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비엔날레…경쟁하듯 열리며 '풍요속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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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비엔날레…경쟁하듯 열리며 '풍요속 빈곤'
  • 연합뉴스
  • 승인 2016.09.1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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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이후 10여개 넘어…준비부족으로 명맥 끊기기도
독특한 주제와 참신한 작품으로 변화 모색해야
▲ 광주비엔날레

1995년 광주광역시에서 처음으로 광주비엔날레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비엔날레'라는 용어를 낯설어 했지만 20여년이 흐른 후 2년에 한 번 열리는 예술 이벤트로 이해하고 있다.

개념도 낯설었던 비엔날레는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된 이후 지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도입돼 전국적으로 10여 개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실험적인 현대미술을 선보여 세계 5대 비엔날레로 거듭나기도 했으나 일부 비엔날레는 운영에 문제를 드러내며 행사 자체가 중단되거나 국비 지원이 끊기는 사례도 있다.

올 가을에는 광주와 부산에서 예술비엔날레가 열리고 대구에서는 사진 비엔날레가 열린다.

'비엔날레 풍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넘쳐나는 비엔날레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본다.

◇ "지역을 알려라"…지방자치제와 함께 출발한 비엔날레

1995년 9월 20일 빛고을 광주에서는 한국 최초의 현대미술축제인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했다.

'경계를 넘어서'를 주제로 60여 개국에서 5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광범위하고 실험적인 조형예술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광주비엔날레는 관선인 강운태 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며 전시시설 건립비용을 포함해 모두 182억원이 투입됐다.

아시아의 변방에서 시작된 광주비엔날레가 회를 거듭할수록 참신한 주제와 실험성이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이자 2000년대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비엔날레가 속속 등장했다.

2001년 부산비엔날레가 창설돼 광주와 함께 예술비엔날레를 열고 있으며 경기도 이천에서는 2001년부터 도자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청주에서도 1999년부터 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으며 창원에서는 2012년부터 창원 조각비엔날레가 2년마다 열린다.

◇ 풍요속의 빈곤…준비 부족, 예산 낭비 논란

▲ 평창비엔날레

강원도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문화올림픽 기반을 조성한다며 2013년 7월 알펜시아 리조트와 동해 앙바엑스포 전시관에서 제1회 평창비엔날레를 열었다.

국·도비 25억 원이 투입됐으나 조직위원회 미구성으로 촉발된 운영상의 문제점과 행사 종료 후 9억원에 가까운 불용액 발생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결국 국회와 도의회로부터 혈세 낭비, 돈 먹는 하마, 밑 빠진 독에 돈 붓기 등의 비난을 들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애초 창설기획, 조례 제정 단계에서 공론의 장을 마련하지 않은 데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당시 평창비엔날레에 참가한 작가 중 도 출신은 12명에 불과해 '문화올림픽 지역기반 마련'이라는 행사 취지도 무색했다.

주최 측은 애초 20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겠다고 밝혔지만, 피서철 42일간 망상해변과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행사장 관람객은 20만명을 밑돌았다.

2004년 여성 미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고자 기획한 인천여성비엔날레는 2011년 행사를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국비와 시비 등 약 10억원을 지원받았지만 파급효과와 중장기 비전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지원이 끊겨 국제전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인천 여성 미술인이 주축이 된 조직위원회는 인천아트쇼 기획전시와 여성 미술 관련 포럼을 간헐적으로 열고 있다.

인천 문화계 관계자는 "즉흥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지역 문화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방향으로 행사를 추진해야 시민에게 사랑받는 행사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운영 잡음, 지역 문화예술계와도 갈등

부산비엔날레는 2013년 공동전시감독 문제로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당시 오광수 운영위원장은 전시감독 선정위원회 투표에서 부산의 미술작가 겸 전시기획자가 1위로 나오자 1위를 감독으로 선정하는 전례를 무시하고, 2위 득표자인 프랑스 기획자와 공동감독을 하라고 1위자에게 요구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에 부산지역 문화예술인 200여 명은 오 위원장의 공동감독 요구에 반발해 2014부산비엔날레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공동감독제는 문화단체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이 과정에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수차례 성명을 발표하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부산지역 문화계가 1년 넘게 조용한 날이 없었다.

결국 오 위원장이 2014년 비엔날레 개막이 3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진 사퇴하면서 갈등사태는 마무리됐지만, 문화예술계 내부의 독선적인 문화행정, 소통 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광주비엔날레 역시 2014년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를 두고 지역 미술계와 갈등을 겪었다.

이용우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했고, 광주비엔날레는 지역 미술계와 소통을 강화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작업에 나섰다.

청주 국제공연비엔날레는 행사를 개최하면서 공무원을 동원해 입장권을 강매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 부산비엔날레

◇ 비엔날레 '포화'…독특한 주제·참신한 작품 등 변화 필요

9월에 열리는 비엔날레만도 미디어시티 서울과 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등 3개나 된다.

이름과 주제는 다르지만, 현대적인 개념미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는 세 비엔날레가 비슷하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비엔날레만도 200개가 넘어 독특한 지역색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기발한 작품을 선보이지 않는 이상 주목받기 힘든 상황이다.

비엔날레가 포화상태임에도 여전히 한국에서는 비슷한 주제와 규모의 비엔날레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상파울루비엔날레가 전시 대신 강연과 토론 위주로 행사를 개편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는 웅장한 규모의 설치작품보다 지역 미술계와 협업 과정을 선보였고, 맨 부커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의 작품 낭독 등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추진하는 등 변화를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현대미술품 전시에서 흔히 보는 스펙터클함과 상업성, 경제 논리, 자본 등의 '허위와 무게'를 제거하고, 비움과 사색, 비상업성, 예술의 본질, 인간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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