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논란' 효력 있을까…보완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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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논란' 효력 있을까…보완론 대두
  • 한정원 기자
  • 승인 2016.06.0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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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용대상 과다·`3·5·10만 규정' 실효성 논란
법망 피해가는 '편법 사회' 조장 우려도 제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은 부패 근절을 위한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9월28일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 매머드급 태풍이 몰아닥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김영란법 한계론'도 나온다. 구체적인 시행에 들어가면 법자체가 안고 있는 허점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400만명에 달해 실질적인 통제가 쉽지 않은 데다 법망을 피해갈 각종 편법을 봉쇄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 김영란법의 핵심은…부정청탁·금품수수 금지 =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수수 금지 등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먼저 김영란법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1천만∼2천만원의 과태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유형을 ▲ 행정처분·형벌부과 관련 청탁 ▲ 계약 업무 관련 청탁 ▲ 입학·성적 관련 청탁 ▲ 병역 업무 관련 청탁 ▲ 공공기관 평가·판정 업무 관련 청탁 ▲ 수사·재판 관련 청탁 등 15가지로 구분했다.

금품수수 제재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토록 했다는 점이다.

김영란법은 또 시행령을 통해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상한선도 정했다. 식사대접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이다. 김영란법이 `3.5.10법'으로 통칭되는 이유다.

특히 김영란법은 적용대상 직업군의 배우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배우자가 대신 금품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밖에 공직자나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받을 수 있는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도 설정했다.

◇ 적용 대상만 400만명…실효성 논란 =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학교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 등이다.

이들은 대략 240만명으로,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권익위는 추산하고 있다.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많아 실질적인 통제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김영란법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적용 대상 범위가 과도해 현실성이 없다"며 "먼저 일정직급 이상의 공직자를 대상으로 법을 적용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대다수 민간기업이 빠진 부분도 논란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기준 국세청에 신고한 한국 기업들의 총 접대비는 9조67억원에 달한다.

공직사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민간분야가 변하지 않는다면 부정부패 근절은 불가능하다는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 부정청탁 유형 15가지로 세분화…모든 유형 포괄했나 = 부정청탁의 유형을 15가지로 구분한 것도 논란이다.

당초 권익위 초안에는 부정청탁 유형이 없었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 명확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주요 부정청탁 유형을 세분화했다.

그렇지만 법에서 구체적인 유형을 정하다 보니 정작 빠져나가는 부정행위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해진 유형 외에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맹점이 있다.

실제로 한 공무원은 "부정청탁 유형이 명확하게 규정이 돼 있는데, 법을 어기고 부정청탁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법의 범위를 벗어난 사각지대에서 부정청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편법이 등장할 수도 있다.

예컨대 김영란법 시행령은 식사대접비를 3만원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데, 만약 1인당 식사대접 비용이 3만원을 넘으면 식사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제3자도 식사대접을 받은 것처럼 부풀려 1인당 식사대접 비용을 3만원 이하로 낮출 수 있고 아예 영수증 쪼개기를 할 수도 있다.

◇ 금액기준 현실성 있나…물가상승률 반영 숙제 = 당초 김영란법은 '벤츠 여검사'처럼 대가성이 없더라도 거액의 금품을 받은 공직자를 처벌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벤츠 여검사로 알려진 이모 전 검사는 최모 변호사로부터 벤츠 승용차, 40평대 전세 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등을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일각에선 김영란법을 따로 제정하지 않더라도 형법에 대가성이 없어도 일정 금액 이상의 금품을 받는 경우에 대한 처벌 조항을 넣으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경우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이라는 상한 규정은 기존의 공무원 행동 강령이나 공직자윤리법을 통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금액 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식사대접 비용 상한선의 경우 지난 2003년 5월 공무원 행동강령에서 3만원으로 설정했는데 13년이 지나서도 그대로 3만원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2만9천원은 되고 3만1천원은 안 된다는 무 자르기식 입법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다. 법 규정을 세분화해 향응 금액에 따라 차등 처벌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 국민은 '김영란법'에 찬성…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기대 = 국민은 대체로 김영란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영란법을 통한 부정부패 척결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7∼19일이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661명)가 김영란법 시행령에 찬성했고, 12%(120명)만이 잘못이라고 답했다.

또 김영란법 시행령에 찬성한 응답자의 27%는 '부정부패가 사라질 것'이라고, 11%는 '공직사회의 변화가 기대된다'고 답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러 논란이 있지만 법 취지에 공감한다"며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분노에 차 있는 만큼 일단 법을 시행한 뒤 문제점이 드러나면 보완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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