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장 '작심 발언'에 정국 급랭…여야 '强대强'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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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장 '작심 발언'에 정국 급랭…여야 '强대强' 대치
  • 연합뉴스
  • 승인 2016.09.01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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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사일정 중단하고 정의장 사퇴 요구…추경·정기국회 올스톱
20대 첫 정기국회 첫날부터 헛바퀴…정의장 "국민 뜻 말해" 사과 거부
여야 극한 대치 당분간 이어질듯…국회 파행 장기화 가능성
▲ 개회사 하는 정세균 의장 정세균 국회의장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대 국회 첫 정기회를 시작하며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회의장이 1일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여권의 민감한 부분을 비판하고,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이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여야가 20대 국회의 첫 번째 정기국회 첫날부터 정면으로 격돌하면서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이번 정기국회는 상당한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고위 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 한다"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하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요구하는 한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에 대해서도 대국민 소통 부재로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취지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무소속인 국회의장은 역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통상 국회의 위상과 입법 역량 제고, 개헌 문제 등 비교적 정파성이 없는 문제를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정 의장의 이날 개회사는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전임자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포함한 정치개혁 방안, 새해 예산안의 성실한 심의와 조속한 처리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의도적으로 '도발'을 감행했다고 보고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 새누리당 떠난 본회의장 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정기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회사로 사드배치 반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본회의장을 떠나 여당 의원석이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개회식 직후 곧바로 의원총회를 소집해 정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로 당론을 모으고, 정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정 의장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국회법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당리당략을 택했다"면서 "국회를 대표해야 할 의장이 좌파 시민단체나 할 법한 주장을 개회사에 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했다.

또 "이는 국회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정면도전"이라며 "새누리당은 지난 70년간 쌓아올린 대한민국의 의회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든 정 의장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또 정 의장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동시에 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면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도 제출키로 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되고 국론 분열적 언사를 국회의장석에서 버젓이 행하는 의장은 헌정사에서 정 의장이 처음일 것"이라면서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국회 윤리위에 제소당하는 국회의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권은 "민심을 전달한 것뿐"이라며 정 의장을 옹호하는 등 여권의 반발에 맞불을 놨다.

정 의장의 '친정'인 더민주는 집권 여당의 국회 보이콧을 '유례없는 사태'로 규정하고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집권 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것을 처음 본다"며 "항의할 것은 하면서 국회 일정은 일정대로 밟아나가는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정 의장의 발언은 국민의 민심을 전달한 것"이라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키는 것이 추경안 통과나 대법관 인준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정 의장과 더민주 편에 섰다.

▲ 국회 기념촬영, '자리 주인은 어디에?' 1일 오후 9월 정기국회 개회식이 끝난 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국회의원 전체 기념촬영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자리가 비어 있다. 오른쪽은 정세균 의장 자리. 이날 기념촬영은 새누리당이 개회식에서 정세균 의장의 '우병우ㆍ사드 언급'과 관련, 강력히 반발하며 불참해 무산됐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국정에 대한 국민의 염려를 대신했기 때문에 저는 아주 잘했다고 평가한다"면서 "정 의장을 만나 당대 최고의 개회사를 하셨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 의장 본인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파의 입장이 아닌 국민의 뜻을 말한 것"이라며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여야가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이날 추가경정 예산안 처리를 위해 소집될 예정인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고, 새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상임위별 인사청문회도 파행하거나 아예 공전했다.

현재 여야 모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내보이고 있어 극한 대치 국면과 국회 공전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를 대선 전초전으로 여기면서 절대로 초반 기선을 내주지 않겠다는 전략이어서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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