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보다는 책임을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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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보다는 책임을 선택하라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6.06.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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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재훈 연합뉴스 논설위원

정치와 복지 선진국이라는 덴마크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조명한 방송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끔 만든 내용이었다. 마침 20대 국회 출범과 함께 의원 특권 폐지 얘기가 다시 나오는 시점이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북유럽 국가들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 얘기만 나오면 모범 사례로 등장한다. 방송프로그램에서 보인 덴마크 의원들에겐 특권 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체 의원의 3분의 1 정도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얘기는 신기했다. 고급 승용차가 즐비한 우리 국회의사당에 비해 덴마크 의사당에는 소형 승용차가 대부분인 모습이었다. 의사당 앞에는 차와 오토바이가 아예 출입 금지다.

권위와 특권 의식이 없는 덴마크 정치인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엿보였다. 2인 1실로 의원사무실을 이용하는 광경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의원 2명당 1명의 비서가 지원되고, 사무실 가구는 자비로 산다고 했다. 45평 넓이의 쾌적한 사무실에 9명의 보좌진(보좌관 2명, 비서관 2명, 비서 3명, 인턴 2명)을 두고, 각종 명목의 수당을 붙여 국회가 개점휴업해도 꼬박꼬박 세비를 타가는 우리 의원들 모습과 더욱 대비됐다.

북유럽의 다른 나라인 스웨덴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방영된 또 다른 프로그램은 스웨덴 국회의원의 모습을 자세히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들에겐 전용차와 개인 비서는 물론 그 흔한 면책특권도 없다. 소박한 의원사무실과 보조 직원도 없이 24시간 홀로 일하는 의원 모습은 신기하다 못해 참 낯설었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임기 동안 1인당 평균 100개가 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한다. 업무가 워낙 힘들어 재선, 삼선에 도전하는 의원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고, 기피직업 1위가 국회의원이라는 얘기도 있다. 특권보다는 책임을 선택한 스웨덴 정치인들, 스웨덴 국민은 그들을 신뢰한다고 방송프로그램은 전했다.

우리 국회는 종종 '특권의 전당'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고 의원들에 대한 특혜나 특권을 무조건 없애자는 얘기는 아니다. 국회가 권위적으로 군림하지 않고, 국민의 대변자라는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자는 주장은 의원들 자신도 하고 있다.

200가지에 달한다는 의원들의 각종 특권과 특혜는 크게 3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의정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것, 있으면 편리하거나 도움이 되지만 없어도 되는 것, 이제는 없어져야 할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면책특권 같은 경우는 일부 제한이나 개선은 필요하지만 대체로 존재 가치는 있는 특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다만 의원들이 면책특권의 뒤에 숨어 근거도 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문제일 수 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데, 앞으로 개헌이 논의된다면 개선점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가장 많이 거론됐던 개혁방안 중 하나다. 과거 의원들이 권력으로부터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일조도 했지만, 시대 상황이 달라진 지금에는 불체포특권이 동료의원 감싸주기로 상당 부분 변질했다. 정당한 사법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불체포특권을 오남용 하는 것은 헌법질서를 무시하는 처사다. 현재 체포동의안은 국회 제출 뒤 72시간 이내에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는데, 그 시간 안에 가부 간의 결정을 못 하면 오히려 통과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공항 VIP실 이용 등은 당장 폐지할 만한 특혜다. 일하지 않은 국회의원에게 주는 수당도 바로 없애야 한다. 국회의원이 지원받은 예산에 낭비 사례가 없는지 외부기관의 상시 감사를 받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특수활동비 지출에 대한 투명성 제고도 이뤄져야 한다.

매번 새로운 임기의 국회가 시작될 때면 여야 정당들이 경쟁적으로 국회의 과도한 특권 폐지나 개선 목소리를 제기하곤 했지만, 정작 실행까지 이어진 조치들은 많지 않았다. 20대 국회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이번 기회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4개국 국회 탐방을 의원들이 갔다 올 필요가 있다. 그곳 의원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모습, 배낭 메고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모습, 무급으로 일하는 모습을 모두 배워야 한다"는 한 네티즌의 주장이 귓전을 맴돈다.

의원들이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같이 서 있음을 느낄 때,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시작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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