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女子의 시간’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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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女子의 시간’ 기획전
  • 나마리 기자
  • 승인 2016.10.09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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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성재단 여성전시관서 11일~2017년2월10일
▲ 이선희 作 ‘때로는 그림자처럼’

여성혐오라 일컬어지는 분위기에 맞서 그 어느 때보다 여성주의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지금, 다양한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미술전이 열린다.

재단법인 광주여성재단이 오는 11일부터 재단 내 8층 여성전시관에서 개최하는 기획전 ‘그, 女子의 시간’이 바로 그것.

지역을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전현숙, 박수만, 윤세영, 이선희 등 4명의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여성이어서 지닐 수밖에 없는 삶의 애환을 선보인다.

이들은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비롯하여 여성이어서 품게 되는 다양한 삶 이야기와 내면 탐구를 주제로 한 예술작품들을 내건다.

실제 전현숙 작가는 ‘이미 늙은 아들이자 남편’과 ‘인간이 되고픈 어린 피노키오 아들’이라는 두 남자를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많은 삶의 짐을 지고 아슬아슬 외줄을 타듯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엄마이자 아내이다.

동시에 예술활동을 하는 사회적 여성이자 워킹맘이기도 하다.

두 아들을 키우며 쉽지 않은 인생의 길을 걸으면서도, 그 무엇에 끌려 다니지 않고 스스로 주도해서 ‘주체적으로’ 살고자 한다.

더불어 아내와 엄마 그리고 예술가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써 스스로와 주변의 삶을 살리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 어떤 고난 속에서도 당당한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런가하면 박수만 작가는 ‘광주 월산동’ 속 여성들을 들여다본다.

큰 재래시장과 일명 방석집이라 불리는 홍등가 술집들, 그리고 점집들이 집중돼 있는 월산동의 독특한 풍경 속에서 박 작가는 홍등가의 아픈 여성들을 응시한다.

오후 6시쯤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지면 짧은 치마와 진한 화장기, 향수의 진동으로 진짜 얼굴을 품기고 술손님을 기다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길 건너 바라본다.

그녀들은 성마저 거래가 가능하게 된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가장 큰 피해자이자, 원치 않아도 감시의 울타리에 갇혀 육체를 희생해야 하는 상처투성이의 여성일 것이다.

박 작가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으로 인해 병적 삶과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그녀들에게 편견의 눈초리가 아닌, 정신적 대화를 건네고 싶어 한다.

윤세영 작가의 작품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어머니’라는 제목의 설치작은 아이를 감싸 안은 어머니의 형태를 가진 부조에 조명을 덧대 그 의미를 채운다.

작품 뒷면에 그림자가 생기고, 어머니 형상 속에 빈 구멍으로 뚫려있던 아이가 그림자 안에서 더 또렷이 빛난다.

어머니는 비록 아픔의 시간을 겪지만 그 아픈 시간 덕분에 아이는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숭고한 존재 어머니, 이 개념이 윤 작가 작업의 화두이다.

▲ 박수만 作

또 이선희 작가는 ‘앞을 응시한 그녀의 뒷모습이 주는 향기’를 살며시 건넨다.

성숙이라는 것을 위해 뼈아픈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끄집어낼 수도 있으련만, 화폭 속 그녀는 애잔한 느낌만을 전한다.

다만, 관객은 ‘아픔의 상흔도 지나고 나면 모든 나날이 꽃잎’이라는 읊조리는 그녀의 뒷모습만 볼 수 있다.

지난날의 꽃잎들을 음미하고 향유하며 스스로를 치유하면서도 그녀는 항상 자신의 앞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숙함이라 말한다.

이렇듯 작가들은 한 줄 한 줄 깊이 새겨진 나이테만큼 세월을 가슴에 새긴 ‘그 여자들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여성이어서, 혹은 결혼과 출산이, 더 나아가 자본주의 시장논리가 각각의 등짐과 동반자가 된 그녀들의 각기 다른 사연을 만날 수 있다.

장혜숙 광주여성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기획전은 살아내기와 버텨내기, 변신하기를 반복하는 여자들이 토로하는 같은 듯 다른 사정이 엮어낸 삶의 이정표”라며 “그 과정에서 정제되는 여성의 이야기들은 사람으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여성재단은 지난 2011년 6월 출범한 광주광역시 출연기관으로 여성가족정책연구, 지역여성네트워크 구축, 성평등 교육, 성별영향분석평가, 여성문화 공간 운영 등 성평등 도시 광주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전시 오픈식은 11일 낮 12시 전시관에서 진행되며, 전시는 내년 2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문의 062-670-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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