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있는 규정부터 잘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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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있는 규정부터 잘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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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1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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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6천470원으로 결정된 것에 항의하는 알바노조의 시위. 사진=연합뉴스

년도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시간당 1만 원'과는 한참 거리가 먼 6천47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계 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등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와 그 문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과연 빈곤 퇴치와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하는 영세 상공인들이 아예 사업을 포기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빈곤을 부채질하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전 세계의 명석한 경제학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논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명쾌한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서로 다른 전제와 가치관에 바탕을 둔 서로 다른 주장이 끝없이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효과가 무엇이든, 혹은 문제가 무엇이든 최저임금 제도가 제대로 지켜질 때라야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언제나 인상액수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이 문제, 즉 최저임금은 과연 제대로 지켜지는 것인지와 그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예외는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 사용인'과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뿐이다. 그리고 '수습 근로자와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 종사자(경비원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하고 도급제 등을 채택해 임금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따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거의 예외 없이 최저임금은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지난 7월16일 고용노동부에서 올해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박준성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가운데)과 공익위원인 류경희 부위원장(왼쪽),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사진=연합뉴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대기업, 금융업체 등의 정규직이 최저임금을 받을 일은 거의 없다. 반면에 영세 제조 업체나 서비스·판매업체, 요식업소 같은 곳들은 최저임금이 곧 실제 임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의 내용은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알리도록 규정돼 있지만,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법규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 보니 잘 지켜지지도 않고 문제 삼는 경우도 드물다. 현재 시행되는 최저임금 액수가 얼마인지 알 정도면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니 1주일에 5일을 일하면 유급휴일 규정에 따라 하루 치 임금을 더 줘야 한다거나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를 초과할 경우의 초과근로수당, 휴일·야간에 근로할 경우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노사 양쪽이 모두 무지한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나아가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1년 근무할 때마다 한 달 치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또 원칙적으로 4대 보험에도 가입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용자와 근로자는 얼마나 될까.

편의점, 커피숍, PC방과 같은 아르바이트생 고용이 많은 사업장에 대해 노동관서나 지자체가 단속을 벌여 위반사항을 무더기로 적발했다는 기사는 너무 자주 나와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다. 한국노동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2006~2010년 노동부가 최저임금 실태를 점검한 10만8천527개 업체 가운데 위반이 적발된 업체가 4만3천244곳으로 39.8%나 됐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임금상승률 전망치(3.5%)를 이용해 임금근로자의 시간당 임금 및 근로자 수 분포를 추정해 분석한 결과 내년에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313만 명이나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전체 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의 비중은 2010년 12.4%에서 내년에는 16.3%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의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법규 위반 적발 건수는 2013년 6천81건이던 것이 2014년 1천645건, 2015년 1천502건 등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최저임금을 준수할 동기가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최저임금과 임금 관련 제반 규정을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위반이 일상화한 상황에서 최저임금액만 자꾸 높아지면 법과 현실의 괴리를 더욱 키우고 위법에 대한 인식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물론 부패를 조장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듣기에는 아주 그럴듯한 구호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알릴 것은 알리고 단속할 것은 단속하는 것이 근로자들에게는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종전에 시급으로만 표시하도록 했던 최저임금 표시 규정을 고쳐 월급도 병기하도록 한 것은 노동계가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시급으로만 표시하면 근로자가 유급 주휴수당에 대해 모를 수도 있지만, 이 수당까지 계산해 월급으로 표시되면 근로자는 자신이 받을 급여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규정과 현실의 간격을 좁혀 가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쉽고 신속하게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의 아니게 범법을 저지를 가능성을 막아 준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에게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추왕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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