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 ①심판대 오른 '문화융성'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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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 ①심판대 오른 '문화융성' 정책
  • 연합뉴스
  • 승인 2016.12.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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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창조융합벨트 좌초 위기…'문화가 있는 날' 성과도
문화정책 예산 대폭 삭감…신뢰회복이 최대 관건
▲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융성위원회를 주재하는 모습

정부가 내세운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문화융성'은 한마디로 문화산업을 새로운 미래성장의 동력이자 일자리 창출의 발판으로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방안이 바로, 부가가치가 큰 문화콘텐츠 산업 스스로 증식할 수 있게 생태계를 조성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의 건설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정책은 국정농단 파문의 장본인인 최순실과 측근 차은택의 '작품'임이 드러나면서 좌초 위기에 처했다.

두 사람이 정부의 문화정책 전반에 깊숙이 개입하고, 특히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마음대로 주무른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부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정농단의 진원지로 지목되며 심판대에 올랐다.

'문화가 있는 날' 확산, 예술인복지법 시행, 도서정가제 정착 등 꾸준히 성과를 축적해가는 정책들도 있지만, 최근 불어닥친 국정농단 파문에 묻혀 문화정책 대부분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좌초 위기

▲ 작년 2월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점등하는 박근혜 대통령

올해 본격화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은 문화콘텐츠 산업 내 기획-제작-소비-재투자의 선순환 체계를 갖추기 위한 사업이다.

이는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 K-팝 아레나, K-익스피리언스 등 6개 시설을 조성하는 것으로 구체화됐고, 당초 2019년까지 총 7천억원대의 예산이 책정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5조원의 직간접 경제효과와 17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것이란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검찰 조사 결과 등에 따르면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작년 2월 출발 때부터 부정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문화창조융합벨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최순실의 측근 차은택이 단장으로 있던 문화창조융합본부가 기획하고 그의 인맥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관장했다.

차은택과 그의 측근들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뒤로 각종 이권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까지 얻어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을 견제할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았다.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서 시설 조성은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됐다.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는 이미 개소했고, 문화창조아카데미, K-컬처밸리, K-팝 아레나는 내년 중 문을 열 예정이다.

하지만 문화융성 정책의 몸통 격인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상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국이다.

◇ '문화가 있는 날' 뿌리 내렸다

▲ 청주 '성안길 마수리'

올해 문화정책의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게 매월 마지막 수요일마다 다양한 문화혜택을 주는 '문화가 있는 날'은 꾸준히 확산되면서 생활 속에 뿌리를 내려가는 모습이다.

올들어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한 전국 문화시설 및 단체의 프로그램 수는 11월 말 현재 2만3천709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9천544개)보다 21.3% 늘어났다.

월별 참여 프로그램 수는 2천657개(11월)로 올해 정부 목표인 2천300개를 훌쩍 넘겼다. 인지도는 57.8%(10월)로 작년(45.2%)보다 눈에 띄게 높아졌고, 참여율도 43.3%(10월)로 작년(37.2%)보다 상승했다.

표준근로계약서 도입 등 문화예술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지난 5월 개정 예술인복지법의 시행으로 더욱 구체화됐다.

예술인복지법에는 예술인과의 용역 계약을 맺을 때 서면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예술인에 대한 전반적인 복지를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도서 할인율을 정가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도 2014년 11월 전면 시행 후 2년을 넘기면서 안착하는 모습이다.

신간 단행본의 정가는 제도 시행 전보다 내려 거품이 빠지는 대신 올해 도서판매량은 7천707만3천권(예상치)으로 작년보다 6.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 문화정책 신뢰회복이 최대 관건

▲ 안개에 묻힌 문화체육관광부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중앙정부 예산 중 문체부 예산은 당초의 정부안보다 2천억원 이상 삭감됐다.

이 가운데 780억원이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에서 잘려나갔다. 당초 1천278억원으로 짜였던 내년도 문화창조융합벨트 예산은 499억원으로 반도 남지 않게 됐다.

문체부는 그럼에도 문화창조융합벨트 관련 시설의 완공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설을 조성하는데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자금은 올해 예산으로 충당했고, 대규모 시설인 K-컬처밸리와 K-익스피리언스는 CJ그룹과 한진그룹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문제는 취지에 맞게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느냐다.

문체부는 현재 줄어든 예산에 맞게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재정비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조만간 개편된 사업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바닥으로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다.

문화정책을 힘있게 추진해 성공을 기대하려면 충분한 예산과 인력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의 성원과 지지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추진해온 문화정책 사업 대부분이 기획 의도부터 의심받고 있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문체부가 문화정책을 둘러싼 시비를 철저히 가리고 침체된 조직 분위기를 일신함으로써 새 출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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