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청탁금지법, 혼선은 최소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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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청탁금지법, 혼선은 최소화해야
  • 연합뉴스
  • 승인 2016.10.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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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12일로 시행된 지 보름을 맞았다. 부적절한 접대 관행을 없애고 공정·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한 큰 걸음을 떼고 있다. 파급력은 예상했던대로 엄청나다. 공직사회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을 바꾸고 있다. 공무원들은 밀려드는 청탁을 부담 없이 거절할 수 있게 됐다. 고급 한식당은 메뉴가 바뀌었고, '각자내기(더치페이)'가 일반화됐다. 접대성 골프는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소식이다. 매우 고무적인 일인데 시행 초기여서인지 청탁금지법 규정의 적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학생이 교사에게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줄 수 있느냐다. 스승의 날에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이다. 교사와 학생 간에 업무 관련성이 있다는 점이 근거지만 법률 규정에 대한 과잉 해석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당한 사회 상규나 통념에서 벗어난 법 적용은 뜻하지 않은 반발을 낳을 수 있다.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 내부에서도 해석이 오락가락한다. 권익위는 법시행 이후 학생이 교사에게 주는 음식물·선물은 성적 평가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반면 권익위 고위 인사는 최근 정부 회의 등에서 "사회상규상 허용할 수 있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사제지간의 정으로, 아무런 이해 관계없이 주고받은 선물이라면 문제가 될 게 없다는 것인데 법 적용 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개별 사안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풀이하자면 교수에게 캔커피 하나를 건넨 학생, 시골 마을 교사에 호박 하나를 건넨 할머니, 교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학생이 모두 법을 위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건넸다가 자칫 어린 학생까지 범법자로 낙인찍힐지 모른다니 걱정스럽다.

낡은 악습을 뿌리 뽑기 위한 부정청탁금지법의 엄정한 실천은 당연하다. 우리 사회의 투명성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동체의 토대인 기본적인 인간관계나 정리가 훼손되어선 곤란하다. 법률의 취지에 맞게 우리 사회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당국이 보다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체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공무원과 만나는 일 자체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느라 정상적인 업무 소통조차 차단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0일까지 권익위로 들어온 법 규정 해석 문의는 총 2천174건에 달했다. 전화 문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만큼 사회 현장에서 혼선이 있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과도한 접대나 촌지, 선물 등을 주고받거나 학연ㆍ지연ㆍ혈연에 기대서 부정하게 청탁하는 게 문제이며, 건전한 활동과 교류 등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법 제정 취지를 살리면서 동시에 사회적 혼란과 내수 위축 등의 부작용은 최소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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