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베스트셀러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상태바
20년 만에 베스트셀러로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 연합뉴스
  • 승인 2016.08.20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민석의…' 1위 등극, '한권으로 읽는…' 200만부 눈앞

조선왕조실록이 다시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세계사)이 지난달 말 출간과 동시에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 책은 교보문고의 8월 둘째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전체 2천77책인 조선왕조실록을 한 권에 정리한 책은 1996년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이 처음이었다. 그해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8위, 이듬해는 3위를 기록하며 역사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역사·문화 분야에서 일곱 번째로 많이 팔릴 만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두 책을 비교해보면 그사이 역사서가 독자 취향에 맞춰 어떻게 변모했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성계의 집안은 고조부 이안사가 여진의 남경(여진은 당시 원의 지배를 받고 있었다. 지금의 간도지역)에 들어가 원의 지방관이 된 뒤부터…'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후 500여 쪽에 걸쳐 시종 건조한 문장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빼곡히 기록했다. '역성 혁명을 통한 조선의 개국', '계유정난의 배경과 사건 분석' 등 목차만 봐도 옛날 역사교과서가 떠오른다.

반면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역사 속 인물들의 초상화와 각종 유물·사료 사진에 익살스런 삽화까지 곁들였다. 각 임금의 캐릭터와 연루된 사건들을 '마인드 맵' 형태로 정리했다.

광해군은 '억울한 호랑이', 정조는 '완벽한 호랑이' 식으로 임금의 캐릭터를 선명하게 표현했다. 진지한 분위기의 역사서를 자주 접한 독자가 보기엔 '중고생용 참고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자녀에게 책을 사주는 40대 여성이 가장 많이 구매하지만 다른 연령대에서도 폭넓게 찾는다고 세계사는 전했다.

스타강사 설민석씨의 개인기에 의존한 듯해도 실제로는 출판사가 3년 넘게 공들인 책이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실록을 20권짜리 만화로 그린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역사 속 인물들의 가상대화로 꾸민 '조선왕조실록'(이마) 등 젊은 감각의 책들을 참고해 최근 독자 취향에 맞췄다.

▲ 조선왕조실록 태백산본. 사진=연합뉴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직접 편집했다는 최윤혁 세계사 대표는 "실록 내용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학생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다. 너무 많은 얘기를 하기보다는 왕에 집중해 주요 사건을 다루되 야사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도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한 권짜리' 조선왕조실록의 스테디셀러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김세미 교보문고 인문MD는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이 깊이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독자층이 넓다. 인기가 금방 수그러들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저자의 유명세에 따른 후광효과가 크고 내용의 풍부함과 정교함에서 박씨의 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평가도 많다.

2004년부터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개정증보판을 펴내는 웅진지식하우스의 김지혜 대표는 "요즘도 한 해 2만부 넘게 찍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강하고 가장 기본적인 책"이라고 말했다.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20년간 두 출판사에서 298쇄, 196만부 판매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웅진지식하우스는 내년 초께 300쇄, 200만부를 기념해 내용과 편집을 다듬은 개정판을 낼 계획이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지난달 20일 출간해 한 달 동안 11만부를 찍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