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체제 30년> ⑨ 노벨상, 그림의 떡? 교육문화와 시스템 개혁이 해답(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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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체제 30년> ⑨ 노벨상, 그림의 떡? 교육문화와 시스템 개혁이 해답(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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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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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비해 교육현장도 혁신"…英美, 창의적 인재양성 시스템 구축
美, 대통령 나서 "전 학생에 컴퓨터과학 교육"…英, 2년전부터 코딩 공교육
▲ <87년체제 30년> 교육문화와 시스템 개혁이 해답-(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모든 미국 어린이에게 컴퓨터과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영국은 이르면 5세부터 모든 학생이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이러한 움직임은 세상을 움직이는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이미 바뀌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교육체계도 그에 맞춰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험실습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왼쪽) 과 놀이처럼 컴퓨터를 배우는 어린이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 아이들 모두가 미래를 대비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분석과 코딩(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 제작) 기술을 발전시켜 우리의 혁신 경제에 힘을 불어넣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에서 컴퓨터과학은 선택이 아닌 '3R'(읽기·쓰기·연산)과 같은 기초적 기량입니다."

올해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모든 미국 어린이에게 컴퓨터과학을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기 마지막 해의 국정 구상을 소개하는 중요한 연설에서 상당 시간을 여기에 할애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것으로도 부족해 같은 달 또다른 연설에서 40억 달러(약 4조 5천억원) 규모의 '모두를 위한 컴퓨터과학' 계획도 발표했다.

영국은 그보다 앞선 2년 전 이르면 5세부터 모든 학생이 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초·중·고등학교에 코딩 교육 과정을 도입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가르칠 만큼 컴퓨터과학을 이미 선택이 아닌 필수 지식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이러한 움직임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가 잘 나간다고전 국민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일각의 오해와 달리, 세상을 움직이는 사회·경제 패러다임이 이미 바뀌었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교육체계도 그에 맞춰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국은 코딩 공교육을 시작한 2014년 연령에 따른 단계별 커리큘럼을 제시하면서 아이들이 장래 직업을 위해 프로그램 작성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혁신적 사고를 확장하고 기량을 늘리는 데 목적이있음을 분명히 했다.

1단계(5∼6세)에는 알고리즘이란 무엇인지 배우는데, 꼭 컴퓨터가 아니더라도 음식 조리법이나 아침에 보내는 일상의 순서 바꿔보기 등으로 어린아이들에게 그 개념을 이해시킨다.

2단계(7∼11세)에는 더 복잡한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디버깅(오류 검출)하면서 논리적 추론 능력을 발달시키고, 3단계(11∼14세)에는 2개 이상 프로그램 언어를 아는 상태로 자신만의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다.

▲ 올해 4월 백악관에서 열린 과학박람회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선보이는 11세, 9세 소녀를 격려하는 오바마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영국 ICT 전문 사회단체 BCS의 빌 미첼 교육국장은 일간 가디언에 "물리학을 배울 때 우리가 물리학에 대해 생각한다면, 컴퓨팅을 배울 때 우리는 '생각하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며 "사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컴퓨터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상상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 12월 뉴욕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코딩 행사에서 문제를 해결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뒤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켜보며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각국의 교육현장에서는 교육 내용뿐 아니라 교육 방식에서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전통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ICT 기술을 십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개인 맞춤형 교육 '에듀테크'를 통해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는 것이다.

▲ 2015년 12월 뉴욕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코딩 행사에서 문제를 해결한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뒤로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켜보며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1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을 시작으로 매사추세츠공대(MIT), 하버드대 등 내로라하는 대학으로 번진 석학들의 대규모 공개온라인수업(MOOC)은 단순한 '인강'(인터넷강의)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과제 수행과 토론, 질의응답, 평가를 할 수 있고 일부 대학이 학점이나 수료, 학위를 인정할 만큼 발전했다.

집에서 강의를 듣고 학교에서 숙제하도록 해 수업의 역할과 개념을 뒤집은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도 각국 대학들이 점점 더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미리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는 등 수업 내용을 익히고 나서 등교해 교수·동급생들과 발표·토론을 하며 지식을 넓히고 사고를 심화한다.

ICT를 활용해 개별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 내용을 기획하고 자원을 배분하는 '적응학습'(Adaptive learning)도 점점 더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ASU)은 이런 기법들을 활용한 교육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ASU는 '글로벌 프레시먼 아카데미'를 통해 전 세계 학생들에게 1년간 온라인 강의를 듣고 나서 학업을 이어나갈지 결정하도록 하는가 하면, 전통적 방식의 수업을 착실히 들은 학생보다 이론 교육을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활용한 학생을 키우려는 시범교육 '프로모드'를 시행하기도 했다.

▲ 애리조나주립대 홈페이지

또 '적응학습'을 강의에 적용해 효과를 봤다. 수학 과목에서 적응학습 플랫폼을 도입해 학생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하자 과락하지 않고 패스한 학생들의 비율은 도입 전의 66%에서 75%로 늘었고 철회율은 13.6%에서 5.6%로 뚝 떨어졌다.

에듀테크가 주목받으면서 관련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영국과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은 이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계 에듀테크 산업 규모는 작년 기준 450억 파운드(62조 3천억원)로 추산되며 2020년까지 1천290억 파운드(179조 3천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중 에듀테크 스타트업만 1천개 이상이 있는 선두 국가 영국의 학교들은 해마다 에듀테크에 9억 파운드(1조 2천억원)를 쏟아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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