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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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이 좋다
  • 윤정한 위원
  • 승인 2015.09.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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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한 공학박사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먼저 “순창이 좋다”는 이 글은 순창을 홍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다만 필자가 2년 6개월 정도 살아오면서 순창이 살기에 좋다는 것이 느껴져 그냥 감성적으로 쓴 글이란 것을 밝힙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순창은 문자 그대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입니다. 골골이 명당입니다. 순창은 맑은 섬진강의 상류를 이루는 곳입니다. 산에는 나무가 많아 산은 어디서나 맑고 시원한 공기를 제공합니다. 산에는 계곡도 많아 크고 작은 지류(支流)가 많이 발달되어 있어 어디서나 맑은 도랑물을 볼 수 있는데 그 도랑물을 보고 있으면 정신까지도 맑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순창은 장수촌(長壽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곡순담(求谷淳潭)이란 말을 들어 보셨습니까? 구례, 곡성, 순창, 담양의 첫 글자를 모아 구곡순담이라고 합니다. 구곡순담이 우리나라에서 장수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장수의 원인은 바로 산자수명한 자연환경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필자의 제 아내는 비염을 심하게 앓았는데 요즘은 현저히 개선되었습니다. 언제 좋아졌는지도 모르게 좋아졌습니다. 자연환경 이외에 순창군에서는 보건의료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1개월 전에 제가 기르고 있는 강아지에게 손가락을 물린 적이 있어 진료 차 순창군보건의료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료를 받은 후 처방전을 가지고 치료비를 내려고 원무과로 갔는데 간호사가 순창 주민은 무료라고 하면서 그냥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초진(初診)이니까 진료비와 처방비를 포함해 많아야 4,000원 정도 될 것이지만 간호사가 순창군민은 무료라고 하는 말을 듣는 순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아무런 인연이나 연고가 없는 순창에 약 2년 6개월 전에 귀농(歸農)했습니다. 마을 이장(里長)이 귀농인(歸農人)에게 군(郡)에서 사업비를 지원하니까 군청에 가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군청에 가서 나의 신분을 밝히고 찾아 온 이유를 말했습니다. 군 직원은 귀농인에게 군에서 보조비를 지원하는 내용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귀농인이 이천만 원 이내의 사업을 하면 그 중 1/2인 일천만원을 무상(無償)으로 지원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관정개발(管井開發), 저온저장고, 비닐하우스 짓기, 그리고 꾸지뽕나무 심기 등 네 가지의 계획서를 작성해 신청했는데 일정기간이 지나자 이상의 네 가지 사업을 허락하고 지원 예산액(豫算額)을 명시한 공문을 보내왔습니다. 4가지 사업 중 관정, 저온저장고, 비닐하우스는 산골에서 농사를 짓는데 필수품일 것 같아서 신청했던 것입니다.

수많은 수종(樹種) 가운데 꾸지뽕나무를 심은 이유는 첫째 꾸지뽕의 잎, 줄기 그리고 뿌리를 다 이용할 수 있고, 그것들은 제가 곤란을 겪고 있는 고혈당(高血糖)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하여 심은 것이고, 둘째는 꾸지뽕나무에는 병충해(病蟲害)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여 심은 것이며, 셋째 3년이 지나면 한 그루 당 20kg이상 열매가 열리는데 kg당 10,000원으로 고소득(高所得) 수종이라고 하여 심은 것입니다. 이런 이유가 제대로 얻은 정보인지 아니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인지는 몇 년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귀농한지 2년차에는 두릅을 심겠다고 신청을 했는데 선정되어 두릅나무 모종 구입비의 1/2을 지원해 주었고, 두릅에 줄 퇴비 구입비도 1/2을 지원해 주었습니다. 참 고마운 지원금(支援金)이었습니다.

제가 귀농하기 전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염려했습니다. 하나는 건강, 즉 나이가 들수록 병원과 가까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방범(防犯)문제이고, 나머지 하나는 동네 주민과의 화합문제였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의 지인(知人)들도 똑 같은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이 3가지 염려 중 가장 큰 문제가 주민과의 화합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신 교수님이 산촌에 가서 사셨던 적이 있는데, 수년전에 그 분에게 주민과의 불편한 점이 없느냐는 저의 물음에 그 분은 “동네주민들이 닭 한 마리 내면 나는 돼지 한 마리 내면 되는 것 아니겠소” 하셨습니다. 참으로 넓은 마음의 소유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욕심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다시 깨닫게 한 말씀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주민들의 대부분은 우리 부부에게 별 관심이 없는 분, 호의적인 분, 대단히 적극적으로 도와 주시는 분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히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이 좁아 자동차가 드나들기에 대단히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들어오는 길목에 조그마한 콩밭이 하나 있는데 그 콩밭을 가꾸시는 할머니에게 저의 사정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길을 좀 사용하게 해 주시면 사례하겠다고 하니까 그 할머니는 “사례는 무슨 사례여, 차가 드나들 수 있게 충분히 그냥 길로 써. 길 내주는 것 같이 큰 공덕이 어디가 있다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할머니를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에게 은혜, 아니 이익을 주면 좋다고 하고 불이익(不利益)를 주면 싫어하고 배신하는 존재물인 것입니다. 내가 남에게 양보하고, 이해하고 살면 그런대로 상생(相生)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는 순창에 귀농한 것을 잘 했다고 생각하고 날마다 조금씩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순창이 좋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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