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체제 30년> ⑤세계는 4차산업 전쟁 중…'IT강국 코리아'의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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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체제 30년> ⑤세계는 4차산업 전쟁 중…'IT강국 코리아'의 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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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2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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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IoT·스마트홈·AR·VR·드론 등 '신기술 쓰나미'
세계속의 한국, 'ICT 강국'에서 4차산업 지도국으로 우뚝 서야
▲ <87년체제 30년> 세계는 4차산업 전쟁 중 '4차산업혁명'은 이제 더는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4차산업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한국도 다소 늦었지만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알파고와 바둑 그래픽 합성이미지, 드론 팬텀4, 생각에 잠긴 이세돌, K콘텐츠 페어 개막식 참석해 VR체험하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머지않은 미래, 인공지능(AI)이 제어하는 생산라인에서 로봇들이 열심히 일한다.

인간은 자율주행차를 타고 출퇴근하지만, 음성 비서가 공장 상황을 수시로 알려줘 자리를 비워도 큰 걱정이 없다.

생산제품은 창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로봇이 박스에 담아 무인기(드론)로 고객에게 배달한다.

이런 '4차산업혁명'은 이제 더는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4차산업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한국도 다소 늦었지만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 농·어업과 지역경제 육성, 중소기업 보호 등 고속성장기 추격자의 입장에서 인공지능을 포함한 미래지향적 세상을 선도하기 위한 경제, 사회, 정치,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 AI·스마트홈·자율주행차·드론·3D프린팅 급부상

20세기 후반 ICT 기기의 발달로 생산라인이 자동화하는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이제 막 시작되는 '4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간·컴퓨터·기계의 실시간 연결을 토대로 ICT 영역이 결합하는 '사이버-피지컬 시스템'이 핵심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보다는 후발주자지만 정부와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다만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은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위한 장단기 전략과 전술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세계가 인정하는 1등 기술을 확보하는 건 기본이고 전세계 소비자들이 존경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대표기술은 사물인터넷(IoT)과 센서 네트워크,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3차원(3D) 프린팅 등이 꼽힌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가상현실의 융합을 통해 현실 세계를 '최적화'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며 "공장, 병원, 학교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는 인간과 컴퓨터를 잇는 핵심 접점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2025년 AI 산업의 생산 효과를 6조7천억 달러(7천600조 원)로 가늠했으며, IBM은 2025년 2조 달러(2천300조 원)의 기회가 있는 것으로 봤다.

AI는 이미 '음성 비서'로 현실에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홈과 결합해 '불 꺼' '문 잠가' 등 말로 집안의 온갖 기기를 관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음성인식 기술뿐만 아니라 인터넷·클라우드·센서 등과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도 융합된다.

2011년 애플의 '시리'를 필두로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 대표 포털 바이두도 후발주자로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스마트홈·IoT 기업 '스마트싱스'와 AI 플랫폼 회사 '비브 랩스'를 인수해 경쟁에 합류했고 LG전자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도 추격에 나섰지만,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크다.

AI 기술의 핵심은 머신러닝이다. 기계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해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바둑 세계 챔피언 이세돌을 꺾었던 구글의 AI 알파고는 머신러닝을 통해 바둑 능력을 계속 향상했다. 또 최근 빠르게 확산하는 음성인식 비서도 계속된 자료 축적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AI는 인간이 만든 기계지만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에 점점 가까워지는 셈이다.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의 김진형 원장은 "AI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한국형 AI는 국가적 사명을 갖고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는 AI와 IoT·클라우드, 자동차 기술이 결합한 고난도의 분야다.

도요타, BMW, 포드 등 해외 유수 자동차업체들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 유사 콜택시 업체 우버, 중국 바이두 등이 연구개발과 시험주행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는 내년 말까지 로스앤젤레스∼뉴욕 구간에서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할 예정이다.

한국은 현대자동차가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하드웨어, 센서 등 산업기반이 일천해 현격히 뒤처져 있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자동차부품 회사의 역량을 많이 키우지 못했고 소프트웨어 역시 전통적으로 약한 편"이라며 "관련 법도 미비해 아직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드론' 분야는 국방·레저 수요가 많은 미국과 중국이 앞서 가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드론으로 세계 곳곳의 오지에 인터넷 서비스를 보급하는 계획도 진행 중이다.

한국은 전남 광양 등을 거점으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맞춤형 의료기기 등 부품이나 기계를 필요할 때마다 생산할 수 있는 3D프린팅도 세상을 바꿀 기술로 꼽히지만, 아직 우리나라 생산현장에는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큰 발전을 이루고 있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한류'와 '게임'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의 전도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기술적·문화적 역량 부족이 문제다.

우리 정부는 AR·VR 분야에 내년까지 400억원 규모의 전담 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투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소니 등 해외 선두주자들도 AR와 VR 분야에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 무분별한 신기술 추종 위험…사회적 변화에 대비해야

우리가 4차 산업혁명에서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해외의 신기술을 무분별하게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육성도 정부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안한다.

원광연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정책적으로 필요하고, 또 실패해도 기술을 축적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 의미가 있다"며 AR·VR는 국방·교육·의학 등에서 응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남들은 이미 연구가 끝났는데, 예를 들어 알파고와 같은 AI 연구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한발 늦은 것'이 아니라 열 발 느린 것"이라며 "나도 VR 연구하는 사람이지만 물리학, 수학, 화학, 생물학 등 기초 분야를 다지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초 연구역량 향상과 교육 현장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신기술 보급에 따른 사회적 변화에 대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산업 현장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하는 이른바 '공유경제', 혹은 주문 즉시 공급된다는 뜻에서 '온 디맨드 경제'로 불리는 흐름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가격·안전 등 규제에서 벗어나 소비자 보호가 미흡한 데다 기존 택시업계나 숙박업계와의 공정 경쟁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자원을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고 언제든 취소도 가능해 편리하지만, 사회안전망이 우선 갖춰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백종현 서울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로봇에 일을 시켜서 사람이 해방돼야지 사람이 로봇 때문에 쫓겨나면 안 된다"며 "관련된 법안과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AI와 로봇은 사람의 능력을 보충하는 역할을 하므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분배가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중요하며, 시민 참여가 이뤄지는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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