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신세계] 위안부 고통 조명…‘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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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영화 신세계] 위안부 고통 조명…‘귀향’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6.02.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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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조명한 영화 ‘귀향’이 개봉 첫날 관객수 15만명을 넘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극장가 최대 비수기인 2월 말에 개봉한 '귀향'은 좌석점유율 42.5%를 차지하며, 2월 말 개봉작 중 개봉일 역대 최고 좌석점유율을 보였다. 이 수치는 지난 8월 여름 최대 성수기에 개봉하며 2015년 최고 흥행 스코어를 차지한 영화 '베테랑'의 개봉 첫날 좌석점유율과 맞먹는 수치여서 의미를 더한다.

25일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귀향’은 개봉일인 지난 24일 전국 507개 스크린에서 2114회 상영되면서 15만3783명(매출액 점유율 23.1%)을 모았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에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하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극영화다.

영화는 제작에 착수한 지 무려 14년 만에 7만5000명이 넘는 국민의 후원과 배우·제작진의 재능기부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한때 이후 투자배급사를 찾고, 상영관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언론과 평단의 호평, ‘귀향’의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온라인 청원이이어지면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형 극장업체가 상영에 동참했다.

 

‘귀향’은 '집으로 돌아온다'는 뜻이 아니라 '귀신들의 고향'을 뜻한다. 위안부 생활을 하며 타국에서 숨진 소녀들이 나비가 되어서라도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넋의 귀향을 희망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1943년, 거창의 한 마을에서 천진난만한 열네 살 정민(강하나)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난다.

전국 각지에서 온 꽃다운 나이의 여성들이 기차에 실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간다.

 

소녀들은 영문도 모른 채 무지막지한 군홧발 아래서 성노예로 부림당한다. 끔찍한 삶 속에서 소녀들은 존재 자체로 서로의 위안이 된다.

그곳에서 정민은 한 살 위 영희(서미지)를 만난다.

"여기가 지옥이다 야."

차디찬 전장 한가운데 버려진 정민과 아이들. 그곳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일본군만 가득한 끔찍한 고통과 아픔이었다.

1991년 현재엔 성폭행을 당해 반쯤 미친 소녀 은경(최리)이 있다(1991년은 고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세상에 드러낸 해다).

 

은경은 만신 송희(황화순)의 신딸로 지내다 과거 위안소 생활을 했던 영옥(손숙)을 만난다. 은경은 꿈을 통해 영옥의 악몽을 보고 이들의 넋을 고향으로 데려올 씻김굿을 준비한다.

영화는 은경을 영매 삼아 과거와 현재를 이으며 남성의 폭력에 짓밟힌 여성들끼리의 연대를 그린다.

조정래 감독은 ‘나눔의 집’ 봉사활동 중 만난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귀향’의 시나리오를 썼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지나치게 남성과 여성의 적대적 구도로 이분화한 경향이 있지만 영화는 충실하고 묵묵한 태도로 가해자는 가해자로, 피해자는 피해자로 묘사한다.

여러 차례 등장하는 수평 트래킹숏은 잔혹한 전시효과를 낳는다.

분숙(김시은)은 “우린 벌써 다 죽은 기야. 여기가 지옥이다야”라고 말한다.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생은 은경의 씻김굿이 펼쳐질 때까지 고통스럽게 전시된다.

모두가 굿판을 지켜보는 가운데 일본군 유령들도 군중 사이에 섞여 있다.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게 서서 ‘보이는 자’를 비웃고 있는 광경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이슈가 작금의 한국 사회 안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은유하며 오싹한 현실을 일깨운다.

조정래 감독, 강하나·최리·손숙 출연. 127분. 15세 관람 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35843&mid=2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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