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체제 30년> ⑨ 노벨상, 그림의 떡? 교육문화와 시스템 개혁이 해답(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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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체제 30년> ⑨ 노벨상, 그림의 떡? 교육문화와 시스템 개혁이 해답(上)
  • 연합뉴스
  • 승인 2016.10.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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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선도 열쇠는 교육"…"암기식 교육 넘어 창의·도전정신 키워야"
"이념·정권 뛰어넘는 초당파적 교육개혁위원회 필요" 의견 봇물
▲ <87년체제 30년> 교육문화와 시스템 개혁이 해답-(상) 이웃 나라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 당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 문화 전반을 확 뜯어고치지 않는 한 현행 시스템으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요원하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수능을 앞둔 고3 교실의 표정(왼쪽)과 실험실습에 열중하는 한 대학 연구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체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 당국은 끊임없이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만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입시를 위한 주입식 교육 문화 전반을 확 뜯어고치지 않는 한 현행 시스템으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은 요원하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 '정답 찾는' 암기식 교육으론 4차 산업혁명 대응 한계

과거 우리 교육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나라를 국민소득 2만달러의 나라로 키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암기를 강요하면서 성적순으로 학생을 줄 세우는 획일적인 주입식 교육으로는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가 필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장관을 지낸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2025년 정도면 4차 산업혁명으로 완전히 바뀌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힘은 교육에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교육체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서울대 자연대 학장은 "현재 교육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답을 찾는 교육에 너무 매몰돼 있다는 것"이라면서 "세상의 많은 문제는 정답 자체가 없거나 규정이 안되는 문제인데 어릴 때부터 답을 찾는 문제에만 매몰돼 있다"고 진단했다.

'한 가지 정답'만을 찾는 학생들을 키워내는 교육 문화는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장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경쟁에 매몰되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창업 등에 나서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가 자리 잡기 위해서도 교육문화개혁은 절실하다.

교육문화 개혁을 통해 과거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처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올 때 4차 산업혁명에서 뒤처지지 않는 것은 물론 노벨상 수상자도 자연스럽게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근 학장은 "과학 자체는 답이 없고 끊임없이 질문해가는 과정인 만큼 결론을 유보할 줄 아는 능력이 토론형 교육을 통해 키워질 수 있다"며 "이런 교육이 성공하면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생각도 할 수 있고, 또 저절로 노벨상의 토양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인재들이 고3 때까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반복하고 안 틀리는 연습만 하기 때문에 대학에 와서도 정형화된 인재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창의성은 이 분야와 저 분야가 합쳐지는 곳에서 발휘될 수 있다"면서 "한 우물 안에 갇혀 있으면 안 되고 좀 더 자신이 정말 뭘 좋아하는지, 자신 스스로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도전적인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무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도전이나 창의성은 결국 어릴 때부터 꾸준한 준비와 훈련을 통해 형성된다"며 "중고교에서 부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를 만들려면 무엇보다도 정답 맞히는 훈련을 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 20여년간 문민정부 교육개혁 체제 계속…"교육개혁위원회 만들어야"

현재 우리나라 교육 체계는 문민정부 시절인 1995년 단행된 이른바 '5·31 교육개혁' 때 도입된 정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자율과 책무, 수요자 중심, 다양화와 선택 등을 기조로 하는 '5·31 교육개혁' 체제는 당시 민주화와 정보화, 세계화라는 흐름 속에 교육 체계 패러다임의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후 교육 체계는 당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20여 년간 같은 자리에 머무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정부에서 제각기 교육개혁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는 커녕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정책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념이나 정권의 성향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한 교육개혁을 하기 위해 정권의 임기를 초월하는 상시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문민정부에서 '5·31 교육개혁'을 주도했던 안병영 전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펴낸 책 '5·31 교육개혁 그리고 20년'에서 "정권의 수명을 넘어서는 초당파적 '미래한국교육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교육개혁위원회에 참여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 역시 이달 교육개혁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에게 10년 임기의 대통령 교육개혁위원회 구성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예 교육부를 없애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초중등교육 정책은 시도 교육청에 위임해 자율권을 강화하고 대학교육 역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같은 대학 협의체에 맡기자는 구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 역시 최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육의 혁명적 변화를 위해 과감하게 교육부를 해체하고, 대신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업무 지원을 위한 교육지원처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변별력 없는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대학입시는 전면 자율화하자"면서 "현재 400여개인 대학수도 100여개로 대폭 줄이고 등록금 자유화, 기여입학제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영무 변호사는 "대학과 학교를 교육부가 독점적으로 관장하는 폐쇄된 방식에서 벗어나 혁신과 융합의 조직개혁을 검토해야 할 때"라면서 "고등교육 영역에 산업과 과학기술, 직업훈련을 추가해 산업혁신 숙련부를 신설하는 등 융합행정을 시도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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