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분리대 파손 이유 있었네" 광주·전남 4년간 불량품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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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분리대 파손 이유 있었네" 광주·전남 4년간 불량품 설치
  • 연합뉴스
  • 승인 2016.10.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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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규격 미달 제품 제조업자, 직무 소홀 공무원 무더기 입건
▲ 파손된 차선분리대

규격에 맞지 않는 불량 차선분리대를 수년간 도로에 설치한 제조업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교통범죄수사팀은 규격에 미달한 차선분리대를 설치한 혐의(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로 A(61)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차선분리대 설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배임)로 광주와 전남 8개 시·군 교통 시설물 담당 공무원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0명은 자체 징계를 통보했다.

A씨 등 업자들은 2013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규격에 맞지 않고 불량한 재질의 차선분리대(12억원 상당)를 광주·전남 도로 58개소에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정상 규격의 차선분리대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생산 중이던 시선유도봉을 임의로 개조해 불량품을 만들었다.

차선분리대는 사람이 임의로 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길이는 90㎝로, 파손을 막으려 폴리우레탄 재질로 만들어져야 한다.

업자들은 규격을 맞추기 위해 길이 70㎝의 폴리우레탄 재질 시선유도봉에 저가의 폴리에틸렌 캡(길이 20㎝)을 씌웠다.

폴리에틸렌은 폴리우레탄보다 3분의 1가량 저렴하지만 더 파손되기 쉽다.

이들은 개당 22만원인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불량품을 만들었다.

불법 유턴과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도로 중앙에 설치한 차선분리대는 차량과의 충돌로 파손되면 파편으로 타이어 펑크날 수 있는 등 교통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

차선분리대 설치 공사는 지자체가 발주하고 조달청에서 업체를 심사·선정한다.

그러나 업체 측이 규격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허위로 납품서류 등을 제출했고 조달청은 형식적인 서류 심사만을 통해 업체를 선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당 공무원들은 조달청에 등록된 사실만으로 정상 업체로 판단하고 불량 제품을 검사하거나 적발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경찰청 박흥원 교통조사계장은 "교통시설물이 쉽게 파손되더라도 문제 의식 없이 예산을 들여 교체를 반복해 혈세를 낭비했다"며 "조달청은 제조업체의 생산능력을 꼼꼼히 점검하고 지자체는 시설물 관리·감독에 노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차선분리대 설치공사는 시가 조달청에 구매 요청을 하면 제조업체가 납품·설치하고 있다.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국제공인시험기관인 한국원사직물시험연원의 품질시험과 국토해양부의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한 규격 검증을 받아 조달청에 등록된 제품이라는 것을 믿고 구매·설치했다"고 해명했다.

시는 "차선분리대 품질관리는 조달청 고유 업무로 조달청에서 등록 제품의 재질을 사전에 확인했어야 하며, 제조업체가 기준 미달 제품을 납품한 것을 조달청이 제대로 검사하지 않아 시가 피해를 봤다"며 공무원들을 업무상배임죄로 처분한 사실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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