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가금류 유통금지 보름…"겨울 어찌 버티나" 상인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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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가금류 유통금지 보름…"겨울 어찌 버티나" 상인 눈물
  • 연합뉴스
  • 승인 2016.12.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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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탓에 17일째 장사 못하지만 단골 놓칠까봐 문 열었는데…"
▲ '닭·오리는 없고 참새만 있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전통시장에서 가금류 판매 제한이 보름째 이어진 5일 오후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닭·오리 판매 상점의 닭장이 텅 비어 있어 참새만 기웃거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짹짹…. 휘이 저리 가라!"

5일 오전 광주의 대표 전통시장 북구 말바우시장, 닭·오리 판매 상점의 텅 빈 닭장에는 참새만 몰려들었다.

상인들은 '짹짹'거리며 가뜩이나 속상한 마음에 화만 돋우는 참새떼를 손으로 휘저으며 쫓아내며 손님이 없어 쓸쓸함이 감도는 시장 거리를 초점이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광주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 지역은 아니지만, 살아있는 닭과 오리를 잡아 판매하는 전국의 전통시장에 '살아있는(生) 가금류 유통금지 조치'가 지난달 19일부터 보름째 이어지고 있어 산 닭·오리가 자취를 감췄다.

유통금지 조치 이전에는 이뤄진 '이동제한' 조치일 이틀까지 합치면 17일째 가금류를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상인들은 걱정을 넘어서 낙담을 하고 있었다.

조만간 풀리리라 생각했던 유통제한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상황 종료 시'까지 이어진다는 소식에 상인들은 임대료 걱정과 하루 끼니 걱정 속에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판매를 중단한 초기에는 소식을 접하지 못한 단골손님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찾아와 가게 문을 닫을 수도 없어 매일 아침 출근해 손님을 빈손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제는 그마저도 거의 발걸음이 끊겨 '참새만 찾아오는 가게'를 지키는 상인은 불과 소수고, 대다수의 가금류 판매 상인들은 가게 문을 닫고 다른 생업에 뛰어드는 등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 전통시장도 AI 비상

말바우시장에서 8년째 닭과 오리를 팔아온 상인 김모(58·여)씨도 "가게 임대료라도 내려면, 문 닫고 식당 아르바이트라도 해야겠다"며 구인·구직 무가지를 뒤적였다.

김씨는 "지난해 9월에도 AI 여파로 문을 며칠 닫았지만, 올해는 기약 없이 이어지는 유통제한 조치에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특히 철새가 AI 감염 경로로 지목되면서 겨울철 철새가 오가는 올해 겨우내 AI가 퍼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당황스럽기는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제수용 닭을 사러 나온 박모(60·여)씨는 "조상님들에게 바칠 산 닭을 사러 나왔는데 시장 내 닭장이 모두 비어 있어 당황스럽다"며 "도축 닭이라도 사야겠다"며 주변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AI 발생으로 가금류 수요가 줄어드는 일명 'AI 포비아'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참새만 몰려든 닭 판매장

2003년 AI 발생과 함께 국내 닭고기 소비가 80% 이상 급감했고, 대형 도축 가금류 유통업체가 경영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AI가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면서 AI 발생과 닭고기 소비의 연관성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한 대형 유통업체가 발표한 도축 닭 수요는 지난해 대비 매출 기준 23.1% 증가했고, 닭고기 구매자도 3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AI 발병이 오리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오리고기 매출은 소폭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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