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혈세낭비> '4년간 1천900억'…빚더미 안고 질주한 F1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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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혈세낭비> '4년간 1천900억'…빚더미 안고 질주한 F1대회
  • 연합뉴스
  • 승인 2016.09.2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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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접근성 무시…무모한 생색내기용 사업 표본
가뜩이나 재정자립도 낮은 전남, 대회 미개최 위약금 수백억원까지 물어야
▲ 2013년 전남 영암 F1 결승전

2010년 10월 22일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축제인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가 F1 머신들의 우렁찬 굉음과 함께 막을 올렸다.

서킷(F1 경주장)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관중은 F1 머신들의 놀랄만한 스피드에 환호하며 전율을 느꼈다.

당시 박준영 전남지사는 "반세기가 넘는 60년 역사를 가진 F1 대회를 전남에서 개최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늘은 한국이 1988년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에 이어 세계 3대 스포츠 행사를 모두 열게 된 뜻깊은 날"이라고 말했다.

언론들도 F1 대회가 출범한 지 6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이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기록했다.

모터스포츠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것도 수도권이 아닌 한반도 최서남단 영암에서 대회 3일 동안 16만명이 찾아 성공적인 데뷔였다고 전남도와 언론은 평가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나기가 무섭게 비판적인 지적들이 쏟아졌다.

건설비 증액, 티켓 강매, 대회조직위원회와 대회운영법인 간 불협화음 등이 잇따라 불거졌다.

무엇보다도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는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전남도는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2013년까지 4년간 F1 대회를 열었다.

결말은 빚잔치였다.

전남도는 경주장 건설비 등으로 발행한 지방채만 2천900여억원에 달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발생한 누적적자가 1천900억원에 달했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라고 추켜세웠던 모터스포츠 축제가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가 가장 열악한 전남도를 설상가상으로 빚더미에 안게 한 것이다.

▲ 2013년 전남 영암 F1 결승전

장밋빛 청사진으로 포장됐던 F1 대회는 왜 수천억원의 적자를 낸 것일까.

지난해 전남도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은 "2010년부터 개최해온 F1 대회는 F1에 대한 국내 여건이 미성숙된 상태에서 관련 인프라가 전혀 없는 전남이 무리하게 추진해 4년간 누적적자가 1천900억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국내 모터스포츠를 육성하는 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모터스포츠 인프라가 부족해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 F1 대회를 유치해도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접근성이 떨어진 전남 서남쪽 구석에 대회를 유치한 발상 자체가 의아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모터스포츠 인프라와 접근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 게 적자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전남도(F1 조직위원회)는 누적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2014년부터 대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F1 대회의 상업적인 권리를 보유한 포뮬러원 매니지먼트(FOM)에 위약금을 물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남도는 애초 F1 대회를 7년간 열기로 FOM과 약속했다.

2014년에는 FOM과 '협의'하에 대회를 개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약금 논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2015년과 올해는 '협의'를 거치지 않고 대회를 안 열었기 때문에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이다.

전남도와 FOM이 현재 위약금 협상 중이어서 정확한 위약금 요구 액수는 파악되지 않는 가운데 FOM은 1년 치 개최권료(4천374만 달러·한화 510억원)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1천억원대를 요구한다는 말도 들린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정난으로 불가피하게 F1 대회를 개최하지 못한 점, 그간 4년간 개최권료로 1천970억여원을 FOM에 지불한 점, 영암 대신 아제르바이잔에서 F1 대회를 개최해 FOM에 손실을 끼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FOM의 요구대로 위약금을 줄 수 없다"며 "소송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F1 대회가 열리지 않는 데 따른 서킷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관건이다.

이에 F1 경주장을 관리하는 전남개발공사는 F1 경주장을 민간에 임대하거나 각종 레이스 대회를 유치해 수입을 올리고 있으나 쏟아 부은 막대한 재정을 고려하면 수입은 '새 발의 피'다.

2014년엔 F1 경주장을 총 266일 가동해 32억5천6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275일 가동해 36억5천500만원을 벌어들였고, 올해는 280일가량 가동해 40억원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다.

전남개발공사 관계자는 "F1 대회가 열리지 않는다고 경기장을 내버려 둘 순 없다"며 "임대 중심의 경주장 운영에서 탈피해 신규 문화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는 등 F1 경주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 F1 경주장 사후 활용 전남개발공사가 올해 F1 경주장 사후 활용차원에 육상 국가대표 김국영 선수와 아반떼간 70m 경주 이벤트를 했다.

광주 경실련 김동헌 사무처장은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무모하게 메가 스포츠를 유치했다가 빚더미에 앉은 대표적인 사례가 F1 대회"라며 "보여주기식 행정이 얼마나 도민들에게 큰 피해를 남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메가 스포츠로 인한 적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지자체장의 마인드가 중요하고 주민들도 생색내기용 사업에 현혹되지 말고 냉철하게 단체장의 치적을 평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이어 "정부도 지자체장의 자율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투융자심의를 강화하는 등 대규모 사업에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하고, 사업 타당성 용역이 '맞춤형'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지자체 발주 용역에 대한 검증과 사후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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