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밥 딜런
상태바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밥 딜런
  • 연합뉴스
  • 승인 2016.10.19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밥 딜런. 사진=연합뉴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할아버지 가수 밥 딜런과 요즘 젊은이들 사이의 연결고리는 스티브 잡스다.

1960~70년대를 풍미했던 75세의 할아버지가 제아무리 유명했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비틀스나 엘비스 프레슬리 등과 같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1984년 미국 인기 가수들이 총출동해서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부를 때도 이미 밥 딜런은 전성기가 지난 가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거론될 일이 없던 딜런은 애플의 아버지이자 전세계 젊은이들에게 혁신의 아이콘으로 각광 받고 있는 스티브 잡스로 인해 그 명성이 부활했다.

적어도 잡스의 팬들은 그를 통해 밥 딜런이라는 가수와 그의 음악세계에 집중했다.

어떤 것이든 한번 꽂히면 집요할 만큼 매달렸던 잡스는 일평생 밥 딜런의 음악세계를 파고들었고, 딜런에게 받은 예술적 영감을 토대로 전세계 IT 산업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지난 2011년 출간된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에는 밥 딜런과 관련된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잡스의 아이팟에는 딜런의 해적판 앨범 여섯 개를 비롯해 딜런의 다른 앨범 열다섯 장도 들어 있었고, 동료들은 잡스가 예민해지거나 흥분할 때면 딜런의 노래로 그를 달래보려고도 했다.

잡스는 심지어 밥 딜런의 연인이었던 포크 가수 존 바에즈와 사귀기도 했다.

매킨토시 개발이 한창이던 1982년 잡스는 14살 연상의 바에즈를 만나 3년 정도 사귀었는데, 주변에서는 그가 바에즈와 사귄 이유 중 하나가 바에즈가 한때 딜런의 연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했을 정도다.

이 전기에는 '잡스가 기억하는 한, 그가 너무 긴장해서 말이 잘 안 나온 적은 오직 밥 딜런을 만났을 때(2004년 10월)뿐이었다'는 대목도 있다.

딜런은 콘서트에 앞서 잡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곡이 무엇이냐고 물었고 '원 투 매니 모닝스'(One Too Many Mornings)라고 답하자, 그 곡을 콘서트에서 불러주기도 했다.

이 둘의 인연은 2006년 사업으로 확장된다. 딜런이 녹음한 773곡 전곡이 담긴 디지털 패키지 세트를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 스티브 잡스

이 상품의 출시를 알리면서 잡스는 "밥 딜런은 우리 시대에 가장 존경받는 시인이자 뮤지션이다. 또한 그는 개인적으로 제 영웅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의 작가는 "잡스는 디지털 시대에 딜런을 소개하는 큐레이터가 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과 손잡은 직후 딜런이 출시한 새 앨범 '모던 타임스'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올랐다. 딜런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것은 30년 만이었다.

그렇게 존재감을 재확인한 딜런은 그로부터 10년 뒤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며 문학계의 대지를 뒤흔들었다.

딜런의 이번 수상을 두고 '문학의 사망선고'라는 시선과 '문학의 외연 확대'라는 시선이 충돌하고 있지만, 그가 스티브 잡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딜런의 자서전과 음반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아이폰7의 예약판매가 매진됐다는 소식이다.

노벨 문학상은 모르겠고, 딜런과 잡스의 인연은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