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정교과서 강행땐 국론 분열 가중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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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국정교과서 강행땐 국론 분열 가중 우려된다
  • 연합뉴스
  • 승인 2016.11.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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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중점 국정과제의 하나인 국정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공개됐다. 그동안 비공개로 집필이 진행된 탓에 베일에 싸였던 집필진 31명도 이름을 드러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중학교 역사 1·2, 고교 한국사 등 3종의 국정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고 "학생들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현장 검토본에 대한 여론 수렴이 끝나는 다음 달 23일까지 국정 역사교과서의 향후 현장 적용 방안을 결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새 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서 새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게 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교과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유보하는 태도로 돌아섰다. 이 부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현장에서 혼란 없이 역사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그런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정국 상황을 고려할 때 내년부터 국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는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고 봐야 할 것이다. 국정교과서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 지금의 반대여론을 뚫고 나갈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국정교과서는 현대사 부분에서 대한민국 건국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북한을 부정적으로 기술한 부분이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으로 꼽혔다. 현행 검정교과서가 북한에 관대한 서술을 하는 등 좌로 편향됐다는 게 국정화 추진의 중요한 논거였다. 그러나 기존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바꾸는 등 뉴라이트 계열 학자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되는 이번 국정교과서는 결과적으로 또 다른 우편향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국내 다수 역사학자가 집필 참여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날 공개된 집필진 면면을 보면 다양성이 부족하고 관변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이달 24일 법원은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집필기준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국정교과서가 절차적 정당성마저 잃은 셈이다.

애초 국정체제의 교과서 추진은 역사 해석이 특정 정권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과 자유 발행제를 채택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는 반대여론이 컸다. 물론 기존 검정교과서의 사실 왜곡과 좌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역사 문제를 정부가 단일교과서에 담는다면 진보든, 보수든 정권이 갈릴 때마다 역사 기술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최근 최순실 사태로 가뜩이나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국정교과서 강행은 또다시 국론 분열을 부채질할 게 뻔하다. 교육부가 충분히 여론을 수렴한다지만 지금의 여론은 이미 국정교과서를 폐기한 거나 진배없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이날 국정교과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교육현장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국·검정교과서 혼용체제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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