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대장정 광주비엔날레 폐막…현장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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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일 대장정 광주비엔날레 폐막…현장에서 답을 찾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11.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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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협업…녹두서점 재현으로 '광주정신' 조명
현대미술의 역할·사색 중점…난해한 주제·대중성 확보는 숙제
▲ 광주비엔날레 개막 1일 오후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2016 광주비엔날레 프레스 오픈 행사가 열려 국내외 취재진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2일부터 일반 공개에 들어가 66일간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우제길 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의재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9월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66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6일 폐막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37개국에서 120여명의 작가가 참여해 252점의 현대 미술작품을 선보였다.

현대미술의 역할을 사색에 중점을 두고 기획한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작품 사이의 여백을 활용해 사유의 공간을 확보하고 관람객과 소통을 꾀하는 등 열린 전시를 추구했다.

대안 미술공간인 '우테-미그로'와 함께 전시를 기획하는가 하면 시민참여프로그램을 확대해 지역과 함께하는 비엔날레를 제시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창설 20년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비엔날레로 성장한 광주비엔날레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본다.

◇ 예술은 사회의 '매개'…현장에서 답을 찾다

올해는 '사회와의 매개성'이라는 기획 취지 아래 지역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 외부 전시 공간을 9곳으로 확장했고, 지역 협업 및 교육 프로젝트인 '월례회'(Monthly Gathering)와 '인프라스쿨'(Infra-school), '2016 광주비엔날레 포럼'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열었다.

대인시장에 있는 우테-미그로에서 열린 월례회에서는 큐레이터·참여작가는 물론 미술 전공 학생과 일반 시민이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 독서모임을 열어 주목을 받았다.

미술기관의 미래를 논하는 광주비엔날레 포럼에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본인의 저서인 '소년이 온다', '희랍어시간', '흰' 등을 발췌해 낭독하는 시간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참여작가들이 직접 현장에서 작업하는가 하면 주민과 협업도 이끌어 의미를 더했다 .

페르난도 가르시아 도리는 친환경 공동 경작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인 한새봉 두레와 함께 작업을 했고 아폴로니아 슈시테르쉬치와 배다리 작가는 지역 공동체 협업 예술 워크숍 '두암동 교실'을 열었다.

◇ '광주정신' 예술로 부활하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의 거점이었던 녹두서점이 광주비엔날레에서 부활했다.

참여작가인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는 구글을 통해 녹두서점을 접한 뒤 이를 작품화하기로 하고 녹두서점 주인이었던 김상윤 '윤상원열사기념사업회' 이사장과 작업을 시작했다.

'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제목으로 35년의 시간을 넘어 부활한 이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1전시관에 전시됐다.

계엄군의 총칼에 희생된 민주 영령의 넋을 달래듯 나무 관 위에 태극기가 놓였고 학생들이 밤을 새워 읽었던 사회과학 책도 책꽂이에 자리 잡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책은 당시 녹두서점에서 판매했거나 주요 토론 도서목록이었던 서적으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빌려 전시했다.

김상윤 이사장은 "기억의 샘이 하나 만들어진 것 같다"며 "당시 서점에 있었던 책도 있고 요새 나온 책도 있어 녹두서점이 80년에만 머물지 않고 역사적 물결로 이어져 왔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빅 반 데 폴(Bik van der Pol)은 오월 어머니들과 대화를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How Does a Straight Line Feel?)'를 선보였고 더그 애쉬포드(Doug Ashford)의 '민주주의의 움직임이 있었던 한국의 장소들에 그림을 들고 가서 찍은 사진들, 그리고 무엇이 이루어졌는지 보여주는 네 개의 예시들'(Photographs of Paintings Carried to Places where the Movement for Democracy in South Korea Happened, and Four Examples of what was Produced)로 한국의 역사적 현장을 조명했다.

▲ 작품으로 부활한 녹두서점 1일 오후 광주비엔날레전시관에서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격문과 투사회보를 만들었던 녹두서점이 작품으로 재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는 '녹두서점 - 산 자와 죽은 자 우리 모두를 위한'이라는 작품에서 당시 녹두서점에 있었던 서적을 그대로 비치하는 등 역사적 현장을 그대로 작품에 반영했다. 사진=연합뉴스

◇ 국내외 호평 속 국제적 위상 확인…전문가 발길

미국의 유명 온라인 매체 아트넷(Artnet)과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매체 프리즈(Frieze) 등 해외의 주요 매체들은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상상력을 자극하며 본질과 핵심을 고려하게 만든 기획이라며 호평했다.

외신의 호평 속에서 해외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주요 기관들의 방문도 두드러졌다.

2016 아트리뷰 선정 영향력 있는 미술인 8위에 오른 아담 와인버그(Adam Weinberg) 휘트니미술관 관장과 크리스토퍼 류(Christopher Lew)·미아 락스 (Mia Locks) 2017휘트니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 등을 비롯해 벤 스트라우트(Ben Strout) 시드니비엔날레 CEO 등이 광주비엔날레를 다녀갔다.

LA현대미술관, 오스트리아 응용미술관, UCLA가 운영하는 미술관인 해머 미술관(Hammer Museum), 일본 후쿠오카 문화재단, 모스크바 비엔날레 등의 주요 문화 기관 관계자들도 광주를 찾았다.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이 격년으로 수여하는 휴고보스상에는 참여작가인 아니카 이(Anicka Yi)가 선정됐으며 독일의 미디어 아트 미술상인 'Nam June Paik Award'에 로렌스 아부 함단(Lawrence Abu Hamdan)이 수상했다.

◇ '지역과 함께'…시민 참여 프로그램 눈길

시민 참여프로그램인 '나도! 아티스트'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464명이 참여했다.

사진과 벽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품이 시내 곳곳에서 전시됐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재즈 그룹 N뮤지크와 문유미, 김광철 행위예술가, 퍼포먼스 그룹 M.F.O 등 5개팀이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시립미술관 등지에서 공연를 펼쳤다.

문화가 있는 날에는 직장인들을 위해 야외 개장을 했으며 특별 할인 이벤트도 진행했다.

9월 9일 열린 광주·전남 미술교사 워크숍엔느 300여이 참가해 현대미술 강좌를 듣고 전시를 관람했다.

▲ 비엔날레 퍼포먼스 4일 오후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앞 광장에서 시민참여프로그램 '나도! 아티스트 : Healing Heart(힐링아트)'의 하나로 행위예술가 문유미의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난해한 주제·대중성 확보 관건

12세기 페르시아 철학자인 소흐라바르디가 주장한 '제8기후대'를 주제로 내건 광주비엔날레는 과도한 이미지로 덧칠한 현대미술의 외피를 벗고 사색과 예술의 본질에 접근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인간이 상상적 능력을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제8기후대'가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이어서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지역의 한 미술인은 "비엔날레의 특성상 실험적이거나 진보적인 작품이 주를 이루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주제 자체가 너무 어려워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미술을 전공한 전문가도 어려운 작품이 많은 만큼 일반 시민을 위해 작품 설명을 꼼꼼하게 해주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창설 20년을 넘어 새롭게 도약하면서 지역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전시 방향을 설정했다"며 "지역 밀착형 작품 제작 등을 통해 광주 만의 정체성을 찾고, 외부 전시 공간을 확장했으며, 특별전과 기념전, 포트폴리오리뷰 등 지역 참여의 장을 마련하면서 지역과 하는 광주비엔날레의 모델을 함께 만들어나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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