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국제스포츠 도시가 된 기분이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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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가 국제스포츠 도시가 된 기분이었다(1)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5.10.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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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하계U대회 자원봉사 활동체험기]

▲ 광주U대회 자원봉사자 최준원

◇참여 동기

나이 70을 넘긴 사람이 영어 통역 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필자가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러나 대회를 알리는 7월 3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던 폐막식까지 2주 가까운 날들은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다. 14일에 폐막한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143개 국가, 3,000여개의 대학에서 13,000여명의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세계 대학생 스포츠 축제이자 광주가 생긴 이래 가장 큰 국제행사였다.

대학에서 30여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사회에 미력이나마 기여코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처음엔 조금 망설인 것도 사실이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하계 U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세계인들에게 광주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라도 단순한 자원봉사자의 차원을 넘어 그 이상의 사명감을 가지고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광주가 보다 미래 지향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선진문화도시, 국제컨벤션도시, 국제스포츠도시로 도약해 나가야 한다고 평소 생각해 온 터였다. 무엇보다 이번 세계적인 스포츠행사를 계기로 외지인들이 다시 찾아오고 싶은 광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컸다.

◇봉사활동을 위한 준비

필자는 광주시가 자원봉사자의 외국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 시행한 영어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소정의 직무교육과 심화교육까지 열심히 받았다. 영어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 중학교 1, 2학년 영어 교과서를 몇 번 읽고 나서 아리랑 TV와 중국의 영어 문화 방송인 CCTV를 시청했다. 부상당한 선수들과 환자를 응급 처치하고 치료하는 의무실에서의 통역은 대화할 내용이 일반 회화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하지 않은지 너무 오래되어 막막하고 긴장이 되었다. 그래서 미국에 이주하여 4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친구에게 환자에게 물을 수 있는 말들을 구어체 영어로 써서 보내달라고 했더니 메일을 보내줘서 유용하게 활용했다.

메일을 보낸 친구는 오직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미국으로 이주하였고 첫째는 하버드대를 나와 백악관에서 연방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와 셋째는 각각 프린스턴대학과 MIT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친구 부부는 지금도 오피스 건물에서 작은 스낵 식당을 경영하고 있다.

◇봉사활동 체험 사례

광주월드컵경기장 체육관내에 설치된 의무실에서 영어통역 봉사 활동을 했다. 경기를 하다가 부상당한 선수 환자가 치료를 받기 위해서 의무실로 오면 의사와 간호사, 즉 의료진과 환자 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영어로 통역을 해주는 봉사활동이었다. 의사가 전문적인 처방을 하면 처방내용을 환자에게 알기 쉽게 일상적인 영어로 설명을 해주고 약의 복용과 사후관리 방법 등을 의사의 지시대로 시행하도록 통역을 해주었다.

7월 8일 오전, 가봉 선수가 1500m 달리기를 하다 도착지점 근처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양쪽다리를 다치고 왼손 팔뚝에 상처가 나 들것에 실려 의무실로 왔다. 필자의 봉사활동 중에 발생한 첫 번째 부상자였다. 양쪽 발에 마비가 와서 의사와 간호사가 응급조치를 하고 알약과 주사를 맞으라고 처방을 냈다. 환자는 약만 먹고 주사는 맞지 않겠다고 하면서 양쪽 발의 마비가 좀 완화되면 선수촌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간청했다. 그래서 의사에게 그의 뜻을 전달하여 약을 먹고 난 후 3~40분 정도 얼음 팩을 하고 조치를 취하게 한 후에 선수촌으로 이송했다.

그런데 이 환자와 관련하여 발생한 하나의 해프닝이 있었다. 가봉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이곳 경기장에는 오후 5시까지는 경기장의 4개의 코너에 천막을 쳐놓고 그 속에 간호사 1명과 영어통역 봉사자 1명과 들것을 운반하는 학생봉사자 6명이 환자 발생에 대비하여 대기하고 있었고, 의사는 1명만 한 개의 코너에 배치되어 있었다. 필자는 의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윽고 선수가 넘어지자 경기장 대각선방향에 있던 의사가 운동장 가운데를 가로 질러가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의무실로 데려왔다. 이때 FISU에서 파견된 집행부의 외국인 의사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와서 강력히 항의를 했다. “경기장 트랙이 400m인데 그 넓은 곳에 의사 1명만 배치하다니 말이 되느냐, 선수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사안인데 이렇게 허술하게 대비하다니 한심하다, 특단의 조치를 하라, 수치스러운 줄 알라”고 하면서 "Be shameful"을 4번이나 외쳐댔다. 저비용 고효율 정책을 비난한 듯 했다. 다음에는 지체 없이 잘 하겠다고 달래서 보내야만 했다.

또 7월 8일 2시 50분경, 카자흐스탄의 Dmitri라는 이름의 선수가 허들경기를 하다 허벅지에 쥐가 나서 넘어졌다. 들것에 들려 의무실로 와서 얼음으로 찜질을 하고 필요한 조치를 받았다. 이 선수도 선수촌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사정을 해서 의사와 상의 한 후 선수촌으로 이송해 주겠다고 했더니 “Thank you”를 연발했다.

* 환자들은 대체적으로 화정동 선수촌에 설치된 병원이 양방, 한방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고 마사지 시설과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부상당한 선수들의 대다수가 처음부터 선수촌 병원으로 이송해 달라고 애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7월 11일 오후 4시경, 코스타리카의 여자선수(해머 아니면 포환던지기 선수)가 자꾸 몸이 굳어지는 것 같다며 마사지를 좀 해달라고 자기 나라 임원과 같이 찾아 왔었다. 하지만 당시 의무센터에는 마사지하는 요원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돌려보냈다. 여자 선수는 아쉬움과 난감함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갔고 나 역시 참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기장 안에서 수많은 선수들이 시합을 하고 있으니 이곳에도 마사지 전문 인력을 배치하면 효과적인 서비스를 해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7월 11일 오후 8시경 러시아 Valentin Morozov 선수가 들것에 실려 의무실로 왔다. 경주를 하다가 넘어져 발목과 인대를 다친 것이다. 의사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서 환자와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 했으나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내가 순발력을 발휘하여 복도로 나가 소리쳤다. “러시아 선수가 부상을 당했는데 여기 러시아 선수 없소?(Russian player is injured. are there Russian players here?)” 그러자 3명이 달려왔다. 그들도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선수가 본국에서 같이 온 의사를 그 자리에서 스마트 폰으로 불러들였다. 곧바로 현장으로 온 의사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우리 측 의사는 종합병원(이곳에 의사와 구급차를 파견한 서광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하자고 권유했다. 하지만 러시아 의사는 우선 선수촌 병원으로 가서 거기서 가능한 정밀검사를 해본 후 결정하자고 하여 한국의료진과 통역 봉사자 문다은 양이 같이 구급차를 타고 선수촌으로 갔다.

이번에도 FISU에서 파견된 집행부 외국인 담당의사가 우리 의료진이 처치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우리 의료진들이 지금 처치하는 과정에 대해서 무슨 조언 할 것이 있느냐.”고 질문을 했더니 “아니, 전혀 없다. 매우 잘 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Good job! Good job!” 을 연발하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크게 칭찬을 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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