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신세계] '23 아이덴티티' vs ‘싱글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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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신세계] '23 아이덴티티' vs ‘싱글라이더’
  • 신현호 편집인대표
  • 승인 2017.02.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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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전 없는 공포, 스릴러…'23 아이덴티티’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이 지금까지 나타난 적 없는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세 명의 소녀들을 남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M.나이트 샤말란의 신작으로 '식스 센스' 이후 북미에서 최고 흥행을 거둬 이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실 이 작품에 반전은 없다. 이미 스토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23개의 인격을 가진 남자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등장하고, 이 사람은 과거 학대로 인해 인격이 분리됐다.

23개의 인격은 각자 완벽히 다른 성향을 지녔다. 한 사람이 흉내 낸다고 믿을 순 없다. 23개의 인격 중 유일하게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격도 있고, 여성과 남성이 한 몸을 공유 하고 있는 등 완벽히 다른 사람이다.

사건의 시작은 24번째 인격의 지시로 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23개의 인격은 유일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믿고 도와주는 플레처 박스로 인해 큰 문제 없이 지내오지만 24번째 인격이 문제가 된다. 비스트라 불리우는 이 인격은 다른 인격들에게 납치를 지시하고, 결국 3명의 소녀를 납치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한 몸에 살고 있는 23개의 인격은 납치된 소녀들을 마주하고, 이들 중 케이시는 납치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내면에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미 훈련된 과거가 숨겨져 있다. 가장 먼저 케빈이 다중인격임을 알아 차리고, 이들 중 한 인격을 이용해 도망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 역시 만만치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전은 없다. 소녀들의 납치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고, '식스센스'를 통해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하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을 시시한 반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반전보다 더 소름끼치는 것은 현대인들 역시 겪고 있는 이중성과 그를 표현한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다.

23개의 인격, 여기에 언제 출몰 할 지 모르는 24번째 인격까지 총 24개의 인격을 연기한 제임스 맥어보이는 놀라움을 넘어선 전율을 전달한다. 물론 이 모든 인격을 연기하진 않지만, 대략 8개의 인격을 표현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격, 즉 전혀 다른 캐릭터를 100% 소화한 셈이다.

본래의 인격 케빈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성향을 지닌, 신중한 배리와 청결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데니스, 여성 인격 패트리샤, 겁이 많은 소년 헤드윅, 유일하게 당뇨병을 앓고 있는 제이드, 마지막 인격인 비스트까지 제임스 맥어보이는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는 느낌을 준다. 이 모든 인격이 충돌할 때는 그 전율이 배가된다.

결국 〈23 아이덴티티〉의 반전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연기 뿐이다. 상영시간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44927&mid=33616

◇ 대반전 드라마…‘싱글라이더’

증권회사 지점장 재훈(이병헌)은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그는 가족이 있는 호주로 떠난다. 그곳에서 재훈은 다른 삶을 준비하는 아내 수진(공효진)의 모습을 본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영화 〈싱글라이더〉는 고은 시인의 시 ‘그 꽃’의 한 구절을 스크린에 펼쳐 놓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시는 이 영화의 모든 걸 관통한다. 영화는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달려가느냐고, 그렇게 달려간 그곳에 원하는 것이 있느냐고. 〈싱글라이더〉는 앞만 보고 달려가던 한 남자가 그 길의 끝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후회하는 이야기다.

잘나가던 증권회사 지점장 재훈은 부실채권 사건으로 모든 걸 잃는다. 호주로 유학 보낸 아내와 아들 생각이 간절해진 그는 그들에게로 향한다. 하지만 재훈은 아내와 아들이 사는 집 주위를 맴돌 뿐이다. 아내와 이웃집 남자 크리스(잭 캠벨)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된 순간에도, 그는 아내 앞에 나서지 못한다. 그러던 중 호주에서 일해 번 돈을 한순간에 잃은 ‘워홀러’ 지나(안소희)를 만나게 된다.

이 영화는 재훈의 눈빛과 감정에 모든 걸 의존한다. 화려한 기교 없이 잔잔하고 느리게, 그가 삶의 의미를 깨닫고 후회하는 모습을 그려 낸다. 극 중후반까지 별다른 사건 없이 이어지던 영화는, 밋밋하고 지루하다 느껴질 무렵 뜻밖의 반전을 내놓는다. 그 반전은 영화 전체를 곱씹게 하는데, 묵직하고 헛헛하며 아릿한 감정을 길게 남긴다. 강한 액션이 주를 이루던 한국 영화계에 대사의 강박이나 욕설 없이, 공기의 흐름만으로 감정을 일깨우는 ‘순한 영화’가 얼마 만인지. 그 자체로 반갑다.

이병헌의 연기는 이번에도 흠잡을 데가 없다. 그는 눈빛과 표정만으로 절절한 감정을 전한다. ‘번지 점프를 하다’(2001, 김대승 감독)의 서인우(이병헌)를 기억한다면, 놓칠 수 없는 영화다. 공효진은 언제나 그렇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선보이며 자신의 감정에 관객을 끌어들인다.

이 영화의 제목인 〈싱글라이더〉(A Single Rider)는 1인 탑승객, 즉 홀로 떠나는 여행객을 일컫는다. 할리우드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밀정’(2016, 김지운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한국영화다. 상영시간 97분. 등급 15세 관람가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146459&mid=3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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