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영화 신세계] 이데올로기의 덫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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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영화 신세계] 이데올로기의 덫 ‘그물’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6.10.0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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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신작 〈그물〉은 남북 분단 상황 아래 예기치 않게 희생된 한 어부의 이야기를 그렸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세계화와 함께 탈냉전 시대가 도래했다. ‘탈냉전 이후’의 시대가 논의되고 있는 지금, 냉전 시대의 유물들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는 몇 안 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그 자체로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사고를 증명하는 38선은 아직도 한반도를 남과 북으로 가르고 있으며, 이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것은 곧 ‘정상적이지 않은’ 정치적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개인은 어느새 그 불안에 무뎌져 서서히 침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 줄거리

영화 〈그물〉에는 북한 고기잡이 어부 철우(류승범)과 한국정보국 조사관(김영민), 보위부 조사원(손민석)이 등장해 데칼코마니 같은 대립 구도를 이룬다. 북한에서 아내, 딸과 함께 고기를 잡으며 하루하루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던 철우는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다.

남측 조사관은 철우가 모진 정신 고문을 견디며 자신은 그저 어부일 뿐임을 주장해도 그를 위험 인물로 간주한다.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서’다. 보위부 조사원도 그를 똑 같은 방법으로 다그친다. 철우는 남측 조사관에게 했던 것처럼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하며, 어느새 걸려버린 그 덫에서 탈출하려면 할수록 피멍이 들고 생명이 다해간다.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처럼.

이처럼 어리석은 이데올로기의 대립과 그 사이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인을 보는 관객들은 우리가 어쩌면 지난 66년 동안 정말로 바라봐야 할 지향점을 외면하고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 리뷰

〈그물〉에서는 두 가지의 큰 주제가 서로 맞물리며 이야기를 엮어나간다. 첫 번째가 이데올로기 대립이라는 덫에 걸린 개인이었다면, 두 번째는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그물에 걸린 개인이다. 자신을 경호하던 남한의 정부기관 요원 진우(이원근)의 눈을 잠시 따돌린 그는 행복을 위해 몸을 파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이에 대해 철우가 묻자 진우는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강한 것 같다. 자유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이는 물질보다는 가족이 행복의 절대적 기준인 철우와 대비되며 물질과 행복은 꼭 정비례하지만은 않는다는 메시지로 경종을 울린다.

이러한 주제들은 김 감독의 전작보다 직접적이며 덜 자극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곳곳에 웃고 갈 수 있는 지점들도 존재해 김 감독의 작품에 ‘불호’의 입장에 있었던 이들이나 대중들도 그의 메시지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류승범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들이 그 예다.

김 감독은 류승범에 대해 “류승범은 순수한 배우다. 백지 상태에 그림을 그려 넣는 것 같은 작업이었다. 실제로는 세련되고 멋있는 사람이지만 영화에서 초라하고 불쌍한 북한 어부로 완벽하게 변신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류승범이 타고난 멋과 그의 초라한 연기가 멋진 대비를 이루며 예상치 못한 웃음을 안긴다.

이미지 연출의 대가인 김 감독답게 영화의 후반부도 강렬한 메시지를 내포했지만 절제된 장면들로 이뤄졌다. 특히 영화의 오프닝과 같은 틀이지만 전혀 다른 장면들로 구성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머릿속에 여러 물음표와 여운을 남긴다. 21세기의 ‘남한’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과연 이데올로기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운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김기덕 감독은 지난 9월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영화 〈그물〉과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손석희 앵커는 〈그물〉이 가지고 있는 민감한 주제에 대해 언급을 했다. 이에 김기덕 감독은 “지금 ‘그물’ 같은 영화가 필요하다. 사드, 또는 북핵 때문에 위기감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의 문제를 진단해보고 이런 영화를 통해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114분. 15세 관람 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49174&mid=3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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