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폭증, 집값폭락·장기 미분양사태 '경고등'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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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폭증, 집값폭락·장기 미분양사태 '경고등' 켜졌다
  • 김창용 기자
  • 승인 2015.10.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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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물량 쏟아지면 수요 위축이나 시장 냉각으로 연결될 수 있어"
건설업계 위기론?…입주시기 잔금 납부 중단되면 경영 어려워져

#1.서울-용인 고속도로 서수지IC 인근에는 경기 용인시 성복택지개발지구가 위치해있다. 지난 2008년 성복자이1~2차와 성복힐스테이트1~3차 등 브랜드아파트 3542가구가 동시 분양에 나섰다. 하지만 중대형 위주의 구성인데다 분양가도 비싸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대다수 물량이 주인을 찾는데 실패했다. 서수지IC와 가까운 성복고등학교 인근 사거리에는 성복자이와 성복힐스테이트를 할인분양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분양한지 9년이나 됐고 입주한지 4~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악성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2.신규 분양시장이 경직되면 위기는 건설업계로 이어진다. 2007년 밀어내기 분양에 나섰던 건설업계는 2008년 이후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며 위기를 맞았다. 신용등급이 'A'였던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B등급이거나 더 낮은 건설사들도 다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주택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입주 시기에 자금을 융통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거나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적잖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집값이 조정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수요가 공급을 받쳐주지 못하면서 자연스레 주택가격이 하락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다.

미분양이 늘면 건설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잉공급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업계 전체로 위기론이 퍼질 수 있다.

◇폭증하는 공급, 수요는 마땅치 않아…집값 하락 신호탄?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1일 국토교통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택 인허가 실적은 8월까지 45만2185가구에 달한다. 4개월치를 빼고도 2013년(44만116가구) 수치를 넘어섰다.추세를 따져볼 때 주택시장이 상승기였던 2007년(55만5792가구)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에 달했던 2012년(58만6884가구)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수요는 이에 못 미친다. 국토부와 국토연구원이 2013년 마련한 장기주택종합계획을 보면 연평균 주택 수요는 39만가구 수준이다. 올해 공급된 아파트만 따져보더라도 '초과공급' 상황인 것이다.

공급 과잉은 필연적으로 주택가격 조정 국면으로 이어진다. KB국민은행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2005년 1월 69.7이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2013년 3월 기준 100.0)는 2006년 1월 74.3, 2007년 1월 85.05으로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2008년 1월에는 86.1로 상승세가 꺾인 이후 답보상태로 들어선다. 2008년 9월 89.3까지 올랐다가 2009년 1월에는 87.4로 하락한다. 공급 과잉에 따른 조정기를 겪은 것이다. 이후에도 보합세를 보이던 매매가격지수 곡선은 2011년에 들어서야 오름세를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돼 2007년 일시적으로 공급이 몰린데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 겹쳐 부동산 시장이 정체된 것이다.

이를 놓고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부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와 상황이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것만으로도 부동산 시장에 경고등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2008~2009년은 금융위기라는 경제적 요인 때문에 급격한 하락이 있었던 것이라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건설사들이 분양 물량을 계속 쏟아내면 수요 위축이나 시장 냉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급증한 미분양 물량에…아직까지도 남아있는 잔상

물량이 쏟아지고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자연스레 미분양 물량도 증가한다.

2006년 7만3772가구였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2007년 11만 2254가구로 10만 가구를 넘어선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경기가 최악이었던 2008년 16만5599가구로 정점을 찍는다. 이후 신규 주택공급이 줄고 건설사들이 각종 자구책을 동원하면서 미분양물량은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경기도만 놓고 보면 상황은 또 다르다. 2006년 3769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 물량이 2007년 1만3643가구, 2008년 2만2795가구로 점차 늘더니 2009년을 제외하고는 2013년까지 2만가구를 넘는 수준으로 유지된다. 2008년~2013년 경기도의 연평균 미분양물량은 2만2786가구다. 경기도의 미분양물량은 지난해 들어서야 1만4723가구로 떨어졌다.

지방의 분양물량이 줄어드는데도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이 유지됐던 것은 △중대형 주택형이 많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도금이나 잔금을 감당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는 이른바 '입주대란'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여파는 아직까지도 시장에 남아있다. 올 8월 말을 기준으로 경기도의 미분양 물량은 1만2428가구에 달한다. 이 중 85㎡를 넘는 중대형 주택형은 4844가구로 38.9%에 달한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만 놓고 보면 5511가구 중 4196가구가 중대형 주택형으로 무려 76.1%다.

올 4분기 경기도에는 6만여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있다. 6만여 가구의 물량이 입주를 맞는 2017년 이후에는 수도권 신도시를 위주로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입주 시기에 '입주대란'이 일어나거나 집값 조정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와 올해 분양물량이 예년보다 많았던 지방 광역시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공급이 많더라도 소화가 되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당연히 가격이 떨어진다"며 "입주가 많은 지역에서는 가격 하락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물량 증가, 건설업계에도 악영향"
이는 건설업계에도 좋지 않은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가격 조정기에 들어서면 수요자들이 신규 공급되는 주택을 외면하거나 앞서 계약한 주택들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잔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경영난을 겪을 수 밖에 없어서다.

김 연구위원은 "청약열기가 뜨거울 때 편승해 무리하게 공급한 경우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결국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잔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현상은 2007년 공급과잉의 후폭풍이 닥친 2010년~2011년 사이에도 나타났다. 수도권 중견 건설업체인 성원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남양건설도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당시 법정관리에 돌입한 남광토건은 두 차례 매각을 추진했으나 모두 실패한 뒤 지난달에야 세운건설 컨소시엄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7년 이후 과도한 주택공급과 금융위기가 겹쳐 건설업계는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며 "분양 속도나 가격을 조절해야 하지만 '지금 같은 호경기가 언제 또 오겠느냐'는 생각이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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