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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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없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바라보며
  • 광주데일리뉴스
  • 승인 2016.10.04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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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개막을 한다. 2014년 부산시가 세월호를 다룬 영화〈다이빙벨〉 상영을 막으려 했으나 결국 스크린에 올려졌다. 그 여파로 우여곡절 속에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성인식인 20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비록 예산이 150억원 규모에서 100억원 규모의 영화제로 치러지면서 상영작도 줄고 여러 부대행사도 미흡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내실 있는 행사로 평가되었고 1천억원의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거뒀다.

올해 21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행’이 없는 영화제가 치러지게 됐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부산행〉을 영화제에서 볼 수 없다. 한국영화 개봉작들을 상영하는 ‘한국영화 오늘-파노라마’ 부문 목록에 〈부산행〉이 빠진 것이다. 〈다이빙벨〉의 후유증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부산행〉과 함께 〈터널〉 측에 출품을 요청했지만 거부를 당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아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69개국 299편으로 성인이 된 영화제로서 겉보기에 상차림은 예년과 다름없다. 그러나 속을 좀 더 들여다보면 영화 〈다이빙벨〉로 촉발된 갈등의 후유증과 상흔이 곳곳에 남아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영화제 참가 여부를 놓고 영화인들이 저마다 엇갈린 입장을 보이며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영화제에서 퇴출 조치를 당하자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 차원의 단체 행동도 예고돼 있다. 비대위는 '서포트 비프(BIFF), 서포트 미스터 리'라고 적힌 스티커를 제작해 영화제에 참석하는 영화인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미스터 리'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의미한다. 비대위 측은 일부 단체가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지만, 부산영화제의 모든 것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또한 여전히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할 추가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도 있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 회복 문제도 남아 있다고 했다.

영화제는 단순히 영화만 상영하는 행사가 아니다. 영화인들이 만나 친목을 쌓는 교류의 장이기도 하고 시민들은 영화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지역은 경제적 성장을 이룬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런 복잡한 사정에 있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안팎에서 힘을 모으고 똘똘 뭉쳐서 영화제 막을 올리고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모습은 참 부럽다. 소위 4대 국제영화제라 불리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를 바라보면 광주국제영화제는 슬프기까지 하다. 비엔날레가 있는 문화의 도시 광주에 영화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은퇴한 노 교수가 광주시의 정치적 논리를 뒤로하고 사단법인을 만들어 거의 사재를 털다시피 해서 16년째를 맞은 광주국제영화제이지만 올해에는 열리지 못하게 되었다. 올해만 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국제영화제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를 지경이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은 광주국제영화제는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러나 그때마다 기지를 발휘하고 지혜를 모아 현재에 까지 오게 되었다. 조직위원회 상임이사 한 사람이 전횡을 일삼고 믿기지 않은 회계처리는 오래전부터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기득권을 무너뜨릴 수 없는 상황이라서 지금에 까지 오게 됐지만 도를 넘어 이번에 세상에 알려지게 되어 파행의 빌미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파행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벨’로 시작해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태까지 겪으면서 부산시민과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투쟁을 이어오면서 영화제는 당당히 치러지고 있다. 광주국제영화제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 광주시는 사단법인에 지원하는 행사여서 간섭도 못하고 통제도 못한다고 손을 놓고 있다가 시민단체가 떠들어대자 영화제 조직위원회에 결산서를 요구하고 실기하자 지원금 회수 조치와 내년도 지원금도 장담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민의 돈으로 만들어진 지원금을 시가 줬으면 관심을 넘어 간섭이라도 해서 이런 지경까지 오지 않게 했어야 한다. 물론 시민시장이라는 현 시장이 비엔날레도 민간에게 넘기는 상황에서 광주국제영화제를 시가 직접 맡아달라고 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관심, 간섭을 내버려두더라도 관리는 했어야 했다. 시민단체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다. 부산이 ‘영화제 지키기’를 외쳤다면 광주는 ‘영화제 죽이기’를 한 것이다. 문제가 발생할 즈음 비대위, 개혁위, 혁신위라는 실체도 없는 시민단체?가 나타나 게릴라식 기자회견을 열고 전횡을 일삼은 영화제 상임이사를 엄호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전개되더니 모난테이블이라는 단체가 광주국제영화제에 대한 공청회를 두 차례 개최했다. 이 공청회 역시 대안은 없었다. 비판만 늘어놨다. 영화인들은 원칙적인 탁상공론만 허공에 날렸다.

국제영화제로 가장 역사가 깊은 베니스영화제는 1895년 창설된 베니스 비엔날레와 함께 치러지는 영화제다. 현 광주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이를 본받아 대한민국 최초의 광주비엔날레가 있는 도시에 국제영화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화제를 출범시켜 지금까지 이어왔다. 사단법인 광주국제영화제가 16년째를 맞아오면서 과(過)만 있고 공(功)은 없는 것일까. 광주국제영화제는 비리집단이 아니다. 영화제 운영을 맡은 조직위원회 임원 한 사람이 문제를 일삼아 왔다. 이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이사회와 이사장은 도의적 책임이 분명 있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와 영화인들이 모인 ‘모난테이블’은 영화제 측과 만나서 사실을 확인하고 영화제 측의 입장을 이해하고 부산처럼 ‘지키기’에 힘을 쏟아야하지 않을까. 사실 광주국제영화제 파행의 문제는 예견되어 왔고 모든 책임은 광주시에 있다. 자본주의 논리로 보자면 어느 경우든 투자를 하면 그에 응분한 이익이 있어야 마땅하다. 광주시가 광주국제영화제에 시민의 혈세를 투자했다면 지원금에 대한 수입 지출만 확인할 게 아니다.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였는지, 쓰인 것에 부가가치는 있는지 등을 따져보고 영화제 측에 주문을 했어야 했다. 사실 광주시 문화계 공무원들은 광주국제영화제가 사라져버리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김영란법도 시행된 터에 귀찮은 일을 하나 덜 수 있으니 말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영화제 정산을 하루빨리 끝내고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형사상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혈세를 지원해 주고 단체가 정산을 안하면 제재방법이 없다고 우물쭈물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담당 공무원도 문책을 받아야 한다. 영화제의 파행에 대한 직무유기나 업무태만을 묻고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시민단체라는 ‘모난테이블’도 제발 ‘영화제 지키기’에 앞장서야 한다. 15년째 팔짱끼고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가 이제와서 판을 엎어버리는 듯한 무책임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비엔날레가 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는 문화의 도시 광주에 국제영화제는 존재해야 하고 꼭 부활해야 한다. 광주시민은 우리 지역에 국제영화제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광주국제영화제도 다른 도시처럼 광주시민의 따뜻한 사랑이 절실하다. 〈신현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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