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의 풍진세상> 정도(正道)
상태바
<김종현의 풍진세상> 정도(正道)
  • 연합뉴스
  • 승인 2016.12.05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안갯속 청와대(2016.12.4)…박근혜 대통령의 마지막 결단은?

떠오른 절대권력인 촛불과 기우는 권력인 대통령의 벼랑 끝 힘겨루기가 6주째 이어지고 있다. 그간 전국에서 연 600여만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말 그대로 촛불이 횃불로 번지고 있다.

상황 악화의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을 비우지 못한 데 있다. 민심을 가라앉히려는 대통령 담화는 국민의 화만 돋웠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사과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고 국민은 생각한다. 3차 담화에서는 '퇴진'을 거론했지만, 국회로 짐을 떠넘기는 바람에 약발이 없었다. 국민은 대통령이 물러날 뜻이 없다고 분노했다.

정치권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통령이 거취를 국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으나 여야는 상호불신과 정치 셈법으로 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국회 권력을 잡고 있는 야권은 탄핵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새누리당은 비박이 탄핵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자 '4월 말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내걸고 대통령에게 수용을 건의했다. 3일 230만 명의 촛불에 화들짝 놀란 비박은 대통령이 무슨 발표를 하든 탄핵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굳혔다. 정치권은 작금의 사태를 해결할 의지도 정치력도 없다.

야권은 촛불에 올라타 조기 대선을 바라고, 여권은 시간 끌기에 집착한다. 민심을 읽지 못하는 건 대통령이나 정치권이 마찬가지였다.

정국은 주권을 실천하겠다는 촛불이 지시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야권은 민심을 업고 9일 탄핵열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되든 안 되든 탄핵 표결로 돌진하겠다는 자세다. 대통령의 임기 단축과 관련한 여당과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비박이 가세하면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크다.

탄핵을 피하려면 박 대통령이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됐다. 더이상 모호한 말, 책임 떠넘기기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않는 확실한 조기 권력 이양 로드맵이 나와야 할 것이다. 민심은 대통령이 어려운 수사법이 아닌 곧게 펴서 말할 것을 요구한다.

촛불은 즉시 퇴진을 외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4월 말 퇴진을 원한다.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인가.

만약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원하는 퇴진 시기를 택할 경우 국민의 동의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 건 신뢰 잃은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공학적 견해이지 민심이 바라는 시점은 아니라는 게 지난 주말 집회에서 드러났다.

대통령이 억울해서 물러나지 못하겠다면 탄핵심판을 받겠다고 당당하게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한다. 검찰수사가 정치오염이자 사상누각이라고 믿는다면 사퇴가 아닌 탄핵을 택해야 옳다. 최순실 사태에 얽히고설킨 대통령의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가리면 된다. 헌정 질서 측면에서도 그 게 정도다. 복잡할수록 원칙이 중요하다. 법치에 맞게 하는 것이 후유증이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통령이 비박계를 교란해 탄핵 표결에 나서지 못하게 한다면 자가당착이다. 권력에 대한 집착이 여전하고, 탄핵심판에 자신감도 없음을 만천하에 고하는 격이다. 탄핵은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 친박도 애초 원했던 해결책이 아니었던가.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면 상황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금의 기세를 볼 때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촛불의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이 국가적 혼란을 어찌할 것인가.

이는 새누리당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 새누리당이 존속을 바란다면 판단을 잘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촛불이 잦아들 것으로 생각한다면 순진하다.

박 대통령과 보수(保守)가 함께 살 길은 없다. 서로 결별을 고해야 할 시점이 임박했다. 어떤 메시아도 대통령과 친박이 버티고 있는 새누리당엔 깃들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가 진짜 보수라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지켜야지 헌법과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통령을 사수하겠다고 나서선 안 된다. 지금 새누리당은 죽어도 같이 죽는다는 식의 의리나 정리, 추억을 따질 때가 아니다. 당의 궤멸을 걱정해야 하는 백척간두다. 대통령이 진정 새누리당에 애정이 있다면 손을 놔야 한다.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나 이 시점에서는 사심을 버리고 상황을 객관화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발을 디뎌야 할 보수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 식물상태로 시한부 목숨을 이어가다 종막을 고할 게 아니라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이런 절체절명에서는 살고자 욕망한다면 길이 열리지 않는다. 죽고자 하는 지점에서 사는 길이 보일 것이다.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