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생활규범' 김영란법 주요 쟁점…'9인의 현자' 결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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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활규범' 김영란법 주요 쟁점…'9인의 현자' 결론은
  • 연합뉴스
  • 승인 2016.07.24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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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영역 과도한 제한이 핵심…공직자 이해충돌은 빠져
28일 선고 유력…'적정 vs 과잉·충동 입법' 논란
▲ 지난해 12월10일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공개변론. 사진=연합뉴스

국민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가 28일 결정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결론 내릴 김영란법 헌법소원심판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 법이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즉 당초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공직자의 금품수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입법을 시도했던 김영란법이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빠지는 대신 언론과 교육 영역은 공직에 못지않은 고도의 공공성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언론기관 종사자, 사립학교 교원 등이 그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 법안이 점차 은밀해지고 고도화되는 공직부패에 대응하고 우리 사회의 청렴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법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그러나 과연 이 법률이 당초 입법 목적에 맞게 성안됐는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 입법인지 아니면 과잉·충동 입법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헌재까지 오게된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 조항도 법안을 만든 국민권익위원회는 물론 정부의 논의나 국회 정무위의 심의과정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가 법사위에서 갑작스레 추가됐고 제대로 된 심의 없이 곧바로 본회의에 회부돼 신속히 의결됐다.

법사위 스스로 회의에서 "이 법의 처리 과정에 관해서는 반성문을 쓰지 않을 수없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이 법사위에 회부됐으면 우리 법사위가 고유 권한을 발휘해서 심사하고 수정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일 법안은 곧바로 본회의에 회부됐다.

헌재는 언론인·사립학교 교원을 적용 대상에 넣은 점과 함께 부정청탁·사회상규 등의 개념이 모호한 점, 수수 허용액 설정을 정부에 위임한 점, 배우자가 받은 금품을 신고하도록 의무를 부여한 점 등 쟁점에 대해 1년 넘게 위헌 여부를 심리해왔다.

21일 열린 헌법재판관 '평의'에서도 열띤 의견 교환이 있었지만 재판관들의 의견은 어느 한쪽으로 크게 쏠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각 쟁점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질 때 ▲ 목적이 정당한지 ▲ 수단이 적절한지 ▲ 기본권 침해가 최소한인지 ▲ 침해되는 사익보다 공익이 더 큰지를 따진다. 김영란법의 위헌 쟁점 역시 마찬가지다.

◇ "언론의 자유 침해" vs "자정 기능 상실"

그간 논쟁이 가장 뜨거웠던 부분은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다. 민간인인 이들에게 국민 세금을 받는 공무원과 똑같이 3만원이 넘는 식사, 5만원이 넘는 선물,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비를 받지 못하게 규제하는 게 적절하냐는 것이다.

위헌론자들은 "민간인인 언론에까지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국가의 간섭 없이 행동해야 할 언론인들의 기본권을 과다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언론인이 취재원 접촉이 어려워지는 점도 언론의 자유를 위축한다고 본다.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 등 공공성이 큰 다른 민간영역은 빠지고 언론만 포함된 부분도 평등권을 침해해 위헌 요소가 큰 부분이다. 금품수수의 경우 다른 법률이 있으면서도 김영란법으로 중복으로 규제해 기본권 침해를 가중하는 측면이 있다.

반면에 합헌론 쪽에서는 언론이 여론 형성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목적의 정당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또 법은 단순히 부정청탁·금품수수를 막는 것인 만큼 언론의 자유나 언론인의 기본권 침해와는 무관하다고 해석한다. 일각에선 "언론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만큼 강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립학교 교원 역시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될 경우 사학의 자유 등의 위축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사립유치원 원장도 사립학교 교원과는 신분과 보수가 전혀 다르면서도 김영란법이 적용돼 논란이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사립학교 교원이 공립학교 교원과 똑같은 공교육을 담당하는 만큼 규제에서 빼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헌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립유치원 역시 공공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규제에 포함돼야 한다는 반론이다.

◇ "배우자 고발하라는 반인륜법" vs "뇌물대상 상당수가 가족"

또 다른 불씨는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부분이다.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원은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아내(남편)가 규정액을 넘는 식사·금품을 받았다면 이를 자진신고 해야 한다.

위헌론자들은 이 부분이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13조에 배치되고 양심의 자유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부부 간 신고 의무를 부과한 반인륜적인 내용일 뿐 아니라 법이 금지한 연좌제인 만큼 기본권 침해가 크다는 것이다.

이런 성격의 조항은 반국가활동을 한 사람을 알면서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국가보안법(불고지죄)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도 국보법은 친족 관계일 경우 형을 감경·면제한다. 형법도 범인을 숨겨준 사람이 가족이면 범인은닉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찬성론자들은 "뇌물은 주로 배우자나 자녀가 필요한 사업자금, 각종 혜택 등의 모습으로 전달된다"며 목적의 정당성을 역설한다. 특히 배우자·가족을 배제할 경우 법에 구멍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김영란법이 '부정청탁', '사회상규'와 같은 모호한 언어를 써 해석에 따라 규제 대상이 오락가락할 수 있는 점(죄형법정주의 위배), 법의 세부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정부가 임의대로 처벌할 여지를 남긴 점(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배) 등도 위헌 논란이 제기된다.

헌재는 김영란법이 9월부터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이달 28일 위헌 여부를 결론 내기로 잠정 결정한 상태이다. 선고 일정은 25일∼26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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