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법원 판결과 별개로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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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누진제 법원 판결과 별개로 개선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6.10.0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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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법률적으로 문제없다는 첫 번째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6일 17명의 원고가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낸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누진제를 규정한 전기공급 약관이 약관규제법상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전국 법원에서는 같은 취지의 소송이 10건 진행 중인데, 이번 첫 판결이 어떤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이번 중앙지법의 판결 취지가 그대로 적용된다면 과도한 누진제가 법률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으로 보여, 사회적 인식과 괴리가 커질 것 같은 걱정도 생긴다.

정 판사는 판결에서 누진제를 규정한 전기공급 약관들이 "누진 체계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가구에 대해선 요금을 감액하고 있다"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약관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각 나라의 전기요금 정책은 사회적 상황과 전력 수요 등에 따라 다양하게 정해진다"고 부연했다. 원고들은 지난 2014년 8월 부당 징수 금액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의 판단이 늦어지자 청구금액을 1인당 10원으로 변경했다. 이들이 누진제 무효를 주장한 근거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 조항의 무효'를 규정한 약관규제법 조항이었다. 법원은 약관이 사회적 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은 채, 법률적 근거를 중시했다.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와 관련한 시민들의 반발이었다. 산업용 전기는 단일요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데 반해, 가정용 요금제는 6단계로 구분돼 요금 차이가 수십 배에 이르는 건 불합리하다는 항변이었다. 곡절 끝에 '한시적 누진제 완화'라는 임시대책이 마련됐다. 7~9월 요금에 한해 누진구간 상한선을 50kWh씩 높이는 이러한 완화대책에도 불구하고 요금고지서를 받아본 각 가정은 불만을 쏟아냈다. 한전의 자료에 따르면 올여름 폭염으로 전기요금을 봄철보다 2배 이상으로 낸 가구는 거의 300만 가구에 달했다. 이 중 5배의 요금 폭탄을 맞은 가구 수만 24만 가구로 나타났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국정감사장에 나와 누진제 유지 방침을 확인했다. 전기 과다사용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제도라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6단계인 누진구간을 대폭 줄이고 요금 차이는 줄이는 개편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에 누진제에 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기는 했으나 결국 이 사안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선행적으로 조정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누진제 자체가 무조건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여러 가지 난점이 있기 때문이다. 조환익 사장도 겨울철 전력소비 증가에 앞서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기소비에 징벌적 요금부과로 대응하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상황 변화에 맞는 스마트한 요금체제를 만들어 내 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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