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으로 번지는 생활분쟁…차분히 마주앉아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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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으로 번지는 생활분쟁…차분히 마주앉아 보셨나요
  • 연합뉴스
  • 승인 2016.07.2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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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마을분쟁해결센터 "이성적 대화 1시간으로 공감대 만들어지더라"

광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A씨는 상가 부동산 사무실에서 키우는 강아지에게 다리를 물렸다.

A씨는 목줄이 없는 상태로 단지를 돌아다니며 사납게 짖어대고 어린이에게 달려드는 강아지를 단속해달라고 주인에게 거듭 요구했지만, 실랑이만 반복될 뿐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A씨는 다툼을 계속하면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 같다는 판단에 광주 마을분쟁해결센터를 찾았다.

행정가와 법률인 등이 조정인으로 참여한 몇 차례 중재를 거치고 나서 부동산 업주는 강아지를 사무실 안에서만 키우고 외출할 때는 목줄을 채우겠다며 A씨와 화해했다.

층간소음 문제로 3년간 윗집과 갈등해온 광주시민 B씨 또한 최근 광주 마을분쟁해결센터 중재를 통해 이웃 관계를 회복했다.

화해지원회의에 참석한 위층 주민은 아이 교육과 매트 설치를 약속했고, B씨와 식사를 같이 하는 등 꾸준한 만남을 갖기로 했다.

23일 광주 마을분쟁해결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1일 문을 연 센터에는 모두 46건의 갈등 조정 요청이 들어왔다.

아파트 생활누수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층간소음 문제는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애완견·망치질 등 소음, 아파트 흡연, 주차 시비, 땅 측량, 공사 피해, 악취 등 일상의 흔한 다툼 거리지만, 법적 절차를 밟기에는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이웃 간 분쟁으로 방치된 사건들이 센터를 거쳐 갔다.

이 가운데 34건은 극적인 화해로 조정이 완료됐고, 12건은 분쟁 해결이 진행 중이다.

조정인으로는 광주시·광주 남구 공무원, 광주지방법원·광주지방변호사회·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광주전남지방법무사회 소속 법조인, 남구 마을공동체·남구자원봉사센터·청소년센터 활동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인 1조를 이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으로 당사자 의견을 듣는다.

조정인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주민 스스로 생활분쟁을 해결하도록 대화와 토론을 유도한다. 규칙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동등한 발언 기회를 보장하도록 약간의 개입을 한다.

장소는 카페 등 편한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고른다.

수개월에서 몇 년간 다툼을 반복했던 당사자들이지만, 1시간 정도 차분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감정이 누그러진다고 조정인들은 전했다.

광주 마을분쟁해결센터 차동민 팀장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서로의 입장만 강조할 뿐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것이 조정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난 10개월의 성과를 바탕으로 광주에서는 최근 주월2동 오카리나문화마을, 노대동 휴먼시아 아파트, 진월동 한국아델리움 아파트, 백운1동 휴먼시아 3단지아파트 등 네 곳에서 분쟁 해결의 창구 역할을 하는 이웃 소통방이 확대됐다.

백운2동 진다리마을, 노대동 빛고을노인건강타운, 월산4동 수박등마을, 봉선2동 십시일반나눔마을 등 네 곳에서도 올해 하반기 새로운 소통방이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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