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신세계] 항일과 친일 사이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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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신세계] 항일과 친일 사이 ‘밀정’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6.09.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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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확고한 팬층을 확보한 김지운 감독은 스파이 영화에 대한 끌림에서 이 영화가 시작됐다고 했다.

적의 한가운데서 암약하는 이중첩자 혹은 이중 스파이가 가지는 분열적 정체성과 혼돈의 시대에 국경의 경계선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그 아슬아슬함에 매력을 느꼈다.

서구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한 수많은 스파이물의 걸작들을 만들어왔다. 서구의 냉전시대 못지않은 질곡의 근대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사를 소재로 한 스파이 영화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감독은 생각했다. 감독의 바람은 아슬아슬하게 영화에 담겼다.

〈밀정〉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황옥 경부 폭탄 사건을 토대로 당시 의열단에 일어났던 중요한 몇 가지 사실들을 엮어 극화했다.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은 무장독립운동 단체 의열단의 뒤를 캐라는 특명으로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에게 접근한다.

서로 정체와 의도를 알면서도 속내를 감춘 채 가까워진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가 쌍방간에 새어나가고 누가 밀정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의열단은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할 폭탄을 경성으로 들여오고자, 그리고 일본 경찰은 그들을 쫓아 모두 상해에 모인다.

잡아야만 하는 자들과 잡힐 수 없는 자들 사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서로 이용하려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이 숨 가쁘게 펼쳐지는 긴장감 속에서 폭탄을 실은 열차는 국경을 넘어 경성으로 향한다.

영화〈밀정〉은 긴장감 있게 그려져야 할 이러한 대목들이 다소 밋밋하게 전개되면서 전반적으로 극의 긴장감은 높지 않다. '이정출'과 '김우진'의 초반 탐색전과 기 싸움도 다소 늘어져 극이 탄력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정출'의 심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관람하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송강호는 특유의 인간적 매력과 연기력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이정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공유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숨겨진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는 냉철한 캐릭터 '김우진'을 연기하며 송강호와 좋은 케미를 선보였다.

지난 3일 밤(현지시간) 열린 제73회 베니스영화제 상영행사에서 외신들은 "일제의 주요시설을 겨냥한 폭탄 사건을 다루면서도 역사적 사실에 발이 묶이지 않은, 단 1온스의 군더더기도 없는 작품"(버라이어티)이라고 평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밀정〉은 개봉 첫날인 7일 66%에 달하는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40분. 15세 관람 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37952&mid=31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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