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체제 30년> ⑩ 글로벌시대 걸맞은 세계시민의식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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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체제 30년> ⑩ 글로벌시대 걸맞은 세계시민의식 갖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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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3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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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만 재외동포는 국력의 외연"…법제 정비·차세대 교육 시급
외국인 200만·다문화가정 30만…"배타주의 버리고 적극 포용해야"
▲ <87년체제 30년> 글로벌시대 걸맞은 세계시민의식 갖추자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0년간의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다. 초고속통신망 등 보급으로 전 세계는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이게 됐다. 글로벌 추세에 따라 재외동포의 역할이 커졌고 이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같은 흐름에서 한민족 네트워크를 강화해 국력을 키우고 국격을 높이며, 국내외 동포의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대두했다. 지난 9월 강릉시에서 열린 다문화 한가위 행사체험에서 송편을 빚는 결혼이민자들 모습(왼쪽)과 지난 3월 서울 이태원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1987년 제9차 개헌 이후 30년간의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다. 초고속통신망 등 보급으로 전 세계는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이게 됐다. 국경의 장벽도 낮아져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과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했다.

글로벌 추세에 따라 재외동포의 역할이 커졌고 이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같은 흐름에서 한민족 네트워크를 강화해 국력을 키우고 국격을 높이며, 국내외 동포의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대두했다.

한국이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의 구성원도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불과 20여 년 만에 급속히 진행된 다문화사회로의 이행은 단일민족의 전통을 지켜온 우리 역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현상이다. 이런 환경에서 요구되는 시대정신의 핵심 키워드는 '톨레랑스'(관용)다.

그러나 '87년 체제'는 이 같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담아내는 데 적지 않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국민의 인식도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과감한 동포정책으로 '한민족 네트워크' 강화해야

1987년 재외동포는 204만 5천169명(외교부 통계)에 그쳤으나 옛 소련, 중국과 교류의 물꼬가 터지고 독립국가연합 동포(고려인)과 중국 동포(조선족)가 포함되면서 91년에는 480만명대로 껑충 뛰었다. 이후 2003년에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2007년 700만명을 돌파했다.

2015년 기준 재외동포 718만 4천872명 가운데 재외국민은 247만 2천126명(34.4%), 나머지 471만 2천126명은 외국 국적자다.

재외동포는 각국에서 민간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면서 한국 상품 수출과 한류의 확산 등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도 그 공로를 인정해 10월5일을 '세계 한인의 날'로 정하고 2007년부터 해마다 기념식을 열어 유공자를 포상한다.

하지만 각국 한인사회를 국력의 외연으로 인정하고 재외동포의 권익을 신장하려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우리 헌법은 1980년부터 2조 2항에 재외국민 보호 규정을 명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률은 지금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참정권마저 봉쇄돼 오다가 2007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내려지면서 2011년 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외선거가 실시됐다.

헌재는 재외국민이 국민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점도 2014년 7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5년 말까지 법률을 개정하도록 했으나 국회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외국민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17대 국회에서 제출되기 시작했고 19대 때에도 5건이 발의됐으나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동포사회에서는 재외 유권자가 국내 다문화 인구보다 많은데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불만이 있다.

내국민과의 형평성, 병역 기피, 조세 회피 등 문제를 내세운 신중론도 있지만 한민족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면 재외동포 정책을 더 과감하게 갖고 가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민족 정체성이 희박한 차세대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모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배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더불어민주당 재외동포위원장을 지낸 김성곤 전 의원은 "재외동포들이 해외에서 번 돈과 쌓은 노하우를 모국에 투자하고 전수하도록 하려면 현재 65세 이상인 이중국적 허용 기준을 더 넓히고 조세 관련 법률도 개선하는 등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다문화는 새로운 기회…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자

국내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불법체류 형태의 이주노동자 유입이 본격화됐다. 1970∼80년대 고도 성장과 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3D업종에서 인력난이 심화한 데 따른 결과였다. 이에 정부는 91년 11월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했다가 2003년 11월부터 고용허가제와 병행한 뒤 2007년 1월 고용허가제로 일원화했다.

결혼이주여성은 1992년 한중 수교와 농촌 미혼 남성의 증가 등을 계기로 급속히 늘어났다. 위장결혼이나 인권침해 등 폐해가 잇따르자 2014년 4월부터 국제결혼 비자 발급 요건에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능력을 포함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1987년 4만 2천810명에 불과하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올 6월 200만명을 돌파해 전체 국민의 3.9%에 이른다. 연평균 8%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2021년 3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경우 외국인 비중이 5.82%에 이르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7%)을 웃돌게 된다.

결혼이민자는 집계를 시작한 2001년 2만 5천182명에서 올 6월 15만 2천116명으로 6배나 늘었다. 지난해 통계청 집계를 보면 다문화가정 인구는 29만 9천 가구 88만 8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한다.

급속한 다문화 현상에 따른 부작용이 없지는 않지만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도 필연이다. 최근 저출산,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문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하다.

▲ 15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서 각국 민속의상을 입은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다문화 가정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기여하고 문화를 풍부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다문화 자녀들은 이중언어의 장점을 살려 무역 등 분야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차별의 시선과 배타적 태도는 사회 곳곳에 널려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조사한 다문화 수용성 지수는 53.95점으로 4년 전인 51.17점보다는 다소 높아졌으나 선진국보다는 여전히 낮다.

취업난이 장기화하고 외국인 범죄가 늘다 보니 외국인에게 노골적으로 반감과 경계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사이버 공간에서는 무턱대고 혐오감을 표시하는 '묻지마 안티'까지 기승을 부린다.

이 같은 '반(反) 다문화' 정서는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에 빠뜨릴 위험요소라는 점에서 다문화인들을 이웃으로 품을 수 있는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외래 문물을 앞장서서 수용한 나라는 융성했고 쇄국을 택한 왕조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면서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온 국민이 이주민을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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