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작업·평균 수면 5.5시간…'여성어업인은 슈퍼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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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작업·평균 수면 5.5시간…'여성어업인은 슈퍼우먼'
  • 연합뉴스
  • 승인 2017.02.0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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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는 결리고, 문화행사는 못 누리고 "복지 강화해야"
▲ 여성 어업인. 사진=연합뉴스

"아침 6시에 일하러 나갔다가 밥은 집에 와서 먹죠. 오전 10시 30분이나 11시에 들어오면 먹어요. 겨울에는 추워서 손동작이 느리니까 정오께 와서 먹고…. 선창에 오면 위판소가 있어요. 거기서 (잡은 물고기를) 팔고 나면 아저씨(남편)는 쉬고 여자는 샤워하고, 밥 준비하고, 빨래하고, 밭 있는 사람은 밭일도 좀 하고…."

"아침은 챙겨 드시냐"라는 여성어업인 생활실태 조사 연구자의 질문에 A씨는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남편이 (밥을)안 먹으면 안 나가. 배에서 일해야 하는데 안 먹으면 쓰러지니 먹기 싫어도 물 말아서라도 먹고 나가죠. 원래 잠이 없어서 두세 시에 일어나기도 하고 그때부터 설렁설렁 돌아다녀요."

한 여성어업인이 밝힌 일과다.

전남 여성플라자는 지난해 연중 강진, 완도, 무안, 신안에 사는 여성 215명을 설문 조사하고 8명을 면접 조사했다.

분석 결과 성어기 여성어업인의 수면시간은 평균 5.5시간이었다.

어업 6.4시간, 밭일이나 집주변 관리 3.5시간, 식사준비 1.7시간, 빨래·청소 등 식사 외 가사 1.6시간, 가족 돌보는 일 1.4시간 등 눈을 뜨면 대부분은 일이었다.

전어를 잡느라 식사 후 오전 1시 30분에 출발해 2시부터 작업을 시작하기도 한다.

어업 종류에 따라 일과 시작 시각은 달랐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식사준비, 집안일, 어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동안 남편은 대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남편은 배를 몰아야 하니까. 앉아서 운전하니 쉬워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고 남편을 두둔한 면접 참여자도 있었다.

집단면접 중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무엇을 하느냐"고 연구자가 묻자 여성어업인들은 일제히 "밥 차려야지"라고 외쳤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맛있는 거 안 해 주면 (남편이) 화내"라는 말까지 덧붙여 돌아왔다.

▲ 여성 어업인. 사진=연합뉴스

어업활동 지속의사를 묻는 문항에는 전체 응답자의 71.2%(153명)가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다른 일을 찾기 어려운 요인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119명(56.9%)은 어업활동에 만족한다고, 16명은 매우 만족한다(7.7%)고 응답해 대체로 만족도는 높았다.

연간 어업소득은 2천만원 미만이 93명(50.6%)으로 전체 응답자(184명)의 절반을 넘었다.

2천만∼4천만원 52명(28.3%), 1억원 이상 12명(6.5%) 등 응답 결과로 산정한 월평균 소득은 약 263만원이었다.

어업활동에 따른 신체 증상(복수 응답)으로는 154명이 어깨결림을 꼽았으며 손발 저림(109명), 어지러움(60명), 두통(57명) 등을 호소했다.

문화행사 참여 경험은 149명(72.3%)이 없다고 답했으며 46명(22.3%)은 1년에 3번 이하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여성플라자 관계자는 5일 "여성의 어업활동은 '그림자 노동'으로 그물을 수선하고 미끼를 끼우는 일, 갯벌에서 굴이나 조개를 캐는 일 등 잘 드러나지 않아 어업통계에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여성어업인에 대한 연구, 지위 확보나 복지를 위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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