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 ②한강에 취한 문단, 성추문으로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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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문화> ②한강에 취한 문단, 성추문으로 '휘청'
  • 연합뉴스
  • 승인 2016.12.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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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독자 관심 되돌려
밥 딜런 노벨상 수상·9년만의 '해리포터' 시리즈 화제

올해 문학계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에 한껏 들떴다가 문인들의 잇따른 성추문으로 단숨+에 가라앉았다.

고루한 이미지의 문예지를 개편해 독자들과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국제적으로는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최대 논란거리였다.

◇ 독자들 다시 불러들인 '채식주의자'

▲ '채식주의자' 작가 한강(오른쪽)과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 사진=연합뉴스

올 3월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이어 5월17일 한강과 영문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가 수상자로 공식 발표됐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앓이'를 하는 문단과 독자들의 갈증을 상당부분 해소해준 낭보였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려 육식을 멀리하고, 그러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과정을 남편·형부·언니의 시점에서 서술한 연작 소설이다. 외신들은 "아름다움과 공포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거나 "한 문장 한 문장이 놀라운 경험"이라며 극찬했다.

수상 직후부터 12주 연속 서점가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에서 멀어진 독자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오는 기폭제가 됐다. 2007년 단행본 출간 이후 8년여 동안 2만 부가량이던 판매고는 올해 들어서만 60만 부 이상을 기록했다.

'채식주의자'와 함께 정유정 소설 '종의 기원', 조정래 소설 '풀꽃도 꽃이다' 등 신작들이 흥행에 성공하며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고전 시집의 복간·초판본 열풍이 지난해부터 이어진데다 SNS 모바일 문화에 적합한 시를 통해 각박한 일상을 위무받는 독자가 늘며 '한국문학의 부활'을 조심스레 말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 문인 10여 명 성추문…'문단권력' 도마위에

10월 중순부터 잇따라 터진 문인들 성추문 폭로는 문학계에 불어온 오랜만의 훈풍에 찬물을 끼얹었다. 피해자들은 트위터에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달고 문인들의 성폭력 행태를 실명으로 공개했다. 지금까지 언급된 시인·소설가는 10명이 넘는다.

성추문에 연루된 문인들은 문단 내에서 자신이 가진 권력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한결같았다. 시를 가르쳐주겠다며 SNS를 통해 접근하거나 창작강좌 수강생을 개인적으로 만나 성폭력을 가했다. 한 시인은 미성년자인 고교생과 성관계를 하고 돈까지 빌려 갚지 않았다는 충격적 폭로도 나왔다. 가해자로 지목된 문인들은 대부분 공개 사과문을 내며 고개를 숙였지만 일부는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다.

시집에서 위안을 찾던 독자들은 성추문 시인들의 시집 불매운동을 벌이고 출판사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용기를 내어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를 지지하는 연대모임도 결성됐다. 출판사들은 문제 시인들의 시집을 출고정지하거나 절판 조치했고 한국작가회의는 성추문 시인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문단 안팎에서 곪았던 성폭력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데는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사회 전반에서 힘을 얻은 페미니즘 담론의 영향이 컸다. 문인들 성추문은 등단심사·출판 등 제도를 둘러싼 '문단권력' 논의로도 확대됐다.

▲ '릿터' 창간호(왼쪽)와 '문학과사회' 가을호 별책

◇ '독자에게 더 가까이'…문예지는 혁신 중

수십년 동안 고착화한 문예지 시스템의 변신이 올해도 계속됐다. '창작과비평', '문학과사회'로 대표되는 전통적 문예지들은 한국문학의 토양으로 기능했지만 난해한 비평과 고담준론으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민음사는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를 7월 창간했다. 지난해 폐간한 계간 '세계의 문학'의 전통을 이으면서 작가보다는 독자들의 감각을 적극 반영한 잡지다. 외부 작가나 평론가가 편집에 참여하지 않고 서효인 시인 등 민음사 편집자들이 제작에 참여하며 기존 문예지들과 차별화했다.

문학과지성사의 계간 '문학과사회'는 올해 가을호를 본책과 별책, 두 권으로 구성한 '혁신호'로 꾸몄다. 별책 '문학과사회 하이픈'은 하나의 주제를 집중 분석하고 다양한 글쓰기로 편집 동인들의 비평 실험을 구체화했다. 가을호에는 '세대론-픽션'을 주제로 젊은 작가 6명의 시선을 담은 산문 6편을 실었다.

창비도 기존 '창작과비평'과 별개로 젊은 감각에 맞춘 문예지를 내년 1월 창간할 계획이다. 순수문학 이외의 주제도 적극 다루면서 문학 독자층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게 창비의 복안이다.

◇ 밥 딜런 노벨문학상 수상 논란

▲ 밥 딜런.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세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르포작가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수상에 이어 문학의 지평을 넓힌 혁명적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노랫말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하더라도 첫 손가락에 꼽을 정도는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전 세계에서 4억5천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해리 포터' 시리즈가 9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작가 조앤 K 롤링은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인 희곡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를 해리 포터의 생일인 7월31일 공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출간된 한국어판이 오랜 팬들을 열광시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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