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떠나는 박세리…'위대한 개척자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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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 떠나는 박세리…'위대한 개척자의 퇴장'
  • 연합뉴스
  • 승인 2016.10.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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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5승 포함 LPGA 통산 25승…상금만 1천258만 달러
13일 KEB 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 마치고 '열린 은퇴식'
▲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은퇴하는박세리

박세리(38·하나금융)는 한국 골프의 위대한 개척자다. 한국 골프는 박세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박세리 이전에 골프는 부자나 권력자들이 즐기는 고급 놀이였을 뿐 대중들에겐 딴 세상이었다. 하지만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골프는 국민 스포츠의 반열에 올랐다. 적어도 보는 스포츠로서는 그랬다.

골프를 몰라도 골프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이 생겼다. 골프를 몰라도 딸에게 골프채를 쥐여주는 아버지가 많아졌다.

세계 여자 골프는 한국산 '세리 키즈'가 점령했다.

한국에서는 골프 하면 박세리를 떠올린다. 그만큼 한국 골프에 박세리라는 이름 석 자는 특별하다.

박세리는 한국을 넘어 태국, 중국 등 아시아 전역에 골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인 최초로 LPGA투어 메이저 챔피언에 오른 펑산산과 태국인 첫 메이저대회 챔피언 에리야 쭈타누깐 역시 크게 보면 '세리 키즈'의 일원이다.

이런 박세리가 필드를 떠난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 코스에서 LPGA투어 KEB 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치고 은퇴식을 치른다.

박세리는 지난 7월 US여자오픈을 마지막으로 미국에서는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사실상 은퇴 상태지만 은퇴 무대는 고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선택했다.

이제 오랜 선수 생활을 접고 제2의 삶을 시작하는 박세리의 골프 인생은 화려한 성공만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영원한 골프 스승'인 아버지 박준철 씨의 손에 이끌려 골프 인생을 시작한 박세리는 원래 박세리는 원래 육상 선수였다. 소년체전에 단거리와 중거리 선수로도 출전했다. 박세리의 튼튼한 두 다리는 골프로 다져진 게 아니다.

골프에 입문한 박세리는 금세 천재성을 드러냈다. 중학생 때 이미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 명성을 떨쳤다.

대전 갈마중 3학년이던 1992년 박세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라일 앤드 스콧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듬해 고교 1학생이 된 박세리는 톰보이 여자오픈을 제패해 첫 우승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1995년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는 고교 졸업반 박세리의 독무대였다. 12개 대회 가운데 4승을 박세리가 쓸어담았다.

1996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박세리는 거칠 게 없었다. 4승을 거둬 상금왕에 올랐다.

한국이 좁았던 박세리는 1997년 L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했다. 결과는 수석 합격이었다.

1998년 LPGA투어에 데뷔한 박세리는 당장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998년 5월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 7월에는 US여자오픈을 연달아 제패했다. LPGA 투어에서 첫 우승과 두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선수는 박세리 이전에는 없었다.

US여자오픈에서는 워터 해저드에 볼이 빠지자 맨발 샷을 시도했다. 이 장면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LPGA 투어 신인상에 이어 2003년 최저타수상을 받았으며 1998년에는 AP통신 올해의 여자 선수에 선정됐다.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LPGA 투어에서 통산 25승을 거둬 한국인 최다승 기록을 가진 박세리는 2007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하지만 끝 모를 추락도 경험했다. 2004년 박세리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쳤다 하면 오버파 스코어였다. 80대 스코어를 하도 자주 적어내 "주말 골퍼냐"는 비아냥도 받았다. 2006년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에서 카리 웹(호주)를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하면서 부활이었다. 그는 이후 2차례 더 우승했다.

박세리는 올해 은퇴를 앞두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부 감독으로 참가해 박인비(28·KB금융)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LPGA투어에서 이룬 업적과 맞먹는 역사적 쾌거였다.

떠나는 순간까지 박세리는 역사를 만든 셈이다.

박세리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박세리는 "후배들에 등대 역할을 하고 싶다"고 자주 말했다. 걸어온 길만큼 남은 길 역시 위대하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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