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낳아만 주세요" 출산·육아 장려책 봇물…현실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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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낳아만 주세요" 출산·육아 장려책 봇물…현실은 "글쎄"
  • 연합뉴스
  • 승인 2016.09.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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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지원·맞춤형 돌봄·태교 도시 선포에도 냉소적 분위기
▲ 산부인과 모습. 사진=연합뉴스

"솔직히 아이 키우는 게 부담스러워요. 주위에선 결혼하면 아이를 꼭 낳아야 한다고 하는데 육아를 잘해낼 자신이 없네요."

대전시에 사는 김모(37)씨는 결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다.

이른바 딩크족(자식을 낳지 않는 맞벌이 부부)으로 불린다.

신혼 초기만 해도 둘째까지 낳을 생각이었지만 생각을 바꿨다. 부부가 합해 월 실수령액 500여만 원의 나름 평범한 계층이라고 자부하지만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교육하는데 드는 비용이 2억 원이 넘는다는 소식을 듣고 출산의 꿈을 접었다.

무엇보다 '낳아도 키워줄 사람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부모와 처가가 멀리에 있어 육아 지원은 불가능했다.

김씨는 "이른바 '흙수저'인데 초등학교 때부터 20여 년간 군대와 대입, 취업 등 경쟁사회에 내몰려 정말 힘들게 내 이름으로 된 32평 아파트를 샀다"라며 "경제적으로 크게 궁핍하진 않으나 잘 키울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나처럼 산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고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스스로 이기적이고 늙어서 외로울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내 삶은 물론 우리 부부의 행복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를 낳고 싶진 않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 출산율 하락 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1.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초저출산국 기준(1.30명)을 밑돌았다.

인구 1천 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組)출생률은 8.6명이었다. 조출생률은 2013년 역대 최저인 8.6명으로 내려가고서 2014년, 2015년까지 3년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합계출산율은 정부의 가족계획이 한창이던 1984년(1.74명) 2명 아래로 처음 내려왔고, 2001년부터 계속 1.30명을 밑돌고 있다.

올해 5월까지 결혼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한 2만5천여 건에 그쳐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가장 적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자 정부는 2020년까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해 청년 일자리 확충과 신혼부부의 주거 지원,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의료지원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했다.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건 지방자치단체들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 장려금을 경쟁적으로 높이고 양육비 지원,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이용권 지급 등 갖가지 시책을 내놓고 있다.

강원도는 올해 4월 '아이와 함께 행복한 강원도'를 목표로 출산 친화적 환경조성 5개년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5년간 난임 등 출생에 대한 사회책임 실현, 맞춤형 돌봄확대 시행, 출산양육 친화적 환경조성 등 4개 분야 23개 사업을 추진한다. 국비와 도비, 시·군비 1조6천147억 원을 투자한다.

4년 연속 출산율 전국 1위를 차지한 전남 해남군은 매년 32억여 원의 예산을 확보해 첫째 300만 원, 둘째 350만 원, 셋째 600만 원, 넷째 이상 720만 원을 양육 기간에 분할 지원한다.

군은 난임 부부 본인부담금 지원, 산모·아기 사랑 택배사업, 땅끝 아빠 캠프, 셋째 아이 이상 건강보험료 지원, 지역신문과 연계한 '축' 탄생 우리 아이가 태어났어요' 광고 등을 시행 중이다.

경기도 양평군은 가칭 '결혼팀'을 신설할 예정이며, 용인시는 지난해 9월 '태교 도시'를 선포한 뒤 '태교 도시 조성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지자체마다 앞다퉈 출산·육아 대책을 내놓고 있다.

▲ 갓 태어난 아기.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쏟아지는 대책에도 현실에선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솔로'인 임모(35·전주시)씨는 "요즘 시대에 이런 소소한 혜택을 받으려고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라며 "우리 사회가 '아이 키우기 좋은 사회'로 획기적으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혼자 살겠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사회환경 변화로 결혼을 위한 전제 조건들이 충족되기 어려워지고, 가족문화나 직장환경 역시 전통적인 관행이 유지돼 결혼의 장애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다"라며 "이런 경향성은 미혼 층의 비혼화와 만혼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년층의 고용 불안정, 주거비용 부담 등 문제를 해소하려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며 양성 평등적 가족문화와 가족 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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