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부르자" 8년째 갈등…'님을 위한 행진곡'은 어떤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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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부르자" 8년째 갈등…'님을 위한 행진곡'은 어떤 노래
  • 오영수 기자
  • 승인 2016.05.13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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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님'과 가사 '새날' 해석이 논란의 단초…제창·합창 미묘한 차이
▲ '님을 위한 행진곡' 악보 원본. 사진=5·18기념재단 공식블로그

'님을 위한 행진곡'이 5월 정국을 다시 달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회동 때 합창, 제창을 놓고 수년째 논란을 거듭해온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 지정을 요구키로 하면서 박 대통령이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8년간 이어온 논란의 종식 여부가 판가름난다.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노래 기원·의미

‘님을 위한 행진곡’은 유신잔재 청산을 위해 투쟁하다가 붙잡힌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1980년 서빙고 보안사에서 고문을 당할 당시 쓴 시 '묏비나리'에서 유래했다.

노래는 1982년 광주 북구 운암동의 소설가 황석영씨 집에 모였던 10여명의 문인들이 만들었다.

황씨가 '묏비나리'를 개작해 노랫말을 만들었고 '님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은 당시 모여있던 10여명이 함께 지었다. 여기에 당시 전남대생이었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곡을 붙여 완성했다.

이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 7곡, 사설 2편으로 구성된 음악극 '넋풀이'에 마지막 곡으로 삽입했다.

넋풀이는 계엄군에 사살된 5·18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9년 노동현장에서 '들불야학'을 운영하다가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됐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이후 강렬한 노랫말과 비장한 곡 흐름에 ‘님을 위한 행진곡’은 오월 광주를 대표하는 곡이자 한국 민주화 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노래의 원 제목은 '님을 위한 행진곡'이 맞으나 일부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글맞춤법상 첫글자인 '님'이 '선생-님' 등 높임말에 쓰이는 의존명사가 아닌 '사모하는 사람'을 뜻하는 '임'을 뜻하므로 사전 등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등재돼 있다.

국립국어원은 현대국어에서 의존명사는 본래 소리대로 적을 수 있지만 단어의 첫머리에 올 수는 없기 때문에 제목 앞자리에 '임'이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 1997∼2008년까진 제창·이명박 정부때부터 합창…논란 가열

님을 위한 행진곡의 위상을 뒤흔드는 논란이 시작된 때는 이명박 정부 2년 차인 2009년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이 정부 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공식 기념식에서 참석자 전원이 함께 부르는 제창 방식으로 불렸지만, 이때부터 공연단의 합창으로 대체됐고 공식 식순에서도 빠졌다.

일각에서 작사자 황씨의 행적과 함께 제목과 가사에 들어있는 '님'과 '새날'이 북한의 김일성과 사회주의혁명을 뜻한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황씨는 1991년 북한 작가 리춘구와 함께 북측 5·18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를 제작하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가열되자 작곡자 김종률씨는 "노래의 직접적인 모티브는 윤상원·박기순 열사였으며 넓게 생각하면 5·18에 희생당한 모든 분이 '님'이라는 것에 공감해 제목이 탄생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제창·합창 어떻게 다르나

합창(合唱)과 제창(齊唱)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적 의미의 합창은 여러 사람이 서로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 소리로 동시에 노래를 하는 것이다.

얼핏 비슷한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공식행사 때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물론 합창단이 부를 때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함께 불러도 무방하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한 VIP 입장에선 합창과 제창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합창을 할 땐 영상 카메라가 합창단에 포커스를 맞추지만, 제창을 하면 VIP를 포함한 참석자들을 비추게 된다.

따라서 5·18 민주화운동이 전국에 TV를 통해 생중계되는데 제창하게 되면 VIP 모습이 전파를 타게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5·18 기념식 때 악보를 보지 않고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족들과 합창한 모습이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5·18 기념식 때 자리에서 일어나 이 노래를 부르지 않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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