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민속박물관을 리모델링해 역사박물관으로 개편한다는 광주시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지역의 문화단체는 "광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지역 중심형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문화도시협의회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세미나실에서 '광주역사관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조광철 광주시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의 기조발제에 이어 김덕진 광주교육대학교 교수, 박재상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학예연구사, 박선정 광주대학교 겸임교수,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기획실장, 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김덕진 교수는 '광주역사관 무엇을 담을 것인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광주는 역사적으로 분청·의병·학생운동·민주운동 등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 지역명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며 "광주의 역사가 전국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는 호남의 거점 도시였던 만큼 광주역사박물관을 이 상태로 개관해도 되는가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백화점 방식의 전시 위주를 지양하고 표류하는 일이 없도록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정 교수는 발제문을 통해 "광주역사박물관은 성급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다"며 "유럽의 역사문화도시들은 도시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담긴 문화유산에 역사박물관을 건립하는 경우가 많다"고 발표했다.
또 "역사박물관이 있는 대구와 부산, 목포의 경우 근대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건물을 활용했다"며 "현 중외공원에 있는 시립민속박물관을 리모델링해 1층은 역사관, 2층은 남도민속관으로 개편해 운영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박물관을 단지 역사적 사실이나 유물을 전시하는 단순한 공간으로 인식해선 곤란하다"며 " 역사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광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광주의 정체성이 하나로 응축된 공간임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시립민속박물관은 건축물로서 역사성과 상징성이 없으며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전시면적도 1230㎡의 작은 규모로 신축을 하지 않고 작은 규모로 역사관을 구축하겠다는 것은 시민들이 의아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광주역사박물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맥락들이 함께 다루어질 수 있도록 위치, 명칭, 주제, 전시내용, 전시형식, 규모 등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고 미래세대들의 교육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준수 기획실장은 "광주역사관 개관은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사업이다"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과 관련해 빈약한 콘텐츠를 보완하고 외지 방문객들에게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변곡점이었던 광주의 위상을 새롭게 환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객들이 흥미를 갖는 주제를 발굴해 역사의 산 교육장이 돼야 한다"며 "전시 콘텐츠의 시간적 범위는 근현대사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공간적인 범위는 광주의 도시 역사가 짧고 내륙 분지에 위치해 다양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광주와 인접한 시·군까지 폭넓게 수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사무처장은 "광주는 임란의병, 한말의병, 학생독립운동, 5·18과 같은 광주만의 역사이면서 한국사의 일부분인 역사를 보유하고 있다"며 "광주 역사박물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시, 연구, 교육이라는 박물관 기능을 넘어서 박물관이 지역 관광 자원이자 시민 삶의 문화적 원천이 되는 '시민이 소통하는 문화놀이터'이자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역사박물관의 특성을 살린 산업체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기획해 자립 경영을 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는 등 '광주역사박물관'은 미래 광주 역사만큼 폭발적 역동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시는 사업비 94억원을 들여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을 역사박물관으로 개편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