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당 김남수 옹과 한의학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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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당 김남수 옹과 한의학 세계화
  • 연합뉴스
  • 승인 2016.08.1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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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에 침술원 연 구당 김남수 옹

우리 전통 의술인 침구(針灸)술 보급에 대한 구당(灸堂) 김남수 옹의 집념과 열정은 남다르다. '한국의 화타' '무면허 의료인' 등의 상반된 평가를 받는 구당은 올해 101세지만 침·뜸 시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100세를 넘긴 고령에 또 한 번 평생 숙원을 풀었다. 엊그제 침·뜸 교육시설을 설립할 수 있는 허가를 대법원으로부터 받아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김 옹이 대표로 있는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침·뜸 교육시설 설치를 승인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김 옹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김 옹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판결은 구당이 법정에서 이룬 3번째 승리다. 그는 '침사'(침을 놓는 사람) 자격만 갖고 뜸 시술을 하다 무자격 의료행위라며 한의사들로부터 고발당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1년 그의 시술이 사회 통념상 용인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2003년에는 김 옹이 인터넷 침·뜸 학습센터 설립을 허가해달라며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은 "수강생들의 불법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2011년 김 옹 승소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로써 구당은 무자격 뜸 시술 논란을 극복한 데 이어 침·뜸 교육기관을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으로도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구당은 1915년 광주 광산구(현 장성군)에서 태어나 선친에게서 한학과 침구학을 전수했다. 100세를 넘긴 고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건강하다. 대한침구사협회 입법추진위원장, 녹색대학대학원 자연의학과 석좌교수 등을 지냈고 대통령 표창(2002년)과 국민훈장 동백장(2008년)을 받았다. 김 옹의 침구치료를 받았거나 받는 이들 중에는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명사들이 많다. 전직 대통령은 물론 관계, 재계, 법조계, 군 등의 고위급 인사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수두룩하다. 김 옹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20여 년 동안 운영했던 침·뜸 진료실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다수의 국회의원이 단골 '고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당은 지난해 10월 고향인 전남 장성군 서삼면 금계리에 무극보양뜸센터를 열었다. 화·수·목·금요일은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아 하루 10명만 유료로 진료하고 있다. 토·일요일에는 무료 진료를 한다. 무극보양뜸은 쑥 한 줌으로 뜸 뜨는 방식으로 그가 직접 창안했다. 구당은 장성을 세계적인 의료관광지로 만드는 것이 꿈이다. 무극보양뜸센터를 침·뜸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장성을 의료관광명소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무극보양뜸센터는 여수 진남관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한옥이다. 규모로만 보면 청와대와 비슷하다. 센터 예약자 중에는 외국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해외에서도 침·뜸 보급을 위해 힘써 미국 등의 주요 도시에서 침·뜸 강의를 했다. 중국 북경 침구골상학원 객원교수를 지내고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자원봉사상 금상(2012년)을 받기도 했다. 침구 의학을 발전시켜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 이를 활용하게 하고, 젊은이들을 교육해 외국으로 진출하게 하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침구통 하나만 들고 비행기에 오르면 된다는 것이다.

▲ 펠프스

'수영황제'로 올림픽에서 모두 21개의 금메달을 딴 마이클 펠프스(31·미국)는 또 다른 동양 전통 의술인 부항 애호가다. 그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 경기에서 전설적인 수영 실력만큼이나 등과 어깨에 나 있는 특이한 부항 자국으로 눈길을 끌었다. 해외언론들에 따르면 펠프스의 등 위쪽과 어깨 부분에 찍혀 있는 10여 개의 보라색 동그라미들은 부항 자국이다. 미국 체조 선수 알렉스 나도어도 어깨에 부항 자국이 확연히 나 있는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됐다.

서양인들은 동양의 전통 의술, 철학,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다. 서양 의술이나 철학이 해결하지 못한 영역에서 해답을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는 불교를 탐구하기 위해 방문하는 서양인들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예 머리를 깎고 출가한 파란 눈의 승려가 눈에 띈다. 현지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및 의료 상품 중 하나인 태국 전통 마사지는 이미 우리나라에까지 대거 진출해 있는 등 해외에 적지 않게 보급됐다. 태국 마사지 못지않은 한국의 침·뜸이 '한류'의 주요 품목이 되고, 젊은이들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돌파구가 될 수는 없을까? 국내 고용이 '절벽'인 요즘 그러한 창조 경제는 더 절실하다.

김 옹은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침·뜸 교육시설을) 더 철저하게 준비해서 세계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찾아와 침·뜸을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판결이 침·뜸 세계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현경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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