 몰염치한 놈이야, 상대하지 말라고...” 등의 말을 합니다. 몰염치[沒廉恥]란 국어사전에 염치가 없다는 말“이라고 풀이해 놓았습니다. 염치(廉恥)란 체면을 생각하거나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몰염치란 염치가 빠져나가 염치가 없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영어로는 impudence 또는 shamelessness라고 합니다. 뻔뻔스럽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말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몰염치한 사람이 많지만 자기는 몰염치하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등잔 밑이 어두운 것을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끔 몰염치한 사람을 여기저기에서 보지만 최근에 제가 경험한 몰염치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을 하나 소개하고자합니다.

금년 봄에 우리 농장으로 승용차 한대가 느닷없이 나타나 쏜살같이 달려들어 산 아래로 계속 직진을 했습니다. 내가 “누구시냐”고 소리쳤습니다.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면서 그 중 한 사람이 ”나요~“라고 했습니다. 멀리서 보니 우리 동네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 아, 주인에게 말을 하고 들어 와야지 남의 농장에 무단으로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거요? 하고 소리를 쳤습니다. 그래도 내 소리는 아예 무시하고 두 사람이 승용차를 우리 농장에 세워놓고 산으로 쏜살같이 올라가 버렸습니다. 2-3시간 후에 그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미안하다든지 하는 말 한 마디 없이 휭 하니 승용차를 타고 달려 가버렸습니다. 나는 참 실없는 사람들도 다 있다고 생각하고 그 일을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동네 한분이 우리 산에 염소를 키워 보라고 강권(强勸)을 해서 “잘 알겠다. 다음에 말씀드리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오간 얼마 후에 이슬비가 오락가락해서 아내와 함께 산책 겸 염소농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염소 사육에 관한 정보와 지식을 좀 얻으려고 뒷산 고개 넘어 염소농장으로 갔습니다. 산길에 시멘트 포장이 거의 다 되어 있었으나 몇 군데서 비포장 길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걷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산을 거의 다 내려왔는데 길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한쪽은 잡초와 나무가 무성해서 통행이 거의 불가능했으나, 또 다른 길은 걷기에 불편이 없을 정도여서 그 길을 택해 올라갔습니다. 능선을 넘자마자 염소를 키우는 농장이 나타났습니다. 염소가두리(사육사)에 수많은 염소가 가두어져 있었습니다. 사육사와 염소에서 나는 냄새가 코를 찔러 호흡하기가 역겨웠습니다. 순간적으로 염소는 못 키울 것 같다. 만약 주위 분들의 권유로 사육하게 되는 경우에 5마리 이내로만 키워야 할 것 같다란 생각이 번쩍 스쳐갔습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그 농장 안에 기와집이 하나 보여 그 기와집으로 내려갔습니다. 주인인 듯한 분이 열심히 무엇인가를 하고 있어 내가 인기척을 하면서 수고 하신다고 인사를 건넜습니다. 농장 주인이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어서 여기에 온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그 주인은 ”염소를 키우는 것은 어렵지만 키우면 재미있다. 그러나 초기 자본이 있어야 한다. 대량으로 사육하면 더욱 좋다“ 그리고 사육방법, 염소를 파는 방법 등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말해 주었습니다. 농장 주인과 대화가 예상 밖으로 길어졌습니다. 그때서야 그 주인은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을 말했더니 “아, 그 동네 사는 모씨(某氏)와 함께 지난 봄에 그 산에 간 적이 있습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아니 그 농장 주인이 봄날 우리 농장을 무단출입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그 농장 주인에게 ”아니 지난 봄에 우리 농장을 무단출입한 분 아니오?“ 하니까 그 농장 주인의 말이 ”세상에 주인 없는 땅이 어디 있느냐? 남의 농장에 무단출입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소”라며 뚱딴지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보 당신의 염소농장에 아무나 무단출입해도 당신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요? 당신은 공로(公路)도 막아놓고 사람의 통행을 막고 있는 사람 아니요?” 했는데도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별로 미안한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50대 중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이기적이고 몰염치할까 싶어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길 아래로 조금 더 걸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무례하고 몰염치한 세상이 되어 버렸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길을 걷는 동안에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런 몰염치한 짓은 모두 교육의 잘 못 때문입니다. 잘 살고 잘 먹는 교육, 나만 그리고 내 자식만 남보다 더 출세하기를 바라는 교육이 온 세상을 뒤덮고 있는 실정입니다. 요즘 정부에서는 인성교육(人性敎育)을 강조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지식인들과 단체가 자기들도 인성교육에 헌신(?)하겠다고 준비를 하는 모양입니다.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을 하겠다는 나는 인성(人性)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고, 다른 사람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시킬 수 있는 인성교육이 되어 있는 사람인가 입니다. 사회교육과 가정교육 그리고 학교교육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었는데 인성교육을 시키겠다니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이런 교육이라도 많이 그리고 많은 사람이 있어 다행입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회가 인성을 회복해서 몰염치한 사람이 생기지 않고 밝고 명랑한 사회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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