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신세계] 칸 영화제 진출작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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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영화 신세계] 칸 영화제 진출작 ‘곡성’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6.05.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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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자〉(2008)와 〈황해〉(2010)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올해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이로써 나 감독이 연출한 세 편의 영화 모두 칸에 초청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할리우드 영화사 이십세기폭스사가 제작·투자·배급한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은 낯선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외지인이 낚싯줄에 미끼를 걸어 던지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고다.

하지만 나홍진 감독이 던진 미끼를 피할 재간이 없다. 미끼를 덥석 문 관객들은 두 시간 반 동안 나 감독이 휘두르는 낚싯대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것도 정신줄 다 빠질 때까지.

감독의 낚시질이 멈춘 뒤에도 관객은 미끼를 뱉지 못한다. 단단히 낚여버린 것이다.

나 감독이 집요한 낚시꾼이라면, '곡성'은 두고두고 입맛을 다시게 하는 짜릿한 미끼다.

곡성은 마을 이름(谷城)이자 우는 소리(哭聲)다.

온몸에 두드러기 나고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이가 가족을 몰살하거나 불을 지르고 자살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이 마을에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독버섯을 잘못 먹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 산속에 사는 일본인(구니무라 준)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마을 경찰관 종구(곽도원)는 정체 모를 여자 무명(천우희)에게 "산속의 일본인이 귀신"이란 얘길 듣는다. 종구의 딸 효진(김환희)이 살인자, 방화범 등과 같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종구는 일본인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무당 일광(황정민)을 부른다.

딸의 숨이 넘어갈 지경인데 의사, 무당, 신부(神父)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종구는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종구가 믿는 만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보이는 만큼 믿는 것 같기도 하다.

피아(彼我)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에서 아무도 믿을 수 없었던 막막함이 머리 꼭대기부터 다리까지 타고 내려가 발끝에 오래도록 머문다. 곡성을 보는 내내 한기를 느낄 수밖에 없다.

전작(前作) '추격자' '황해'에서 사회와 밀착된 범죄, 폭력을 다룬 나 감독은 '곡성'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린다.

부활을 목격한 제자들에게 예수가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고 하는 누가복음 24장으로 시작하는 '곡성'은 '믿음'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크리스천인 나 감독은 무속 신앙에 대해 알기 위해 강원도 두타산의 암자에서 '수행자'들과 2개월 동안 머물기도 했다. 그는 "그들의 눈에는 영, 혼, 귀신이 어떻게 보이는 건지, 그들은 뭘 믿는지 알고 싶었다"고 했다.

악(惡)은 차별하지 않는다. 종구는 "왜 하필이면 내 딸이냐"고 울부짖지만, 그 이유는 끝내 알지 못한다. 나 감독의 시선은 폭력의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돌아갔다.

그는 "인간이 고통과 불행을 겪는 피해자가 되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아 만들기 시작한 영화다. 그걸 알려고 하다 보니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다루게 됐다"고 했다.

그가 다룬 초월적인 존재를 하나의 신이나 종교로 단정지을 수 없다. 신이거나 악마일 수도 있고, 선악과 상관없는 어떤 존재나 힘일 수도 있다.

나홍진 감독, 곽도원·황정민·구니무라 준·천우희 출연. 156분. 15세 관람 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21051&mid=3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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